심장이 뛴다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연희(김윤진)에겐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딸이 있다. 남편이 죽고 난 후 그녀에게 남은 유일한 희망이 된 딸은 안타깝게도 심장병으로 목숨이 위태로운 사황이다. 아마 모든 부모들이 그러하겠지만 연희는 딸을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든 할 각오가 되어있다. 그래서 장기밀매 알선업자와 연락을 하게되는데 운 좋게도 연희의 RH-AB 혈액형과 맞는 심장을 찾았다는 것이다. 어둠속에서 한줄기 빛을 받은 연희는 이제 딸이 살수있다는 안도감을 갖게 되는데, 구했다는 심장이 아직 살아있는 외국인 노동자라는걸 알고 경악하며 거절한다. 가족의 생계를 위해 자신이 죽으면서까지 심장을 팔려는 외국인 노동자와 그를 알선한 업자의 모습에서 현기증이 일 정도의 경악함을 느꼈다. 아무리 딸을 살리고 싶어도 이건 인간이 해서는 안될 짓이었다.  

하지만 같은 병을 앓은 또래 남자아이의 죽음과 외출후 쓰러진 딸의 상태가 더 심각해지자 연희는 다급해지기 시작한다. 그래서 다시 알선업자에게 도움을 요청하지만 이미 버스는 떠난 뒤였다. 딸 때문에 점점 이성을 잃어가려는 찰나, 그녀의 귀에 RH-AB를 가진 뇌사 상태의 환자가 있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다시 깨어나가 힘들거라는 생각과 딸을 살릴수 있다는 희망에 그녀는 해서는 안될 짓을 하고 마는데, 그건 바로 환자의 심장을 딸에게 이식시키는 방법이다. 불법이지만 합법적으로 보이게 하려는 서류를 다 작성하고 환자의 남편과 돈 거래까지 하면서 모든게 잘 풀릴거라고 여겼다. 비록 죄책감이 드는 방법이었지만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그리고 환자의 가족과 원만하게 해결했으니 이제 딸은 새 생명을 얻게 된다.  

그런데 아들 휘도(박해일)이 갑자기 마음을 바꾸었다. 부자남편과 재혼해 떵떵거리며 잘 살고있는 어머니를 그동안 본체만체하고 돈만 뜯어내며 매몰차게 대했는데, 새아버지의 정체를 알고 어머니에게 제대로 아들 노릇 해보지 않았던 후회로 마음을 바꾼 것이다. 처음 병원에 찾았을 때 어머니의 손가락이 미세하게 움직인것을 보고 다시 깨어날수 있다는 희망을 품은 것이다. 살수 있는 어머니를 돈 때문에 죽일수 없었고, 끝까지 불효자로 살순 없었다. 그동안 어머니를 이해하지도 못하고 따뜻하게 안아주지도 못했는데 이렇게 허무하게 보낼순 없었다. 그래서 휘도는 어머니를 무작정 데리고 온다.  

연희 입장에선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었을 것이다. 많은 돈을 주고 거래를 했는데 이제와서 안된다고 하니 머릿속엔 딸이 금방이라고 죽는 상상만 가득했을 것이다. 그래서 그녀는 휘도를 찾기위해 과격한 행동도 불사하고 알선 업자들과 함께 찾아나서는데 항상 우아하고 점잖은 모습으로 살았던 그녀가 점차 광기어린 모습으로 변해간다. 처음엔 연희의 입장을 이해못하는 것도 아니었지만 나중엔 휘도가 너무 불쌍하게 느껴졌다. 특히 계속 두드려맞는 장면에선 연희가 무서울 정도였다. 그녀의 처지를 이해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딸의 목숨만큼이나 휘도의 어머니 목숨 또한 소중했는데 그걸 강제로 뺏으려 하니 말이다.  

나쁜 마음을 먹었다가 도저히 할수 없었던 휘도도 연희가 강제로 어머니를 납치하려 하자 이내 마음을 바꾸게 된다. 이제 막다른 지점까지 오게된 휘도와 연희는 누가 이기든간에 결코 승리라고 말할수 없는 처지가 됐다. 이미 너무 많이 상처받고 자책하고 평생 괴로워야 할 일이 생긴 것이니까. 딸이 연희를 보며 무섭다고 한 말이 놓았던 이성을 되찾게 하는 계기가 되었는데 만약 그 말을 듣지 않았다면 연희는 자신을 돌아보지 못했을 것이다. 어머니의 목숨만큼은 지키고 싶었던 휘도는 안되는줄 알면서도 붙잡았던 어머니를 가슴 아프지만 떠나보낼 마음의 준비를 하게 된다. 어머니의 마지막 순간후 보인 휘도의 모습과 오열하는 연희에게서 둘 다 가족을 위해서 이렇게까지 했구나 라는 짠한 마음이 들었다. 그전까진 연희의 비이성적인 행동에 눈쌀을 찌푸렸지만, 모든걸 포기하고 오열하는 그 모습에 부모이기에 저런 선택을 할수밖에 없었다는 생각이 들어 위로를 해주고 싶었다. 하나의 심장을 놓고 피 튀기며 싸움 휘도와 연희는 그 심장으로 인해 또 하나의 인연을 만들어간다. 잔혹하고 참혹한 인연이었지만, 누구보다도 서로를 이해할수 있었던 처지였기에 계속 이어나가게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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