렛 미 인 - Let me in
영화
평점 :
상영종료


12살의 왕따소년과 뱀파이어 소녀의 사랑과 우정을 그린 《렛미인》은 많은 화제를 낳은 작품이다. 원작의 인기에 힙입어 2008년 스웨덴 영화로 제작되었고, 할리우드에서도 리메이크를 했다. 떠오르는 샛별 클로이 모레츠가 뱀파이어 역을 맡았는데 앞으로의 성장이 더 기대되는 배우이다.  

그동안 뱀파이어 하면 치명적인 매력을 가진 성인 남성의 이미지가 일반적이라 아직 어른이 되지 못한 12살 소녀가 낯설게 느껴지는것도 사실이다. 어른 뱀파이어와는 또 다른 느낌을 갖게 하는데 그건 아마도 평생 아이의 몸 안에서 갇혀 지내야 한다는 안타까움일 것이다. 어른보다 더 많은 제약이 따를수밖에 없고 필히 보호자가 필요한 상황. 원하지 않더라도 살아남기 위해선 누군가의 보호를 받아야만 했다. 정체를 숨기고 안전하게 피를 공급받기 위해 긴장의 나날을 보내야 하고 같은 곳에 오래 머무를수도 없었다. 그동안 봐왔던 뱀파이어의 화려하고 매력적인 생활과는 달리 너무도 현실적이고 어두운 부분이 많이 나와 12살 아이들의 이야기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애비가 피를 갈구하는 삶을 살고 있다면 왕따 소년에게 가장 큰 고난은 친구들의 괴롭힘 이었다. 부모님의 이혼 후 어머니와 함께 살고있는 오웬은 학교에 가는게 끔찍할 뿐이다. 오웬을 괴롭히는 아이들은 장난의 수준을 뛰어넘어 잔인할 정도로 집요한데 그중 대장격인 녀석은 '계집애'란 표현을 써가며 끊임없이 못살게 군다. 오웬은 그로인한 스트레스와 가슴에 쌓인 분노를 다른 곳에 풀려고 하는데, 혼자 방에서 괴상한 마스크를 쓰며 살인자의 모습을 상상하고 작은 칼을 구입해 나무에 상처를 낸다. 이혼 때문에 힘들어하는 어머니에게 고민을 털어놓지 못하고 친구도 없이 홀로 보내는 오웬.  

그런데 어느 날 옆방에 아버지와 딸로 보이는 사람들이 이사를 오게 된다. 같은 또래의 딸은 추운 날씨에도 맨발로 다녀 강한 인상을 남겼는데, 놀이터에 혼자있는 오웬에게 다가오며 둘은 조금씩 친구가 되어간다. 처음엔 친구가 될수 없다고 하던 그 여자아이는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오웬과 말을 섞고 큐브 장난감에 관심을 가지며 주위를 맴돈다. 오웬 또한 이 신비로운 여자아이가 싫지만은 않았고 친구가 그리웠기에 더 가까이 지내고 싶어한다. 그래서 모스부호를 통해 놀이터에서 만나지 않더라도 방 벽을 통해 이야기를 나누고 풋사랑까지 느끼게 된다. 애비 또한 오웬이 준 캬라멜을 억지로 먹으면서까지 그와 친구가 되고 싶어한다.    

하지만 비밀이 오래 갈수는 없었다. 어린 오웬이 보기에도 애비와 아버지의 모습은 어딘가 이상했고, 학교도 가지 않고 맨발로 다니는 모습 등에 의문점을 가졌다. 하지만 크게 신경 쓰지 않았던건 애비가 좋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무도 모르는 자신의 아지트에 초대하기도 했던 것이다. 이 초대가 알아서는 안되는 비밀을 세상밖으로 드러내게 되고, 둘의 관계는 전보다 더 나빠지거나 더 끈끈해질수 있는 갈림길에 서게 만들었지만 말이다.  

뱀파이어로서 강한 힘은 가졌지만, 사람을 죽이고 피를 얻는데 밖에 쓸수 없는 애비에게 오웬과의 우정은 선을 넘은 결정이었다. 정말로 오웬을 위하고 친구로서의 마음이 있었다면 정체를 드러내기전에 스스로 차단을 했어야 했다. 하지만 오랜만에 느끼는 따스함은 외로웠던 그녀에게 차마 뿌리칠수 없는 감정이었고, 위험해질수 밖에 없는 상황을 스스로 만들어냈다.  

그런데 오웬의 감정과는 반대로 애비의 감정이 사랑이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아버지로 보이던 사람의 정체가 밝혀지고 그들의 과거를 알게 되면서 애비의 접근이 사랑이었는지 아니면 또 다른 보호자를 원했던건지 헷갈리게 됐다. 애비와 오웬의 관계가 몇십년전 애비가 겪었던 것의 반복처럼 보였으니까. 친구와 보호자가 절실히 필요했던 오웬이 결국 애비의 보호자가 되며 둘은 아무도 모르게 떠난다. 장난스럽게 웃으며 앞으로 벌어질 일은 상상조차 하지 못한채 말이다. 그래도 지금 이 순간만큼은 둘은 즐겁게 웃고 대화를 하며 그동안 충분히 받아보지 못한 관심을 서로에게 준다. 그래서 아무것도 두렵지 않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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