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꿈 하나 맡아 드립니다 독깨비 (책콩 어린이) 11
고마쓰바라 히로코 지음, 김지연 옮김, 기타미 요코 그림 / 책과콩나무 / 2010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좋은 꿈은 하루종일 사람들의 기분을 부풀게 만든다. 해몽이 좋은 꿈은 미래에 좋은 일이 있을 거라는 기대감을 갖게 하고, 태몽이나 복권 당첨을 암시하는 건 주변 사람들까지 들뜨게 만든다. 때론 잠에서 깬 것이 아까울 정도로 기분 좋은 꿈이 있는데 그럴때는 아쉬움에 한번 더 꾸고 싶어 진다. 반면 나쁜 꿈을 꾸면 괜히 기분이 찝찝하고 하루종일 기운이 없어진다. 괜히 꿈은 반대야 라고 하며 얼른 잊어버리려고 한다.  

그런데 《좋은 꿈 하나 맡아 드립니다》엔 좋은 꿈을 더 많이 꿀수 있게 하고 나쁜 꿈은 없애는 기막힌 일들이 벌어진다. 이 놀라운 일들이 가능하게 된건 꿈을 먹고 사는 '맥'이라는 존재 덕분이다. 코가 짧은 코끼리를 닮은 맥은 사람들의 나쁜 꿈을 양식으로 삼아 인간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며 살고 있는데, 마을 사람들이 도시로 빠져나가자 맥의 식량도 그만큼 줄어들게 되었다. 사람들은 도시에서 나쁜 꿈을 꾸어도 금방 잊어버리게 만드는 바쁘고 화려한 생활에 빠져들고, 맥에게 주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거리가 멀기 때문에 쉽지가 않다. 이렇게 배고픈 맥들은 먹을것을 찾아 고향을 떠나게 되고 이제 이 마을엔 맥 할아버지와 맥 아저씨만 남게 된다.  

더 이상 배고픔을 참지 못한 맥 아저씨는 결국 산속을 떠나기로 결심했지만 위험한 일만 당하게 된다. 그런데 그때 산골 마을 출신인 부자 아저씨를 만나 자신에게 꿈을 바꿀수 있는 능력을 발견하게 되고, 도움을 받아 꿈 은행을 열게 된다. 사람들이 맡긴 좋은 꿈엔 이자를 붙여 한번 더 꿀수 있게 해주고, 나쁜 꿈은 수수료로 받아 음식을 해결했으니 싫어하거나 손해보는 이가 없으니 누구나 좋아하게 됐다.  

하지만 처음부터 꿈 은행이 순조롭게 운영된것은 아니었다. '잠자리 선생님'의 태몽과 왕자님이 등장한 '파마 아가씨'의 꿈에 더 좋은걸 해준다는 것이 의도치 않게 실망을 안겨주고, 정원사 할아버지의 좋은 꿈과 나쁜 꿈을 착각해 반대로 해줬으니 말이다. 다행히 맥 아저씨가 고객이 원하는대로 다시 꿈을 바꿔줘서 칭찬을 들었고 입소문이 나면서 꿈 은행이 날로 번창하게 된다. 이젠 더이상 배 고플 일도 없고, 나쁜 꿈이 너무 많이 들어와 냉동고까지 설치하게 됐으니 참 다행스럽다. 이런 맥 아저씨에게 감사함을 느낀 마을 사람들은 꿈 구슬과 건물을 페인트 칠해주고 필요한건 모두 구해줬다. 슬픔 대신 기쁨이 넘치는 곳이 된 작은 산골 마을은 너무도 유명해졌고 즐거운 웃음 소리가 끊이지 않는 곳이 되었다.

그런데 딱 한 사람, 온 몸에 검은색을 둘러 싼 '검은 망토 사나이'만 웃고있지 않았고 오히려 이 상황에 불쾌해 했다. 그의 정체는 악마의 부하로 가슴이 텅 빈 사람의 마음에 검은 씨앗을 뿌려 데려가야 하는 임무를 맡고 있었다. 하지만 이 마을엔 눈을 씻고 봐도 그런 사람은 없었고, 이 모든게 꿈은행 때문이라고 생각한 그는 직접 염탐하러 가게 된다. 사악하게 생긴 검은 망토 사나이를 보고 마을 사람들은 흠칫 놀라며 피하게 되는데, 맥 아저씨는 차별없이 따뜻하게 대해준다. 그런 친절에도 검은 망토 사나이의 마음은 풀리지 않고 오히려 꽁꽁 닫히기만 하는데, 우연히 받아온 나쁜 꿈 구슬을 통해 잊고 있던 어린시절을 알게 된다. 한번도 꿈을 꾸지 않았고 자신의 과거를 기억하지도 못했던 검은 망토 사나이가 알게 된 과거는 슬픈 이야기 였다. 그도 처음부터 이렇게 악마의 심부름꾼으로 살진 않았던 것이다. 누군가의 차디찬 말 한마디가 지금의 그를 만들었으니 말이다.  

이렇게 마음에 병 든 사람마저 새롭게 태어나게 만드는 맥 아저씨의 '꿈 은행'. 착한 맥 아저씨와 지혜로운 맥 할아버지, 그리고 함께 행복을 만들어 나가는 마을 사람들이 사는 이 산골 마을이 참으로 부러워졌다. 이들에겐 "꿈 꾸세요~!"라는 말이 가장 기분 좋은 덕담 일 것 같다. 우리도 "부자 되세요~"라는 말 대신 "좋은 꿈 꾸세요"라는 말을 건넬수 있는 세상이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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