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래닛 51 - Planet 51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지구에서 엄청나게 먼 외계에 '플래닛51'이라는 행성이 있다. 그들의 생김새는 '슈렉'처럼 온 몸이 초록색이고 '곰돌이 푸'처럼 상의만 입고 있으며 머리엔 안테나처럼 보이는 지느러미가 솟아나 있다. 확실히 귀엽다거나 호감으로 보이진 않는다. 어떻게 보면 징그럽기도 한데 그래도 익숙해지면 귀엽게도 보인다. 오히려 에이리언을 닮은 애완견이 더 무섭다.  

'플래닛51'의 주민들의 삶은 우리와 똑같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주의 생명체는 오로지 자신들 뿐이라 믿고, 혹여 있을지 모를 미지의 외계인이 행성을 침공할거라는 막연한 두려움도 갖고 있다. 흉측하게 생긴 외계인이 레이저를 쏘고 자신들의 마음을 조종하며 뇌를 꺼내 먹고 정복하기 위해 올거라는 생각은 영화로까지 제작돼 선풍적인 인기를 끈다. 아마도 유일한 오락거리인것 같은 외계인 침공 영화는 주민들에게 스릴과 재미를 안겨준다. 그런데 은연중에 품은 두려운 일이 실제로 벌어진다.   

이 행성에 생명체가 있을거라고는 생각지 못한 지구인 우주조종사 척은 보무도 당당하게 '플래닛51'에 도착한다. 그리고 엄숙한 음악을 자체 배경음악으로 삼고 미국 국기를 장엄하게 푹 꽂는다. 이제 남은건 지구로 돌아가 영웅대접을 받는 것 뿐이다. 생각만해도 좋을 그 순간, 척은 자신이 국기를 꽂은 곳이 초록 외계인들의 정원 이라는걸 알게 된다. 한 명도 아닌 수십명의 외계인을 만났으니 척이 놀라서 도망치는건 당연하다. 하지만 더 놀란건 '플래닛51'주민들 이다. 자신의 집 정원에서 맛있는 바베큐 파티를 준비하던 어른들, 장난감을 가지고 놀던 아이들이 갑자기 하늘에서 우주선이 내려오고 괴상한 차림새를 한 외계인을 만났으니 놀라지 않았겠는가. 영화를 비롯한 각종 언론과 전문가로부터 외계인이 얼마나 두렵고 무서운지를 세뇌당했으니 더더욱 그랬다.  

영화는 '미지의 생명체'를 대하는 인간의 불안함과 두려움을 소재로 했다. 드넓은 우주에 생명체가 또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은 오래전부터 있어왔다. 그래서 UFO나 인간의 힘으론 할수없는 미스터리한 일들을 외계인과 연관시키고, 영화 등을 통해 상상력을 꽃피워왔다. 때로는 외계인을 인간을 몰살시키려는 사악한 존재로, 또 한편으로는 ET처럼 친구가 될수 있는 선한 존재로 말이다. 어떤 모습이던지 인간은 외계인에게 두려움과 호기심을 두루 가지고 있다. 그런데 가만 생각해보면 이건 외계인도 마찬가지이지 않을까. 그들도 지구라는 행성에 대해, 인간의 삶에 대해 우리와 같은 생각을 할 것이다. 저들이 우리를 잡아 먹진 않을까, 친구가 될지 적이 될지 지켜보자 등등의 의견이 있을 것이다.  

지구인 척에게 '플래닛51'주민들은 초록색의 외계인 이지만, '플래닛51'에선 척이 해괴한 복장을 하고 희한하게 생긴 외계인 인 것이다. 이런 발상은 신선하게 느껴지고 그래서 초반엔 재미가 있었다. 척의 등장으로 일대 소동이 벌어지는 모습이 코믹하고 흥미진진하게 벌어졌다. 그런데 이야기는 척과 주인공 렘이 만나고, 서로를 도와주기로 하면서 급속도로 시들해진다. 두려움에 정신을 못 차리는 척이 우주복을 벗자마자 갑자기 이 상황을 받아들이고, 더는 신기해하거나 무서워하지도 않는다. 마치 '플래닛51'행성에 외계인이 살고 있다는걸 알았다는 듯이 말이다.   

이후의 이야기는 척의 불쌍한 표정을 보고 도와주기로 결심한 렘과 친구들이 그를 우주선까지 안내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외계인 척의 뇌를 꺼내고 싶어하는 박사와 척이 마음을 조종한다고 믿는 장군과 부하들은 그를 잡으려하고, 특종을 잡으려는 기자까지 합세해 척의 상황을 안 좋게 만든다. 상황이 안 좋은건 렘 도 마찬가지이다. 그렇게도 원하던 대학 조교 자리에 합격해 앞으론 사랑하는 니라와 결혼해 알콩달콩 살고 예쁜 아이도 낳을 계획이었는데 이젠 반역자가 됐으니 말이다. 하지만 척이 자신이 생각하던 무서운 외계인이 아니라, 친구가 될수 있음을 알기에 기꺼이 돕는다.  

그 후의 일들은 싱겁게 펼쳐지고, 아이들이 보기에는 잔인할수도 있는(뇌를 꺼내는 등의) 장면이 나온다. 그렇다고 어른들이 좋아할만한 작품도 아니다. 무난하긴 하지만 열광정도는 아니라는 뜻이다. 그나가 귀여운 로봇이 있어 웃을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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