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이지 - The Crazies
영화
평점 :
상영종료


한 마을에 바이러스가 침투하게 되고 결국 마을을 폐쇄하려는 정부와 목숨을 지키려는 주민들의 대결(이라기보단 한쪽의 일방적인 진압)이 그려진 [크레이지]. 포스터만 보곤 재난 영화일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이런 스토리의 영화는 그동안 많이 있어왔고 봐왔지만 이 영화는 보통 이상은 해줬다고 생각한다. 깜짝 놀라게 하는 무서운 장면들과 효과음 덕분에 한시도 긴장을 늦출수 없었으니까. 무엇보다 요즘들어 이런 영화, 즉 정부와 힘없는 개개인의 대결을 그린 작품이 단순히 영화로만 느껴지지 않는다. 이 마을의 주민이 바로 내가 될수도 있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평화로운 마을에서 보안관으로 근무중인 데이빗은 한 주민이 이상한 행동을 보이며 총을 들고 사람들앞에 나타나자 위험을 느끼고 사살하게 된다. 워낙 작은 마을이라 서로 잘 알고지내기 때문에 주민들은 데이빗에게 위로의 말을 던지고, 죽은 남자의 가족도 울분을 터트리긴 하나 최대한 잊으려고 한다. 죽은 남자가 총으로 누굴 위협할 사람도, 데이빗도 그럴 사람이 아니라는걸 다들 알고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죽은 남자가 술에 취해 이런 소동을 벌인거라 생각했는데 부검에선 알콜 복용 흔적이 전혀 나오지 않았다.  

사건에 대한 죄책감과 의문 사이에서 데이빗은 고민을 하게 되지만 해답은 엉뚱한 곳에서 풀렸다. 죽은 남자와 똑같은 증상을 가진 사람들이 하나 둘 늘어나기 시작하며 급기야 살인사건 까지 일언게 된다. 데이빗은 강가에서 추락한 비행기를 발견하게 되고 그 안에 담겨있던 미지의 바이러스가 물을 통해 마을에 유입된다는걸 알아냈다. 별다른 단서없이 밝혀내는게 좀 허술하긴 했지만, 어쨌든 수돗물을 막아야 했고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야 했다. 하지만 이 상황을 정부에선 이미 알고 있었다. 비행기에 바이러스를 싣고 가다 추락했고 이 마을에 퍼지고 있다는 것을.. 

만약 처음부터 알고있었다면 어떤 방법으로든 물줄기를 막거나 사람들을 격리 수용해 치료할 방법부터 찾아야만 했다. 설사 감염후 48시간내에 죽음에 이른다 할지라도 아직 감염이 안됐거나 내성이 있는 사람이 있을수 있을테니까. 하지만 정부는 간단하지만 잔혹한 해결책을 선택했다. 감염이 됐건 안됐건 생존자를 살해하고 마을을 없애버리는 것. 그들에겐 감염자와 생존자의 숫자만 있을 뿐, 개인의 이름과 삶은 중요치 않았다. 자신들의 실수를 덮기 위해서 소중한 목숨을 없애버리려고 하는 정부의 참혹한 짓은 소름이 끼칠 정도이다.  

한밤중에 주민들을 끌어내고 생존자와 감염자를 분리시키면서 가족들은 생이별을 했다. 감염자는 자신에게 무슨 일이 닥칠지도 모른채 그저 살려달라고 울부짖었고, 생존자들은 이별의 아픔과 더불어 자신들이 어디로 가야하는지 두려워했다. 그래도 살수있다는 한가닥 희망은 품었을 것이다. 설마 정부에서 자신들을 죽일거라는건 상상조차 하지 못했을 테니까.  

데이빗과 아내, 그리고 주민 몇명은 마을을 탈출하려고 한다. 비록 그 과정에서 누군가를 잃고 감염자가 발생해 서로를 믿을수 없는 상황에 처했지만 이웃마을로 가서 목숨을 부지할거라는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하지만 이들의 유일한 희망과 처절한 탈출기는 정부 라는 큰 벽앞엔 너무도 우스워 보인다. 그들은 탈출에 성공했다고 생각할 테지만 글쎄, 그러기엔 정부의 정보력과 파괴력은 너무도 거대했다. 그래서 마지막 장면이 더 소름끼치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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