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모니 - Harmony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이 영화, 관객을 울리기위한 사명을 띈 것 처럼 보인다. 그만큼 눈물폭탄을 일으키는 장면들이 앞뒤로 꽉 들어차 있다. 덕분에 영화가 끝나가는 시간이 되면 여기저기서 흐느끼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는데 몇명은 정말 서럽게 운다. 웬만큼 감정이 무딘 사람이 아니고선 눈물이 흐를수밖에 없는게 바로 이 영화다.  

나도 후반에 콧등이 시큰해질 정도였는데, 한편으론 과다한 감정씬이 불편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요즘 말로 '손발이 오그라드는'장면이 많았기 때문이다. 특히 사형수 문옥(나문희)을 다루는 마지막 방식에선 영화의 방향은 상관없이 그저 관객들의 눈물샘을 자극하는것에 초점을 맞췄구나 싶어 불편함을 느꼈다. 정혜(김윤진)와 아들의 이야기만으로도 충분히 슬픈데, 굳이 무리한 이야기를 했어야만 할까? 조금은 행복하게 끝낼수도 있지 않았을까? 

거기다 여기에 등장하는 여성 수감자들이 범죄를 저지르게 된 이유가 거의 다 남자의 폭력과 배신으로 나온다. 분명 범죄를 저지른 가해자이지만, 관객으로 하여금 연민을 느끼게 하는 피해자로 설정한 것이다. 정혜는 만삭의 몸으로 폭력남편을 우발적으로 죽였고, 그래서 아이를 감옥에서 낳을수밖에 없었다. 문옥은 잘나가던 음악대학 교수였지만 남편과 제자의 불륜현장을 목격하고 그들을 살해해 사형을 언도받았다. 강유미(강예원) 또한 자신에게 몹쓸짓을 한 의붓아버지를 우발적으로 살해하는데 자살시도를 하는 등 마음을 굳게 닫아버린채 상처에 괴로워하고 있다. 이들 세명은 분명 살인을 했지만,어쩔수 없는 상황과 피해자 신분이었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안됐다. 불쌍하다"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렇듯 각자 사연을 가지고 감옥안에 갇힌 그녀들. 팍팍하고 힘든 수감생활이지만 그래도 정혜의 아들덕에 조금은 웃을수 있다. 거기다 정혜가 소장에게 합창단을 만들자는 제안을 하면서 조금씩 활기를 되찾는다. 타고난 음치로 사랑하는 아들에게 자장가를 제대로 불러줄수 없었던(부르면 아이가 울기 때문) 정혜지만 합창단의 일원으로 참가하며 열심히 노력한다. 합창단이 잘 되면 특박을 받을수 있었고, 아들과 바깥 구경을 할수 있는 유일한 기회였던 것이다. 더구나 아이는 18개월이 되면 정혜의 손을 떠나 입양을 보내야만 했기에 더더욱 특박이 절실했다. 아이에게 차가운 감옥안의 세상만 보여준게 못내 안타까웠기 때문이다.  

처음엔 화음도 엉망이고 단합도 되지 않았던 재소자들이 서서히 합창단의 면모를 보여주는데, 이 과정에서 아쉬운 점이 많았다. 누가봐도 립싱크인게 티가났기 때문이다. 녹음 한걸 틀어놓고 입만 뻥긋뻥긋 하는게 적나라해서 집중이 잘 안됐다. 보통은 녹음한걸 틀어놓고 해도 티가 잘 안나게해야 하는데 이 영화는 음악 따로 표정 따로 였다. 음악도 썩 좋은건 아니어서 실망이 컸다. 재소자들이 부르는 합창 모습에서 감동과 전율을 느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해서 아쉬웠다.  

분명 흥행도 잘 되고있고 많은 사람들의 눈물을 쏙 빼내고는 있지만 완성도 면에서 만족할 수준은 아니었다. 김윤진씨가 꼭 하고싶어했던 영화이고 역할이라 해서 기대가 컸었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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