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침묵 - Into Great Silence
영화
평점 :
상영종료




내겐 이런 영화가 어울리지 않나 보다. 평도 좋고 연장 상영을 한다고 해서 보러 갔는데, 조조 영화를 봐서일까? 중간에 눈꺼풀이 무거워지는 위험한 순간이 몇번 있었다. 아침이지만 관객들이 꽤 많았는데 처음엔 집중하면서 보던 주위 사람들도 시간이 지나니 졸려하는게 눈에 띄었다. 옆에 앉은 중년 여성은 마지막에 꾸벅꾸벅 졸다가 화들짝 놀라 깼고, 영화가 끝나고 나가려는데 여기저기서 "나 잠깐 잤어"라는 소리가 제법 들렸다. 차라리 컨디션이 좋을때 볼걸 하는 아쉬움이 들 정도였다.   

감독이 19년이나 기다려서 촬영하게 된 이 영화는 깊은 산속에 위치한 카르투지오 수도원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이곳엔 모든것이 간소화되어 있다. 도시의 소음도 없고 시끄러운 사람들의 목소리도 없다. 1분간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다보면 1분이 얼마나 긴 시간인지 새삼 느끼게 되는데, 이 곳의 수도사들은 하루의 대부분을 침묵으로 수행한다. 글귀를 읽고 노래를 부를때 빼고는, 혼자 조용히 밥을 먹고 기도하고 공부를 한다. 그리고 각자 주어진 일을 해나가며 수도원을 조화롭게 운영해 나간다. 요리를 만들고, 장작을 패고, 음식을 나눠주고, 눈 덮인 마당을 치우고, 옷을 만들면서 공동체로서의 삶을 살아간다.

나이 많은 수도사부터 이제 갓 이곳에 입문한 수도사까지 이곳엔 많은 수도사들이 있다. 이곳에 새로 들어오게 되는 수도사들을 맞이하는 장면을 볼수가 있는데 원로 수도사들과 인사를 하고 새 옷을 입고 새로운 방을 배정받게 된다. 그중 한명이 동양인 이었는데, 아무래도 눈길이 그쪽으로 가게 된다. 그 사람은 어떻게해서 이 먼곳까지 오게 되었을까 궁금했는데 거의 나오진 않는다. 같이 들어온 흑인 수도사가 많이 출연하는데 나무를 톱질하는 모습이 재미있었다. 아직은 서툴러 보였으니까.^^ 

수도사들이 행하는 침묵 속에서도 재미있는 장면이 있었는데, 수도사들의 재미있는 수다와 눈이 쌓인 언덕 위에서 펼쳐지는 눈썰매 장면이었다. 그들도 우리와 똑같은 인간이구나, 자연속에서 작은 즐거움을 즐길 여유가 있구나 싶었다. 신발을 신고 마치 스키를 타듯 언덕을 내려오는 장면, 넘어질때마다 서로 웃음을 터트리는 장면이 해맑고 귀여웠다. 처음엔 수도사들이 언덕으로 올라갈땐 다른 마을로 가는건가? 산으로 수행하러 가나? 싶었는데 말이다.  

중간중간 수도사 개인의 얼굴이 몇초씩 나오는데 참 선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아무런 욕심없이 오직 수행만을 하며 살아가는 그 모습이 얼굴에 묻어나왔다. 세상에서 가장 고독한 자신과의 싸움을 시작한 수도사들. 그들에게 주어진 시간은 우리와 똑같을 테지만, 그들이 느끼는 시간은 우리보다 훨씬 더 아름답지 않을까 싶다. 영화를 보는 동안 많이 졸렸지만 그래도 순간순간의 좋은 느낌을 많이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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