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서는 없다 - No mercy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설경구씨와 류승범씨가 만난건 이번이 처음인것 같다. 설경구씨는 딸이 납치당해 범인의 요구를 들어줘야 하는 부검의로, 류승범씨는 이 모든 사건의 용의자이자 부검의의 딸을 납치한 범인으로 나온다. 영화는 이성호(류승범)가 범인이라는걸 초반부터 알려준다. 그를 여성 토막살해사건의 용의자로 붙잡아두고 증거를 찾는 경찰들과 증거를 훼손하는 부검의 강민호(설경구)의 모습을 속도감있게 보여준다.

용의자로 붙잡혔지만 이성호는 꽤나 당당했다. 심지어 자백까지 한다. 그가 그럴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강민호의 딸을 유괴했고, 이는 곧 게임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했다는걸 의미했다. 그는 강민호에게 자신을 3일안에 풀어주지 않으면 납치된 딸을 죽일거라고 협박한다. 자신의 목숨보다 더 사랑했던 딸이 이성호의 손아귀에 있었고, 딸을 살리기위한 아버지의 위험한 거래는 시작된다.  

대한민국 최고의 부검의인 그가 이제는 이성호를 살리기위해 증거를 훼손했다. 어떻게든 이성호를 무죄로 만들기위해 그는 주변 사람들을 속이고, 이성호가 저지른 토막살해사건을 파헤친다. 경찰도 아닌 그가 이렇게 사건을 헤집는데도 경찰은 한박자 늦게 대응한다. 그나마 민서영(한혜진)이 강민호 교수의 이상한 행동을 눈치챌 뿐이다. (민서영도 둘 사이에서 큰 활약은 하지 못해서 좀 아쉬웠다.)  

이성호는 단지 게임을 하고 싶어서 강민호와 딸을 선택했던 것일까? 강민호는 왜 이성호가 자신에게 이런 협박을 하는지 그 이유를 몰랐다. 그때마다 이성호는 강민호에게 힌트를 한 두가지씩 준다. 당신이 왜 이런 처지에 처했는지를 스스로 알아내라고, 과거를 뒤돌아보라고. 하지만 강민호는 딸을 구하기 위해 오직 한가지에만 매달린다. 다른 생각을 할 수조차 없었다. 그리고 이성호의 과거를 알게되면서 이게 단순한 납치극과 살해사건이 아님을 알게 된다. 자신이 과거에 잘못했던 선택이 이런 결과를 냈다는걸 알게 된 것이다.  

이성호가 벌인 복수극의 결말은 참으로 참혹했다. 세상에 이보다 더 한 복수가 또 있을까.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것, 부모에게 가장 중요한 것을 뺏는게 얼마나 끔찍한지를 이성호는 알고 있었기에 처참한 복수를 할수 있었다. 모든게 끝났다는걸 안 순간 강민호가 느꼈을 허망함과 공허한 상태가 그대로 전해져왔다. 설경구씨의 표정에서 느낄수 있었다. 지금보다 더 한 지옥은 없다는걸. 그렇게 영화는 잔인함을 남기고 끝난다. 제목 그대로 용서는 없었다.

감독은 성지루씨가 영화 [공공의 적]에서 약쟁이로 나온 모습이 인상깊어 이번엔 형사로 캐스팅 했다는데, 솔직히 말해 윤종강 이라는 캐릭터는 영화의 맥을 뚝 뚝 끊게 만들었다. 이런 장르에선 긴장을 풀게 해주는 캐릭터는 필요할수도 있다. 하지만 오바스러운 행동과 느릿느릿한 말, 쓸데없이 하는 욕은 보는 이로 하여금 불편하게만 만들었다. 감독은 만족스러웠을지 모르나 나로선 빼도 될 캐릭터였다. 민서영과 다투는 장면이 많은데 왜 그러는지에 대한 이유라도 나왔으면 어땠을까 싶다.  

이 영화를 보고 "어디서 많이 본 것 같다"라는 느낌을 받은 사람이 많을 것이다. 나 또한 그랬다. 감독의 데뷔작 치고는 꽤 깔끔하게 나왔고 평작 이상이지만, 왠지 익숙한 느낌이다. 좀 더 과감해도 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지만 그래도 이 정도의 데뷔작이면 꽤 괜찮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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