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이별 - 김형경 애도 심리 에세이
김형경 지음 / 푸른숲 / 2009년 11월
구판절판


아름다움이 언제나 유한성을 전제로 하듯이,상실한 것은 늘 더 미화되고 이상화된다. 잃은 대상에 분노가 투사되면 상대의 가치를 폄하하는 것과 반대로 잃은 대상에게 나르시시즘이 투사되면 대상을 미화하거나 이상화하게 된다. 슬퍼할 만한 가치가 있는 대상으로 만들어 상실감을 보상받고자 하는 의도이다. -111/112쪽

자기를 달랜다는 개념을 도널드 위니콧은 '자기 안아주기'라고 표현한다. 엄마가 부재하는 아기는 안아주고 안길 대상을 잃은 후 양팔을 가슴에서 교차하여 스스로를 안아준다. 이것은 은유적인 표현일 뿐 아니라 실제적인 의미이기도 해서, 성인들도 자기를 안듯 양팔을 가슴앞에서 교차시켜 팔짱을 끼곤 한다. 자기 안아주기든, 자기 달래기든 그것은 열정과 관심이 자기 자신에게로 향한다는 뜻이다. -123쪽

상실의 현장, 고통스러운 감정으로부터 멀리 떠나는 행위는 말 그대로 도피이다. 하지만 그것은 한결 진전된 애도 방식이기도 하다. 이 지점에 이르면 잃은 대상을 포기하는 마음이 내면에 자리 잡는다. 대상을 향하던 열정이 방향을 바꾸어 먼 곳, 낯선 곳을 향하게 된 것만으로 새로운 비전을 확보할 공간이 마련된다는 의미이다. 먼 곳으로 가면 주체할 수 없는 열정을 새로운 환경에서 사용할 수 있고, 새로운 시작을 위해 투자할 수도 있다. -142쪽

애도 작업의 핵심은 슬퍼하기이다. 우리는 슬퍼하지 못하기 때문에 마음이 딱딱해지고, 몸이 아프고, 삶이 방향 없이 표류하게 된다. 지금까지 열거된 다양한 증상들, 그리고 우울증조차 제대로 슬퍼하지 못해 생긴 결과이며, 슬픔의 왜곡된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울 수만 있다면 마음의 병이 걸리지 않는다고 한다. 뒤늦게라도 울음이 터져 나오는 바로 그 순간부터 마음이 회복되고 있다는 뜻이다. -208쪽

이별은 평생 지속되는 삶의 한 요소이며 사는 동안 반복되는 일임을 받아들인다. 이별이나 죽음을 파괴자, 침입자, 도둑처럼 느끼는 시간들에서 벗어난다. 무엇보다 명백한 진실은 우리 모두 수십 년 이내에 죽을 것이라는 점이다. 떠난다, 혹은 세상을 뜬다고 생각하면 삶의 자세가 달라지는 것을 느끼게 된다. 생의 목표, 가치관에도 변화가 올 것이다. 삶이란 흘러가는 순간을 단호히 놓아주는 과정임을 마음에 새긴다. -25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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