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사랑 내 곁에 - Closer to Heaven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영화를 보고 나서 느낀건 김명민은 죽을만큼 살을 뺐구나, 하지원은 사랑스럽게 캐릭터를 잘 소화했구나, 대본의 식상함과 밋밋한 연출이 배우들의 열연을 망치는구나 였다. 참으로 아쉽다. 루게릭병에 걸린 남자와 장례지도사의 사랑을 다룬 영화인지라 신파적인 분위기는 어찌보면 당연했고 예상이 됐다. 치유될수 없는 병이기 때문에 조그마한 희망조차 없었고, 그저 한 남자와 여자의 사랑만 있을 뿐 이었다. 이런 소재를 과연 감독이 어떻게 보여지는지에 따라 영화의 완성도가 달라지는데 이번 영화는 간을 못 맞췄다. 밍밍한 맛만 있을 뿐.    

그리고 주연배우들의 이야기 외에도 입원실에 있는 환자와 가족들의 상황이 곁들여져 나온다. 트리플악셀을 시도하다(웬 트리플악셀인지...) 하반신 마비가 된 피겨선수, 식물인간이 된 아내를 하염없이 기다리는 남편, 오랫동안 남편의 병수발을 든 할머니, 형의 병 때문에 퇴직금까지 병원비로 다 써서 힘든 동생 등등. 짤막하게 이들의 아픔이 나오는데 너무 겉핥기식으로 보여줬다. 그나마 피겨선수가 종우와 티격태격 하면서 비중있게 나오고 가장 적게 나오는건 형을 돌보는 동생의 이야기였다. 병원비가 없어 퇴원을 강행하려고 의사에게 말하지만 들어주질 않고, 그런 소동을 듣고 있는(듣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형의 모습이 비춰지는데 그걸로 이야기가 끝이었다. 그런 부분이 아쉬웠다.

어머니의 장례식 날 종우는 장례지도사로 온 지수를 만난다. 지수는 그를 몰라보지만 종우는 어린 시절 동네에서 함께 자란 지수를 한눈에 알아본다. 그 첫 만남에서 종우는 지수에게 일종의 프로포즈를 한다. 자신의 몸도 못 가누고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은 남자가 여자에게 사귀자고 한다. 어찌보면 무모한 행동이었다. 내가 만약 지수라면 종우의 프로포즈에 쉽게 응할수 없었을 것이다. 처음부터 사랑을 느낀것도 아니고, 아픈 사람을 사랑한다면 결국 보내줘야 하는 고통을 겪을 테니까. 하지만 이 둘, 평범한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연애를 하고 사랑을 시작한다.  

하지원이 연기한 캐릭터가 참 매력적이었다. 전 남편이 장례지도사인 지수의 손을 '시체 닦는 손이라 싫다'라고 했고, 그녀는 그 말로 상처를 입었다. 하지만 종우는 지수의 손이 착하고 예쁘다고 했다. 그 말이 그들의 관계를 한걸음 발전시킨 듯 둘은 사랑을 하고 조촐한 결혼식을 올린다. 종우가 입원을 해 신혼방을 병실에 차리게 됐지만 그래도 행복해한다. 12세 관람가인데 수위가 있는 베드신이 나와서 놀랐고 불필요한 장면이 아닌가 싶었는데, 지수가 임신을 원하는 장면이 이어져서 이해가 됐다. 종우의 죽음이 임박해올수록 지수는 아이를 더 갖고 싶었을 것이다.  

지수의 헌신적인 간호가 이어지지만 종우의 상태는 점점 악화된다. 그리고 종우의 기분도 수시로 바뀐다. 의사는 그런 종우의 상태가 병 때문에 일어나는 일이라고는 하지만, 종우의 변덕스러운 요구와 짜증은 지수를 힘들게 한다. 종우의 심정이 이해가 안가는건 아니다. 지수의 도움없이는 아무것도 할수없는 상황, 모기가 얼굴에 달라붙어 피를 빨아도 손을 휘휘 저을수 없는 처지이니 오죽 슬프고 힘들겠는가. 오직 눈동자만 움직일수 있으니 얼마나 걷고 뛰고 싶겠는가. 지수에게 전화를 걸수조차 없는 몸이다. 그래서 종우는 지수에게 부탁한다. 자신을 그만 보내달라고.. 

어찌보면 참 야속한 사람이다. 짧은 사랑 후에 긴 이별의 슬픔을 지수에게 안겨주었으니 말이다. 사랑을 먼저 시작해놓고 이제는 먼저 가겠단다. 그들의 미래가 어떨지 잘 알면서도 사랑을 시작했지만 여전히 이별은 감내하기 힘들다. 하지만 아마 후회하진 않을것 같다. 종우의 마지막 가는 길을 손수 정성들여 준비하는 지수의 손은, 종우가 말대로 참 아름답고 예뻤다. 사랑하는 사람을 자신의 손으로 수의를 입혀주고 화장해주는 그 모습이 안타깝다는 생각도 들었다. 영화 "파랑주의보"에서도 할아버지가 된 장례사가 죽은 첫사랑의 마지막을 준비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 직업이 주는 큰 슬픔이자 축복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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