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코샤넬 - Coco before Chanel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코코샤넬이 자신만의 독자 브랜드를 만들고 패션계의 큰 혁명을 이룬 이야기, 그녀의 성공 스토리가 주된 이야기일 거라고 생각했다. 거기에 덧붙여 샤넬의 사생활과 사랑도 양념처럼 나올거라고 여겼는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생각과는 조금 다른 영화였다. 화려한 패션업계의 이야기를 기대하고 본 사람은 크게 만족스럽지 않을 정도로 이 영화는 샤넬의 사랑에 좀 더 초점을 맞추었다. 거기에 틈틈이 개성있는 패션 스타일을 만드는 샤넬의 모습이 나올 뿐이다. 비율을 따지면 6:4 정도 랄까? 완전한 사랑이야기도, 완전한 패션 이야기도 없어서 좀 밍숭맹숭 하지만 그리 나쁘진 않았다.  

샤넬의 어린 시절은 불우했다. 샤넬과 언니는 아버지에 의해 고아원에 맡겨졌고 이 기억은 그녀에게 큰 상처로 남았다. 방문객이 있는 사람은 따라 오라는 수녀님의 말에 당당히 따라나섰다가 (아버지가 당연히 올거라고 여겼던 샤넬) 자신을 찾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걸 안 순간의 쓸쓸한 뒷모습이 가슴아프게 다가온다. 자매는 고아원에서 배운 재봉 기술 덕분에 일도 하면서 술집에서 노래를 부른다. 이 당시만 해도 샤넬은 디자이너 보다는 배우가 되고 싶어했다. 하지만 하늘이 그녀에게 준 재능은 배우가 아니라 의상디자이너였다. 우연히 만난 에띠엔느 발장을 이용해 오디션 기회를 따냈지만 결과는 낙방이었으니 말이다.  

배우의 꿈은 좌절됐지만 그녀의 남다른 미적 감각과 실용적인 디자인은 점점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우스꽝스러울 정도로 많은 레이스와 장식으로 몸을 휘감았던 귀족 여성들과는 달리 그녀는 남성 셔츠와 커튼을 이용해 심플한 드레스를 만들어 입었고 단순하지만 아름다운 모자를 만들었다. 코르셋 때문에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한 여성들과는 반대로 그녀는 여성의 아름다운 몸의 곡선을 그대로 드러나게 했다. 불편한 여성용 승마 치마 대신 과감하게 승마 바지를 입었다.  

그리고 이런 샤넬의 능력을 높이 산 사람이 있었으니, 샤넬이 진정 사랑했던 남자 아서 카펠이 그 주인공이다. 샤넬에게 아낌없는 사랑을 베풀고 그녀의 디자인을 높이 평가했으며 가게를 열도록 후원을 한 사람. 비록 그들은 결혼 하지도 못했고, 비극적인 사고 때문에 평생 함께 하지도 못했지만 이 만남은 샤넬의 인생을 변화시켰다. 일과 사랑 모두 성공을 거두기 시작한 것이다. 그 당시 여성들은 남자에 의해 신분이 결정됐지만(샤넬의 언니처럼) 그녀는 아서 카펠과 동등한 입장에서 교류했다. 그렇기 때문에 그를 잃은 슬픔은 더 컸을 것이다.   

영화의 마지막은 오랜 시간이 흘러 성공을 한 샤넬의 모습이 나온다. 그녀의 작품들이 소개되고 모든 사람들의 박수가 쏟아지는 마지막 순간, 샤넬은 과거를 회상한다. 개인적으론 이 부분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급작스럽게 이야기를 매듭짓는 느낌이 났다. (샤넬을 더 나이들게 분장했으면 좋았을 것 같다.) 물론 너무 많은 이야기를 담기에는 시간 제약도 있고, 자칫 영화가 산만해질수 있는 단점도 있긴 하다. 하지만 샤넬의 젊은 시절만 담으려고 했다면 거기에 더 집중했으면 어땠을까? 좀 아쉽고 조금은 심심한 영화였다. 그래도 오드리 토투의 연기만은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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