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우 - Chaw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예전에 식인멧돼지를 소재로한 영화가 나온다는 소식을 들었을땐 무서운 괴수영화를 떠올렸었다. 하지만 감독이 '시실리 2km'를 만든 신정원 감독이라는걸 알고는 '정통 괴수 영화'는 아니겠지 싶었다. 그런데 또 포스터를 보니, 오바스러울정도로 공포스런 표정을 짓고 있는 배우들이 너무 진지해보여서 "코미디가 1g도 들어가지 않는 괴수영화인가?"싶었다.  

어쨌든 신정원 감독 때문에 장르가 좀 헷갈리긴 했다. 그리고 범상치 않을거라는것도 예감했다. 보통 괴수영화는 아닐거라는걸 말이다. 그렇게 많은 생각과 기대를 하고 봤는데 역시나 였다. 괴수영화의 탈을 쓴 코미디 영화가 바로 '차우'였다. 아마 포스터와 식인 멧돼지가 나온다는것만 알고 본 사람들은 배신감마저 느낄지도 모르겠다. 손에 땀이 나는 긴장과 공포를 느끼려고 봤는데, 상영 시간 내내 웃게 됐으니 말이다. 

무엇보다 식인 멧돼지 라는 이름 답지않게 멧돼지가 그리 무섭지 않았다. 처음엔 몸집이 거대하다고 느꼈는데, 후반으로 가면서 멧돼지의 완전한 모습을 보니 생각보다는 아담했다. CG기술도 약간 어설퍼서 간담이 서늘한 공포도 잘 느끼지 못했다. 그래도 멧돼지가 마을 회관을 공격하는 모습 등 긴장되는 순간도 몇 있었다. (그마저도 박순경 때문에 웃어버렸지만) 

하지만 그보다는 인간들의 행태에 더 많은 포커스가 맞춰져서,식인 멧돼지보다 인간이 더 무섭고 잔인해보일 정도였다. 마을에 '주말농장'을 유치하면서 뇌물을 받는 이장과 탐욕스러운 사람들. 전직 포수 천일만의 손녀가 멧돼지에게 죽게된것도 따지고보면 그녀를 풀숲에 던지고 간 뺑소니범들 때문이었다. 먹을것도 없고 살아갈 터전도 점차 잃게된 식인 멧돼지와 인간들중 과연 누가 괴물일까? 

그래서인지 멧돼지를 사냥하러가는 인간 무리들의 여정보다는 각 캐릭터가 보여주는 코믹함이 더 눈길이 갔다. 치매 어머니를 찾기위해 대열에 합류한 김순경, 식인 멧돼지에 관한 논문을 써서 이젠 교수 뒷바라지는 그만하고 싶은 생태연구원(유일한 홍일점이고, 어떻게보면 민폐 캐릭터이긴 한데 밉지않게 그려진다. 그리고 나중엔 도움도 되고..),죽은 손녀의 빛을 갚기위한 전직 포수 천일만(하지만 생각보다 별다른 활약이 없다),험상궂은 얼굴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백포수(이 영화의 로맨스를 담당하게 된다),뭐든지 주머니 속에 넣고 보는 알뜰남 신형사 등등..독특한 캐릭터들이 빚어내는 에피소드가 많은 웃음을 자아낸다.  

무엇보다 소외되는 캐릭터가 없다는게 가장 큰 장점인것 같다. 주로 주연과 조연으로 나뉘는데 이 영화에선 모두가 같은 비율의 비중을 갖고 있다. 그게 가장 마음에 든다. 그리고 코미디와 괴수영화 장르가 혼합된 영화임에도 이질감이 없고 무척 잘 짜여져있다는 느낌을 준다. 뜬금없이 코미디가 튀어나오는게 아니라 너무도 잘 스며들어있고,그러다가 긴장감있는 장면을 삽입하는 과정이 반복되는데 낯설지도,이상하지도 않다. 오히려 새로운 장르가 탄생한것 같고,신정원 감독만의 작품이 나온것 같아서 반가울 정도다. 이런 영화라면 앞으로도 계속 보게 될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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