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하다 죽어라 - 눈 푸른 외국인 출가 수행자들이 던지는 인생의 화두
현각.무량 외 지음, 청아.류시화 옮김 / 조화로운삶(위즈덤하우스) / 2008년 1월
평점 :
절판


'공부하다 죽어라'라는 제목이 너무 과격해서 수험생들에 관한 조언 같은 책인줄 알았다. 하지만 이 책은 우리가 하는 시험 공부가 아니라 불교 승려들이 이야기하는 인생 공부에 관한 법문이었다. 1년여동안 매달 둘째주 일요일에 한 법문을 이렇게 한권의 책으로 엮어내, 나 같은 독자들에게 쉽고 편안하게 읽을수 있는 기회를 줘 감사하다는 생각이 든다. 책을 읽으면서 나를 괴롭히는 번민들을 멀리 떨어져서 바라볼수 있게 되었고,그동안 잊고 지냈던 감사하는 마음과 수행의 방법을 되새기게 해 주었다. 

'비워야 채울수 있다'라는 말을 항상 기억하면서 살려고 노력하지만 그게 쉽지만은 않다. 죽을때 바리바리 싸가지고 갈것도 아닌데 욕심이 닿는한 사고 모으기 일쑤이다. 그렇다고 소유하는 기쁨이 오래 가는것도 아니다. 예쁜 그릇이 탐나 열심히 돈을 모아 사지만 그 기쁨은 너무도 짧고 다른걸 사고 싶은 욕심이 또 생긴다. 언제나 이런식의 반복이었다. 이 책에서 말하는것처럼 그것은 고통 그 자체이고 허무하다는 생각마저 든다. 우리는 대체 뭘 위해서 이런 집착을 반복하는걸까?

자동차,집,돈 등은 우리에게 기쁨과 만족을 주는것 같지만 실상은 고통만을 안겨준다고 스님들은 말한다. 지극히 당연한 말씀이다. 왜 우리는 그런 물질을 갖고 누리는게 큰 행복이라고 생각했던 것일까? 진정한 행복을 외부에서만 찾으려고 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우리가 영원히 살지 못하다는걸 항상 생각하면서 불교의 본질인 '무상'을 염두해두고 산다면 훨씬 다른 삶이 열릴것이다. 언제나 변하지 않는 그 무엇을 찾는 수행을 하면 내 삶은 풍요로워질 것이다.

어쩌면 이런 말이 너무 상투적이고, 그래서 쉽게 다가오지 않을지도 모른다. 누구나 아는 뻔한 이야기, 당연한 말처럼 여겨질 테니까. 하지만 스님들의 말씀을 들으면 무릎을 치게 되고 내가 어떤 삶을 살아야하는지에 대한 길잡이를 세울수 있다. 또 항상 나를 두렵게 하는 죽음에 대한 것도 스님의 말씀대로 이 몸은 단지 이 생을 살아가기 위한 수레라고 생각한다면 그리 두렵다는 생각이 안든다. 죽음은 슬픈게 아니라 우주로 돌아가는 생의 한 부분이기 때문에 두려워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물론 쉽지 많은 않겠지만 이런 수행을 계속해나가고 마음가짐을 갖춘다면 고통에서 해방될수 있을것이다.

푸른 눈의 외국인 승려들은 대부분 좋은 환경에서 자랐고 엘리트 지성인들이다. 또 집안이 독실한 크리스천이라 어린 시절 교회에 다녔던 분들도 계신다. 하지만 그들은 성경에서 자신들이 듣고 싶었던 말을 듣지 못했고,궁금했던 질문을 속시원하게 해결할수 없었다. 그러다 부처님의 가르침에 가슴이 뻥 뚫리는 경험을 했고 이제는 세계 각지를 돌아다니며 불교를 전파한다. 특히 아시아에서 불교가 기독교에 비해 소홀하게 대접받고,심지어 미신적인 종교라는 취급까지 받는 현상을 두고 많은 분들이 안타까워하셨다. 그리고 서양에선 기독교보다 불교가 더 과학적으로 여겨지고 점점 더 많은 불교신자가 생기고 있다면서, 오래전부터 불교를 믿어온 아시아 나라들은 축복이고 가꿔나가야 한다고 하셨다.

불교는 부처님을 믿는 종교가 아니다. 우리의 마음속엔 부처가 있기 때문에 그것을 가꿔나가는 수행을 하면 부처가 될수 있다고 말한다. 세상에 태어나는 순간부터 우리는 끝없는 고통속에서 살수밖에 없지만,수행을 통하면 그 고통에서 해방될수 있다. 난 그동안 다른 사람들의 평가에 상처받고, 내 자격지심에 슬퍼하고, 더 갖지 못한것에 신세 한탄하며 나 스스로를 절망의 구렁텅이에 떨어뜨렸다. 내가 상처받는건 항상 외부 요인이라고 생각해왔지만 정작 나를 번민에 빠뜨리게 한 대부분의 원인은 내 마음 이라는걸 미처 생각하진 못했다. 책을 읽으면서 '나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항상 던지면서 수행해야 함을 깨달았다. 당연히 쉽지 않은 질문이고 매일매일 승려들처럼 그 물음을 쫒을순 없지만 적어도 내 마음만은 조종하고 움직일수 있다는건 알았다. 아니, 꼭 그렇게 해야된다고 생각한다.

정말 행복하게 웃으면서 살고싶다. 그래서 난 죽는 순간까지 공부하고 수행할 것이다. 특히 요즘처럼 우울하고 힘든 시기엔 스님들의 말씀을 따르고 수행하면서 이겨나가는게 현명하다고 여겨진다. 나의 행복은 내 자신이 만들어가는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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