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백년 가게
이인우 지음 / 꼼지락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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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새 것이 헌 것보다 좋지만 우리 삶 어딘가에는 오래되고 낡은 것이 새 것보다 좋을 때가 간혹 있다. 오래 된 사람의 혜안이 젊은 사람의 것보다 나은 것도 그렇고, 오래 된 물건에 깃든 추억이 새 것보다 많은 것도 그렇고, 오래 된 가게가 새 것보다 평온하고 포근한 것도 그렇다. 이 책은 그런 포근한 가게들을 소개시켜주는 책이다.


이제는 찾아볼 수 없는 필방이나 대장간, 학림이라고 불리었던 곳, 몇 남지 않은 수제 양복점까지. 특히 백화점의 브랜드에서 맞춤양복을 주문하고 제작하는 시대에 대를 이어 수제 양복점을 운영한다는 것은 마지막 남은 자부심이자 직업정신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 더 애틋했다. 낡은 재단가위와 줄자를 들고 테일러의 마지막 후손인 양 한 땀 한 땀 정성으로 제작한 그 양복을 어떤 누가 쉽게 입고 쉽게 버릴 수 있을까. 그 장인정신에 청기와 양복점의 사장님께 박수를 보내고 싶어졌다.


또한 고서점 클림트는 꼭 한 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일단 <좋은 시절을 수집하는> 음반, 고서점 클림트라는 수식어가 너무 맘에 들었다. 헌책은 좋아하지 않지만 헌책이 주는 옛 시절의 느낌은 좋을 것 같았다. 얼마 전에 봤던 말모이라는 영화에서는 우리의 언어를 지키기 위해 죽음도 불사하고 달려들었다. 왜인지 모르게 그런 느낌을 줄 것 같은 공간이 바로 고서점이다. 어쩌면 폐기처분 될지도 모르는 헌책들을 지키고, 간직하고, 또 전해주는 그 사람들의 마음을 나 또한 지키고 싶었다.


클림트의 사장님은 작가와의 인터뷰에서 종이책에 대해 이렇게 얘기한다. 어느날 움베르토 에코의 인터뷰를 본 적이 있는데 거기서 에코는 종이책과 전자책을 높은 곳에서 떨어뜨려 보라고 했다. 그것이 종이책과 전자책의 차이라며 말이다. 이 말을 하며 클림트의 사장님은 그 때보다 저장장치의 기술은 발달했을 지 몰라도 불멸하는 것은 종이책이라고 얘기한다. 지나간 LP의 시대를 추억하며 다시 찾는 것처럼 언젠간 E북으로 넘어간 독서세대의 마음도 종이책이 다시 붙잡아올 수 있을 거라고 말이다. 나 또한 그렇게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백 년이라는 세월이 넘어도 아름다운 것이 존재할 수 있다고.


이 책은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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