펭귄 하이웨이
모리미 토미히코 지음, 서혜영 옮김 / 작가정신 / 2018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한 때 펭귄에 미쳐서 살았던 적이 있다. 아기자기한 펭귄 스티커 수집은 물론이고 주위에도 퍼진 펭귄 사랑에 펭귄 손그림을 선물 받는 일도 잦았다. 그 시절이 지나 한참을 흘러왔을 때 더이상 나는 펭귄에 죽고 펭귄에 사는 그 시절의 소녀가 아니게 되었지만 그럼에도 간혹 펭귄을 보면 그 시절의 추억에 빠져들 때가 있었다. 이 책을 처음 봤을 때가 그렇다.


표지의 귀여운 얼굴을 본 뒤라 그런지 책장을 처음 펼쳤을 때 묘사되는 애늙은이같은 아오야마의 모습도 어딘지 모르게 산뜻하다. 표지만 봐서는 알 수 없던 이 제목의 의미는 의외로 정직해서 더 기억에 남았다. 펭귄이 바다에서 육지로 올라올 때의 길, 그것이 바로 펭귄 하이웨이다. 이 책을 읽으며 가장 먼저 남극의 주변에만 살며 절대로 도시에서 볼 수 없는 펭귄을 아스팔트 바닥 한복판에서 보았을 때 나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 하는 고민을 해봤다. 아마 귀여운 것은 잠깐이고 어딘가 바이러스를 갖고 있는 건 아닐까, 햇볕을 세게 받고 죽어버리는 건 아닐까, 119에 신고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등등의 현실적인 생각을 할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한 차례 거치고 보니 아이들의 시선으로 본 이 책이 더 순수하고 깊이 와닿았다. 특히 도시에 나타난 펭귄의 존재를 하나하나 연구한다는 아오야마와 우치다의 연구 계획 속에 신고한다거나, 제보한다거나 하는 세속적 고민이 없는 것이 더더욱 귀엽고 신선했다.


책에 나오는 '누나'의 정체는 중반을 넘어가도록 이해하지 못했다. 판타지라는 것을 충분히 인지하고 봤음에도 여러 번 놀라고 여러 번 다시 보게 만드는 매력은 바로 이 누나로부터 발산되었다. 던진 콜라캔에서 펭귄이 나왔을 때는 아오야마의 환상과 연관이 있지 않을까 했지만 그 뒤에 박쥐를, 또 우산에서 다시 펭귄들을 내보냈을 때는 이 누나의 존재가 키포인트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아오야마는 책에서 펭귄 에너지라는 것으로 누나의 존재를 입증한다. 바다가 커지면 누나는 건강해지고, 바다가 작아지면 누나는 기운이 없다. 라는 가설로 시작된 아오야마의 이론은 '누나'를 '누나'로서 있게하는 중요한 자원이었을 것이다.


"나는 펭귄을 만들어. 그렇다면 나는 누가 만들까?" 누나가 인간이 아님을 시인하는 것과 다름없는 이 말은 아오야마에게 별로 놀라운 일이 아니었다. 인간이 아니어도 좋아하는 마음은 변함이 없는 순수함이 제법 부럽게 느껴졌다. 나는 원래 원작인 책을 애니메이션으로 보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 남들 다 본다는 스포츠 만화도 애니메이션 대신 만화책으로 정독하곤 한다. 이 책 또한 마음에 드는 애니메이션을 애니메이션으로 보기 뭐해 선택한 책이었지만 이 내용 그대로 담긴 작품이라면 한 번은 도전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