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어 (무삭제 완역본) 현대지성 클래식 23
공자 지음, 소준섭 옮김 / 현대지성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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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고전문학에 관심을 갖게 된 건 우리나라에도 사극 열풍이 불던 그 시절이었다. 그 중에서도 유난히 조선시대에 꽂혔고 또 그 중에서도 내가 가장 좋아했던 시기는 영정조, 그리고 그 전의 효현숙경종 치하 시대였다. 서문을 이렇게 시작하자니 논어와 무슨 상관이냐 싶겠지만 사실 그 시대를 탐구하면서 내가 가진 소소한 취미는 바로 시대극 시나리오를 작성하는 것이었다. 망상은 고독했지만 즐거웠고 그 망상 속에서 빠져 사는 하루하루가 내게는 한 편의 드라마와도 같았다. 나는 조선시대의 공주도 되었다가, 왕비도 되었고, 평민도 되었다가, 남자도 되었다. 으레 소설에 등장하는 평범한 캐릭터인 듯 싶으나 사실은 이들 모두에게는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비범한 설정이 하나 있었다. 바로 학문의 깨우침이 깊었다는 것이다.


그 시절 많은 역사소설을 탐독하면서 느낀 것은 가벼운 로맨스 소설조차 어렵게 나누는 담화가 하나는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었다. 그것이 명심보감의 한 구절이 될 수도 있고, 저자의 뛰어난 고증으로 이룩해낸 명대사일수도 있지만 나는 그것 자체에 커다란 매력과 흥미를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고전 문학에 빠져 들었다.


사실 <논어>의 내용을 설명하자면 장황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평가할 수 없는 학자의 글이다. 한 시대의 정론으로 위풍당당하게 견뎌와준 그 글을 21세기에 사는 그 누가 평가할 수 있으랴. 해서 나는 논어와 공자를 떠나 왜 '현대지성'의 책을 선택해야 하는가를 얘기하고 싶다. 위에서 말했다시피 고전문학에 지대한 관심이 있는 나는 교양 수업으로 명심보감과 논어의 전반을 교재를 통해 익힐 수 있었다. 그러나 교수님이 강의주수에 맞추어 직접 편집한 교재는 나의 열망을 채워주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간단한 원문과 해석만 있는 그것이 깊은 깨달음을 원하는 사람에게 도움이 될 리 만무했던 것이다. 그 후로 근처의 대형서점을 다 뒤져 직접 실물로 보고 펼쳐 판단했지만 내 마음에 꽂히는 책은 찾아볼 수 없었다.


그러던 와중에 현대지성의 논어를 만날 수 있었다. 내가 논어 교재를 구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두 가지였다. 쉽게 필사할 수 있는가, 그리고 그 시절에 전하고자 하던 의미를 오역없이 담았는가. 대부분의 논어 교재에서는 전해져 내려오는 한자 그대로 직독직해 하는 경우가 많았다. 물론 과거로 건너가 공자를 만나고 오지 않는 이상 틀렸는지, 맞았는지는 정확하게 알 수는 없으나 그럼에도 고증이 철저하게 된 책을 만나고 싶은 것이다. 쓰임새나 뜻이 바뀐 한자를 요즘 시대에 사용하는 음독으로 풀이하지는 않았는지, 문맥에 끼워넣어 풀이한 것은 아닌지 확인하면서 말이다. 한자 또한 한 글자만 해석을 잘못해도 아예 다른 뜻이 되어버린다. 현대지성은 이런 면에서 볼 때 완벽에 가까웠다. 어느 단어가 어느 의미로 쓰여졌는지 그 당시의 언어상황을 통해서 유동적으로 설명해주고 해석해준다. 논어야 기본적인 윤리 교과서이니 좋은 말만 써있겠지만 마음에 박히는 크기가 갈리는 것이다. 너무 풀지도 않고, 너무 어렵지도 않은 현대지성의 논어. 이것이 내 인생 고전문학 교과서가 되었다는 사실이 만족스럽기 그지 없다.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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