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사관저의 담장 너머 - 30년 외교관 부인의 7개국 오디세이
홍나미 지음 / 렛츠북 / 2018년 10월
평점 :
절판


요즘같은 부동산 불황 시대에 내가 가장 부러워하는 직업은 청와대가 딸려오는 대통령이나 사택이 주어지는 군인, 그리고 대사관이 제공되는 외교관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 책은 그 대사관에서 외교관의 부인으로 30년을 산 한 여자의 인생을 담은 책이다. 사실 외교관이라는 직업에 대해서는 국가 간의 대외적인 업무를 담당한다는 것만 알고 있었지 크고 뚜렷한 사전지식이 전혀 없던 상태였기에 이 책을 읽기 힘들지 않을까 싶었는데 대사보다 대사의 부인이 중심인 이야기여서 그런지 재미있게 술술 읽을 수 있었다.


외교관은 우리가 여행하면서 어려운 일이 처할 때 도움을 청할 수 있는 대사관에서 근무한다. 그렇기 때문에 해외에서 근무하는 외교관에게는 이 대사관이 곧 집이 된다. <대사관 저의 담장 너머>는 이런 대사관을 나와 근무지를 행복하게 즐기는 저자의 마음을 가장 잘 대변해주는 제목이다.


사실 여행을 좋아하는 그 어떤 사람이라도 한 국가에 정착해서 적응한 직후에 또 다른 국가로 이동하는 것을 반복한다면 지치기도 하고 질리기도 할 것이다. 아마 나였으면 오래 못가서 난 한국에, 남편은 근무지에서 생활하고 있었을 지도 모른다. 저자 또한 모든 일이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가고 싶지 않았던 나라도 있었고 힘겹게 잡은 커리어를 잃고 싶지도 않았다. 다만 그 위에 남편과 가족을 위한 희생이 있지 않았나 싶다.


나는 사실 이 책을 보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남편의 신분이 아내의 신분을 대변하는 현상은 없어진 지 오래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남편보다 더 유능한 아내가 많아졌을뿐더러 아노미 현상이 극심한 정체를 이루던 '그 시절'보다는 확연히 나아졌다는 자부심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단 한 가지 망각한 게 있다면 저자가 외교관의 부인으로 산 건 30년 전부터였다는 것과 그 시절이 '그 시절'이라는 것이었다.


해외에서 근무하는 동안 다른 나라의 대사관 부인들과도 어울려 지냈어야 하고, 틈틈히 파티도 열어야 했고, 다른 대사관 부인들에게 우리나라의 장점들을 소개시켜줘야 했고, 심지어 대통령 내외가 방문하면 그들을 환대하기도 해야 했다. 정말 다시 생각하지만 나였다면 절대 이루지 못할 일이다. 저자는 이 모든 일을 학생이던 시절부터 30여 년을 계속해왔다. 외교관이신 부군께 가장 힘이 되는 어시스턴트인 셈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감탄했던 부분은 각 국의 특징을 각 국의 대사 부인을 통해서 알 수 있었다는 점이다. 특히 어느 나라의 대사 부인들은 중요 행사에 참석할 때 피부 화장은 안해도 눈화장은 강하게 한다는 점이 유독 그랬다. 또 아랍권 부인들이 히잡을 쓰는 대신 다른 것을 통해 욕구를 분출하는 것도 흥미로웠다. 그저 귀빈들의 다과회라고 여겼던 모임이었는데 알고보니 그 안에서도 부인들끼리 패션이나 화장 등으로 알게 모르게 경쟁한다는 사실이 다른 사람들과 다를 것 없어보였다. 나 또한 무의식적으로 대통령 내외를 영접하는 대사 부인과 나 사이의 신분의 벽을 만들었던 것이다. 그 좋지 않은 사상이 이 책을 읽으며 비로소 깨닫게 되고, 깨지게 되었다는 것이 신기했다.


각 국을 설명한 여행책이나 여행하면서 느낀 점이 가득한 여행 산문집은 수두룩하게 읽었지만 이런 느낌의 작품은 처음이었다. 물론 국가의 특징이나 여행갈 때 들고 가기 좋은 도서란 느낌은 아니었지만 내 생활이 무료해질 때 한 번씩 꺼내어 맛볼 수 있는 잔잔함이 마음에 박혀온다. 아마도 조만간 이 책을 다시 꺼낼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이 책은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