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죽음을 두려워할 필요 없는가 - 정현채 서울대 의대 교수가 말하는 홀가분한 죽음, 그리고 그 이후
정현채 지음 / 비아북 / 2018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세상에 단 한 가지, 가난한 사람이든, 부자인 사람이든, 유명하든, 유명하지 않든, 범죄를 저질렀든, 저지르지 않았든 그 모든 격차를 무시하듯 그 누구도 피해가지 못하는 것이 하나 있다. 바로 죽음이다.

 

내가 이 책을 읽게 된 계기는 생각만 해도 웃음이 나오는 유쾌한 일화 때문이었다. 잔병치레가 많은 나는 유난히 콜록대는 날이 많았는데 그 때마다 장난처럼 나 죽으면 울지 말고 날 잊어줘.’라는 말을 하곤 했었다. 그러면 그 아이는 그 때마다 그런 얘기 하지 마. 죽음 진짜 무서워.’라며 울먹거린다. 나는 그게 또 웃겨서 더 짓궂게 놀렸다. 이 책은 그 아이를 위해 선택한 책이었다. 그러나 이 책을 펼치고 난 후에 나는 정작 내가 더 깊이 빠져 들어가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우리나라에서 제일이라는 서울대, 그 중에서도 의대, 그 중에서도 바늘구멍 같은 모교 교수직. 저자의 명예와 직함이 과학 위에 서있는 건 아니겠지만 그럼에도 저자의 지식과 학력은 이 책에 대한 어느 정도의 신뢰를 주기에는 충분했다. 사후세계에 대해서 전혀 생각도 안했던 나 같은 독자에게는 더욱 그럴 것이다. (특히 작가의 말 중 '책으로 이어진 인연에 감사드린다.'는 말이 참 마음에 와닿아 더 믿고 싶었던 점도 없다고는 못한다.)

    

 

사후세계라고 하면 내가 생각나는 것은 학창시절 즐겨 읽었던 판타지 소설에나 나오는 정말 말 그대로의 환상과 상상이 전부인 곳이었다. 그런데 그 세계가 진짜일 수도 있다고 한다. 믿거나 말거나 하는 식으로나 들었던 유체이탈이나 터널을 지나 보이는 흰 빛 등이 일정하지 않은 장소에서 빈번하게 일어나는 현상이라고 말이다. 실로 경이롭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나는 이 현상이 죽음을 맞아 육체를 등지기 전, 자신의 평생을 함께 보냈던 육체에 대한 마지막 작별인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살아생전 한 번도 마주할 수 없는 본인의 신체 전부를 볼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지는 건 아닐까? 이런 생각을 하니 죽음도 영 고통스럽기만 한 것은 아니라는 마음이 새록새록 피어올랐다.

 

죽음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 호상이라고들 얘기하는 자연사, 의식 없이 병원에서 맞이하는 객사, 그리고 가장 피하고 싶은 고통스러운 죽음. 크게 이렇게 나눌 수 있지만 사실 죽음에는 한 종류가 더 있다. 바로 안락사이다. 이 책에서 작가는 안락사에 대하여 긍정적으로 얘기한다. 내 생각 또한 그렇다. 나는 동물이든, 사람이든 안락사는 꼭 필요한 죽음 중에 하나라고 생각한다. 물론 절대 악용이 되어서는 안 되는 것 중 하나이기도 하다. 작가의 말대로 꼭 필요한 순간, 전혀 가망이 없고 환자는 매우 고통스러워하는 그 순간 사람은 평온하게 죽음을 맞이할 권리가 있다. 그 권리를 법이 막고 있다는 사실은 꽤 통탄스러운 일이기도 하다. 그러면서도 또 한 편으로는 안락사가 법적으로 허용이 된다면 여러 면에서 문제가 생겨 미리 예방하는 차원에서 필요하다는 생각도 드니 여전히 참 복잡한 논제임에는 변함이 없는 것 같다. 모두가 편안하고 두렵지 않은 죽음을 맞이했으면 좋겠다는 내 생각은 헛되고 어린 허상일 뿐일까?

 

우리는 영적인 체험을 하는 인간이 아니라, 인간 체험을 하고 있는 영적인 존재이다. -테야를 드 샤르댕 신부

 

왜인지 이 말이 독서 내내 가슴에 박혀 또 다른 면에서의 생각에 깊어지는 날이었다.

 

 

본 게시물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된 게시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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