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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과 글쓰기 - 버지니아 울프의 에세이와 문장들
버지니아 울프 지음, 박명숙 옮김 / 북바이북 / 2022년 5월
평점 :

대표적인 여성 작가 버지니아 울프의 에세이와 명문장을 박명숙님께서 엮고 옮긴 책이다. 버지니아 울프가 20세기를 대표하는 작가라고 알고 있지만 정작 그녀의 책을 제대로 읽은 적은 없는 것 같다. 그녀는 19세기의 전통적인 소설의 방식을 벗어나서 의식의 흐름이라는 독특한 서술 기법으로 작품을 썼다고 한다. 영국 런던에서 태어났고, 작가이자 비평가, 역사가인 아버지를 둔 덕분에 아버지의 책을 읽으며 문학에 대한 식견을 넓힐 수 있었다. 그 시대에 여성의 사회적 지위는 높지 않았고, 학문의 기회도 많지 않았기 때문에 이러한 가정 환경이 주어지지 않았다면 그녀의 문학적 재능이 빛을 발할 기회가 없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1882년에 태어나 1941년에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는 글을 보면서 전쟁과 어머니의 죽음을 겪으며 그녀가 얼마나 불안한 상황에서 살았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런 불안하고 복잡한 현실에서 삶과 여성으로서의 삶에 대해서 많은 고민의 시간을 가졌을 것이다. 그 시간의 결과가 이렇게 글로 남겨졌다고 생각하며 글을 읽으니 한 문장 한 문장이 더 절실하게 와닿는다.

1부는 자기만의 방과 여섯 편의 에세이가 실려 있다. 여성의 직업, 여성과 픽션, 여성 소설가들 등 에세이는 모두 여성과 관련된 주제이다. 버지니아 울프의 글이 즐기며 읽기에는 다소 어렵다는 평이 있는데 그것이 의식의 흐름 기법 때문이라고 한다. '의식의 흐름'이란 화자나 등장인물의 머릿속을 물처럼 흘러가며 수많은 생각과 감정을 포착하고 그리는 서술 방법이라고 한다. 기존의 시간의 흐름 방식의 서술에 익숙했던 독자에게는 그것이 생소하면서 참신하게 다가왔을 것이다. 여성이 픽션을 쓰고 싶다면 돈과 자기만의 방을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지금은 돈과 자기만의 방 둘다 가지기 전혀 어려운 것이 아니지만, 그 당시에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남성과 여성 모두에게 삶은 고되고 어렵고 끊임없는 투쟁이다. 산다는 것은 엄청난 용기와 힘을 요구한다. 어쩌면 그 무엇보다 자기확신을 요하는 일인지도 모른다. 자신감 없이는 우린 요람 속 아기와 다를 바 없다." 이 부분이 기억에 남는다. 여성은 수세기 동안 남성의 모습을 두 배로 커 보이게 하는 기분 좋은 마력을 지닌 거울 역할을 해왔고, 그 거울은 모든 맹렬하고 영웅적인 행위에 필수적이었다. 그래서 나폴레옹과 무솔리니가 여성의 열등함을 그토록 강조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100여년 전을 살았던 그녀가 여성의 존재와 지위에 대한 세상의 생각을 통찰할 수 있었다는 사실이 놀랍다. 나는 이 사회에서 여성으로서의 삶에 대해 비판없이 받아들이며 살아왔다. 이 글을 통해 이 세상에 여성이 어떤 역할을 해왔고, 어떤 존재였으며 앞으로 어떤 생각을 갖고 살아가야할지 알 수 있었다. 그동안 읽었던 페미니즘 책들과는 정말 다른 시각으로 여성을 말한다. 아이가 조금더 자라 이 글을 이해할 수 있을 나이가 되면 꼭 읽게 하고 싶다.

2부에서는 버지니아 울프의 349개의 문장을 한글과 영문으로 그대로 실어두었다. 문장으로 그대로 만나니 그녀의 생각을 그대로 듣고 있는 것 같아서 참 좋다.
"서두를 필요가 없습니다. 반짝일 필요도 없습니다. 자기 자신이 아닌 다른 누군가가 될 필요도 없습니다. No need to hurry. No need to sparkle. No need to be anybody but oneself. A Room of One's Own(Chapter1)" 455쪽
그 어떤 책에서 읽었던 감상적인 문구보다도 더 내 마음에 감동을 주고 용기를 주는 문장이다. 책제목이 '여성과 글쓰기'라서 다소 딱딱한 느낌이라 손이 가지 않을 수 있는데 항상 곁에 두고 읽고 싶을만큼 좋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쓴 후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