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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교수와 함께하는 10대를 위한 교양 수업 1 - 유성호 교수님이 들려주는 법의학 이야기 ㅣ 서울대 교수와 함께하는 10대를 위한 교양 수업 1
유성호.박여운 지음, 신병근 그림 / 아울북 / 2023년 1월
평점 :
"법의학자는 죽은 사람의 마지막 목소리를 듣는 의사입니다"
'서울대 교수와 함께 하는 10대를 위한 교양 수업' 시리즈가 생겨서 정말 반갑다. 이제 본격적으로 진로를 찾아가야할 청소년에게 자신의 꿈을 찾는데 도움이 될 수 있는 책이다. 아직 자신이 어떤 재능이 있고, 무엇에 관심이 있는지 모르는 청소년이 실제 그 분야의 학문을 깊이 있게 연구한 학자에게 지식과 가르침을 들을 수 있다는 것은 아주 소중한 기회이다. 물론 아이 스스로는 진로 관련 책을 찾아 읽으려고 하지 않을테니 부모가 먼저 읽고 추천해주면 좋을 것 이다. 이 시리즈의 첫 번째 주제가 바로 '법의학'이다. 이 분야는 누구나 솔깃하며 관심을 가질 것 같다.
영화에서 범죄의 흔적을 찾아 사건의 실마리를 풀어가는 법의학자를 종종 만날 수 있다. 절대 해결할 수 없는 완전범죄 같아 보였지만 아주 작은 단서로도 살인사건인지, 누가 범인인지 밝혀내는 모습에 놀라고 대단해보인다. 내가 법의학자라는 직업을 가졌다면 저 일을 제대로 해낼 수 있었을까라는 생각을 할만큼 아무나 할 수 없는 일 같다. TV, 뉴스, 영화에서 자주 듣게 되는 사건 사고이지만 우리가 직접 그런 사건을 겪거나 법의학자를 만나는 일은 거의 없기 때문에 법의학은 생소한 분야이다.
이 책을 읽게 된 것은 유퀴즈에서 유성호 교수님을 만났기 때문이다. 우리는 법의학을 호기심으로 바라본다. 그런데 유성호 교수님은 망자들의 안타까움과 진실을 풀어주어야겠다는 사명감으로 절실한 마음을 가지고 법의학자의 일을 한다는 것이 느껴져서 그 분이 들려주는 법의학 이야기는 어떠할지 궁금했다.
"죽은 사람의 말을 듣는 의사, 과학으로 범인을 밝힌다. 죽은 사람의 마지막 권리, 완전 범죄는 불가능하다, 역사를 바꾼 죽음, 죽음을 통해 삶을 배운다." 이렇게 6개의 장으로 내용이 구성되어 있다. '학문'에 대해 딱딱하게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유성호 교수님이 법의학자가 되기 까지의 과정과 여러 사건을 만나고 부검을 한 경험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들려주듯이 내용을 쉽게 전달해준다. 법의학자도 보통 의사들과 같이 의과대학을 나오고, 레지던트에서 병리학을 공부하여 병리학 전문의가 된 후 법의학 대학원에서 박사 과정을 밟는다고 한다. 과학수사연구원에서 일하는 법의학자는 법의관이라고 하는데 법의관은 수사에 필요한 부검을 많이 하고, 법의학자는 연구와 강의를 더 많이 한다. 관련 직업으로는 검시조사관, 법의간호사도 있다고 한다.
부검을 하는 과정도 아주 세세하게 알려준다. 검안과 해부를 하는 순서를 담담한 어투로 들려주는데 장면을 상상해보면 매우 진지하고, 어려운 일일 것 같다. 저자는 첫 부검을 할 때 덤덤한 마음이었다고 하는데 그것이 법의학자가 갖춰야 할 기초 자격이라고 한다.
불과 10~20년 전에 해결하지 못했던 미제사건들이 과학수사가 시작되면서 해결되는 경우를 뉴스에서 종종 볼 때가 있다. 진실을 밝히는 과정이 쉽지 않지만 억울한 누군가의 진실을 밝혀냈을 때의 보람은 정말 말로는 다 표현하지 못할 것이다.
마지막 장에서 매일 죽음을 마주하는 법의학자로서 삶을 대하는 자세를 들려주는데 그 부분이 참 감동적이다. 슬프고 화나는 일은 빨리 잊어버리고, 실수하고 잘못한 일은 얼른 반성하고, 옛날 일은 잊고 앞으로 난 길을 향해서 걸어가며 오늘 하루도 행복해야 할 이유를 생각하며 삶으로서의 죽음을 생각해 보라는 유성호 교수님의 말씀이 책을 읽는 10대에게도 많은 깨달음을 줄 것 같다.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책을 읽고 쓴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