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단에 뽑히고 쓰는 두 번째 서평.
이번에 읽게 된 소설은 정세랑 작가님의 <옥상에서 만나요>에 실린 '이혼 세일'이었다.
단편의 제목이 '이혼 세일'인 이유는, 이혼을 결심한 이재가 자신의 친구들에게 그동안 자신이 결혼 생활 동안 갖고 있었던 물건을 싸게 팔았기 때문이다. 정말 객관적이고 깔끔한 제목이 아닐 수 없다. 이 담백함은 이재와 가장 비슷한 성질이 아닐까 생각했다. 소설을 읽으면 알 수 있듯이 이재는 너무나도 담백한 사람이기 때문에.
소설엔 총 여섯 명의 여자들이 나오고, 그들은 전부 학창시절의 친구였으며, 각자의 사정을 가진 어른이 되었다. 현실의 우리들처럼 제각각의 삶을 살고, 제각각의 생각을 가진 다섯 사람들을 엮는 매개체는 이재다. 그들은 이재의 이혼 세일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이재를 떠올린다.
독특하고, 특출나고, 무난하면서도, 어딘지 빛이 나는, 사랑할 수밖에 없는 친구를.
이혼세일을 읽으면서 가장 감탄했던 부분은 사람의 감정과 사고가 명확하게 그려진 부분이었다. 나는 사람들의 생각, 감정, 치부 따위를 명확한 단어나 문장으로 담담하게 적은 글을 읽는 것을 즐긴다. 가려운 곳을 시원하게 긁어주는 것 같기도 하고, 무엇보다도 정의되지 않은 추상을 구체화하는 데서 오는 카타르시스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남에게 보이고 싶지 않은, 나의 진솔한 감정(굳이 선하지 않더라도)을 정확히 적어내리는 것을 좋아하는데, 이 소설은 충분히 정확하게 담담하게 아무렇지 않게 그러한 부분을 그렸다. 그런 의미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부분은 아영과 지원의 이야기. 등장인물들의 성격이 각각 다르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은 누구의 이야기를 가장 좋아할지 궁금하다.
누군가를 동경하면서도 사랑하고, 사랑하면서도 질투하지 않고(여기서 질투란, 내 사고도 마비시킬 정도로 지독한 것), 질투하지 않으면서도 동경하는 관계란 존재할 수 있을까. 사실은 잘 모르겠다. 내가 너무나도 편협한 사람이라서 그런지 아직까지 그런 식의 완벽한 관계를 가져본 적이 없다. 물론, 그 이전에 존재조차 할 수 없다고 생각하지만. 왜냐면 동경, 사랑, 질투하지 않음이 하나의 관계로 굳어지려면 마땅히 그것을 가질 법한 사람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관계의 가운데에 있는 이재도 마냥 행복하진 않은 사람이다. 그의 남편 때문에.
그러나 작품은 철저히 여섯 명의 여자들을 중심으로 돌아간다. 다섯이 보는 하나와 여섯의 시선으로 보는 세계. 각기 다른 성격과 삶을 가진 여섯 여자들이 무난하게 뭉쳐 굴러가며 살아가고, 이해하지 못해도 수용하고, 부러워하되 흠집 내지 않고, 누군가의 나아감을 걱정하는 동시에 축하하며 함께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 소설이 좋았다.
언젠가 나도 나이가 들어 이들과 같은 나이대, 혹은 그 이상의 나이대가 되었을 때 진심으로 내 주변의 모든 이들의 결정과 삶을 축하해주고 지지해주고 싶단 생각이 들어서.
이번 달 23일에 본품이 발매된다고 한다. 다른 이야기들은 얼마나 다정할지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