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고흐의 누이들
빌럼 얀 페를린던 지음, 김산하 옮김 / 만복당 / 2022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테오에 가려진 고흐의 누이들 이야기. 한 번도 접해보지 못한 내용이라 펀딩을 지나칠 수 없었다. 이들의 이야기는 왜 제대로 전해지지 못한걸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인간은 왜 잔인해지는가 - 타인을 대상화하는 인간
존 M. 렉터 지음, 양미래 옮김 / 교유서가 / 2021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동상이몽이란 말이 있다. 같은 자리에 자면서도 다른 꿈을 꾼다는 뜻의 이 말 속에 숨은 뜻은 겉으로는 같이 행동하면서도 속으로는 각기 딴 생각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건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우리 생각보다 인간은 훨씬 복잡한 존재이기에 분명 같은 사람에게서 나온 말고 행동은 쉬이 엇박자를 낸다. 일찍이 플라톤이 <국가>에서 설명한 '동굴의 비유'로 이를 이해하면 수월할 것이다. 플라톤의 예시에서 동굴에 갇힌 사람은 벽에 비친 '그림자'를 보고 그 대상을 파악한다. 우리는 어두컴컴한 동굴에 갇혀 있지 않고 자유롭게 바깥 세상에서 사는 존재들이지만 사실 우리의 시선과 사고, 행동은 동굴에 갇힌 이와 별반 다를 바 없다. 즉 어떤 사물과 사람의 단면만 보고 전체를 판단하는 이른바 '부분과 전체의 오류'를 너무도 쉽게 범하는 것이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의 속은 모르는 것처럼 타인은 복잡함 그 자체다. 나도 나 자신을 이해하지 못하는 판국에 어떻게 남을 진정으로 이해한단 말인가. 그래서 '대상화(objectification)'이라는 도구가 등장한다. 쉽게 말하면 일종의 선긋기다. 나와는 다른 측면히 확실히 드러나도록 어떤 기준을 설정하고, 그 기준을 잣대로 타인을 재단한다. 이를 통해 사람이 자기에게는 관대하면서도 남에게는 유독 엄격해지는 이유를 설명할 수 있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의 분야를 막론하고 요즘 양극화라는 현상이 두드러지는 것처럼 보인다. 나와는 정치 성향이 다른 사람들을 공공연히 비방하고, 나보다 빈곤한 사람을 조롱하며, 곤경에 처한 사람은 더 이상 이해의 대상이 되지 못한다. 공감, 상생, 협력과 같은 가치는 날이 갈수록 설 자리를 잃는다. 최근 들어 더욱 두드러지는 혐오라는 감정과 행위가 원래 인간의 본성인지는 여전히 논쟁거리이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우리는 대상을 전체적으로 인식하기 보다는 눈에 보이는 일면만으로 모든 것을 판단하기 너무 쉬운 상황에 놓여있다는 점이다. 


  책에서는 획기적인 해답을 제시하진 못한다. 사실 한 사람이 해결하기엔 너무 힘든 문제다. 다만 여러 학문에서 논의된 실증적인 결과물들을 제시해 우리에게 더 큰 선택지를 제시해주어 동굴 밖으로 빠져나오는 데에 도움을 주고 있다. 언제까지고 어두컴컴한 동굴 안에만 갇혀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완전한 객관화 같은 이데아에 다다르진 못할 지라도 최소한 대상화를 벗어나려는 노력은 해야 하지 않을까.



*. 교유당 서포터즈 활동으로 이 책을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청춘, 여름, 꿈의 무대 고시엔 - 100년 역사의 고교야구로 본 일본의 빛과 그림자
한성윤 지음 / 싱긋 / 2022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야구는 몇 명이서 하는 스포츠인지도 잘 모를 정도로 거리가 멀었던 내가 야구에 관심을 가지게 된 건 중학생 때의 일이다. 주말마다 친구집에 삼삼오오 모여 PS2를 가지고 놀던 것이 당시의 일과였는데, 여럿이 즐기기엔 스포츠 게임만 한 것이 없었다. 스포츠에 전혀 관심이 없던 내가 <위닝일레븐>을 하면서 해외 축구를 챙겨보고 선수 이름을 외웠다. 마찬가지로 야구는 <MLB 더 쇼>라는 게임을 하면서 규칙을 익혔는데 현지화가 되어 있지 않다 보니 게임을 할 때마다 영어를 읽어야만 했던 게 여간 고역이 아니었다. 내가 중학생일 때 지금과는 달리 롯데 자이언츠의 성적도 좋고 인기도 훨씬 많았던 때라 KBO 중계를 보면 좋았겠으나 학원에 있을 시간과 겹쳐서 생중계를 제대로 볼 수가 없었다. MLB는 미국과의 시차 때문에 도저히 제때 챙겨보기가 무리였다. 게임도 TV도 아닌 뭔가 다른 매체가 필요했다. 그래야 더 몰입이 잘될 거 같았다. 


  집 근처 만화방에서 알바를 하던 누나 덕분에 만화책은 원하는 만큼 읽을 수 있었던 나는 <메이저>라는 만화를 알게 되었다(그때는 책에 언급된<H2>나 <터치>는 물론 <다이아몬드 에이스>나 <크게 휘두르며>같은 다른 야구 만화를 몰랐다...). 제목 그대로 주인공이 최고의 야구 리그인 메이저리그에 진출해서 활약하는 내용인데 일본 학생인 이상 청소년 시기의 목표는 단연 고시엔이었다. 소년 만화인 이상 주인공이 전국 대회에서 우승을 노리는 건 당연한 얘기다. 그런데 작중에서 묘사된 고시엔을 보면 단순한 고교야구 대회가 아니었다. 고시엔이 도대체 뭐길래? 그 땐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넘겼던 의문이 마음 한 구석에 자그맣게 남아있었는데, 이번에 <청춘, 여름, 꿈의 무대 고시엔>을 읽고 해소가 되었다. 


  고시엔은 일본 고교야구 전국대회를 일컫는 말인데, 대회가 열리는 장소가 바로 프로 구단 한신 타이거스의 홈구장인 고시엔이기에 그런 약칭이 굳어졌다. 마이니치 신문이 주최하는 3월 봄의 고시엔과 아사히 신문이 주최하는 8월 여름 고시엔으로 나뉜다. 봄의 고시엔도 엄청나게 인기가 많지만 여름의 고시엔은 상상 이상이다. 일본 전 국민이 관심을 기울이는 대회가 바로 여름 고시엔이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청룡기나 봉황기 같은 고교야구 대회가 인기가 많았다지만 그건 프로야구 출범 이전의 이야기고, 요즘은 챙겨보는 사람들만 보는 대회가 된 걸로 알고 있다. 그렇다면 도대체 일본 사람들은 왜, 프로야구의 인기가 엄청남에도 아직 불완전하고 미성숙한 고등학생들이 참가하는 대회에 그렇게 국민적인 관심을 기울이는 걸까?   


  몇 달이나 진행되는 리그제 경기와는 달리 고시엔은 토너먼트다. 한 번이라도 패배하면 그 해는 그걸로 끝이다. 그런데 고시엔 본선에 출전하려면 지역예선을 거쳐야 하는데, 학교 수가 많은 도쿄와 홋카이도는 2팀씩 진출 가능하지만 그 외의 현에서는 우승팀만 진출 가능하다. 즉 고시엔은 우승을 위해서 예선부터 본선까지 단 한 번의 패배도 용납할 수 없는 시스템이다. 그런데 일본의 고등학교 야구 팀은 무려 4천 개가 넘는다. 우승은 커녕 본선 진출만 하더라도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사실 이 책은 야구를 소재로 하지만 야구, 그러니까 고시엔만을 이야기하는 건 아니다. 정확히는 고시엔에 투영된 일본 사회의 모습을 설명하는 책이다. 단 한 번의 패배도 겪지 않기 위해 모든 상황에 대처하는 일본 고교야구의 매뉴얼 시스템은 특유의 관료제와 위계 질서와 연결되고, 가위바위보, 추첨, 수기 시스템이 아직도 작동하는 건 행정의 전산화와 변화가 느린 일본 사회를 단적으로 드러낸다. 일본 특유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단면을 모두 엿볼 수 있는 것이 고시엔이라는 대회인데, 오랫동안 KBS 스포츠 기자로 활동한 저자의 분석을 읽으며 타당하게 여길 수 있는 대목이 많다. 이쯤되면 닭과 달걀의 문제처럼 고시엔의 확대판이 일본인지, 일본의 축소판이 고시엔인지 헷갈릴 지경이다.  


  일본 사람들이 고시엔에 열광하는 건 아마 그만큼 '몰입'하기 좋기 때문일 거다. 지나간 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 것처럼 우리네 청춘도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그러나 인간은 과거를 추억하고 그리워하는 존재다. 다시 오지 않을 청춘의 봄과 여름, 단 한 번의 패배도 겪지 않으려고 땀과 눈물을 흘리는 학생들의 모습을 보면 과거와 현재가 교차할 것이다. 고시엔 진출은 '3대가 덕을 쌓아야 하고', 우승은 '전생에 나라를 구해야' 일어날 확률이지만 결과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과정 아니던가. 올해도 3월과 8월이 되면 일본인들의 관심은 고시엔이라는 구장에 집중될 것이다. 매년 반복되는 대회에서 시절의 추억과 노력의 아름다움을 찬미할 수 있는 건 생각해보면 정말 멋진 일이다.



*. 교유당 서포터즈 활동으로 이 책을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롤랑의 노래 - 국내 최초 중세 프랑스어 원전 완역본
김준한 옮김 / 휴머니스트 / 2022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흔치 않은 책이라 더 기대가 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디오·라이프·디자인
기디언 슈워츠 지음, 이현준 옮김 / 을유문화사 / 2022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한 마디로 말해서 "음악은 예술"이고 "음향은 과학"이다. 이게 내가 이 책을 읽고 내린 결론이다... 음악은 미술과 더불어 예술의 가장 대표적인 분야다. 그러나 미술사는 상대적으로 더 체계적으로 분석되어 있고 미술가들도 여러 사조로 분류가 가능한 데에 비해서 음악사는 (적어도 내가 아는 지식의 한계 내에선) 미술사만큼 활발히 연구가 되진 않았다. 심지어 '아름다움'은 무엇이며 시대에 따라 어떻게 아름다움에 관한 인식이 바꼈는지를 연구하는 미학의 분석 대상도 대부분 미술이지 음악이 아니다. 추측컨대 이는 미술과 음악의 물리적 특성 때문일 거다. 회화나 조각 같은 미술 작품은 일단 완성이 되면 미술관에 전시된다. 작품이 훼손되지 않는 한 언제든 볼 수 있다. 그러나 음악은 실체가 없는 소리다. 기술이 충분히 발달하지 못한 과거에는 음악을 들으려면 직접 공연장에 가야 했다. 악기도 필요하고 연주자도 필요하다. 같은 문화 공간이라도 미술관에 비해 음악 공연장의 입장료가 훨씬 비싼 게 당연했다.


  여러 물리적인 제약 때문에 음악의 보급은 미술에 많이 뒤쳐졌다. 그러나 튜브 물감과 기차의 발명과 같은 외부 변수가 인상주의라는 미술사의 커다란 변곡점을 만들어낸 것처럼 에디슨의 포노그래프 실린더라는 발명품 덕분에 소리를 저장하고 재생하는 게 비로소 가능해졌다. 이제는 음악 공연장에 직접 가지 않아도, 악기와 연주자가 없어도 집에서 원하는 시간에 듣고 싶은 음악을 들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시작이 반이라고 이 시기를 기점으로 음악 재생을 위한 엄청난 발명품들이 계속 나왔다. LP. 릴 테이프, CD, iPod과 MP3 플레이어까지, 음악 저장 매체는 점점 더 작아져 휴대성을 높이고 심지어 이제는 음원이 널리 보급된 덕분에 음악을 구독하는 시대가 되었다. 내 손에 든 스마트폰 하나가 음악을 저장하는 매체는 물론 음원을 재생하는 음향 기기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는 셈이다.


  높아진 휴대성 덕분에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언제든 듣고 싶은 음악을 찾아서 재생할 수 있다는 건 정말 혁신적인 일이지만 그 대가로 음질을 희생해야 했다. 책의 표지에 있는 Hi-Fi는 High Fidelity의 약자로 '고충실도'를 의미한다. 원래의 음향에 최대한 가깝도록 높은 음질을 표현하는 것이다. 음악에서 편리성과 고충실도는 일반적으로 반비례 관계이다. 그래서 음악의 고충실도에 집착하는 사람들은 스마트폰이 일상적으로 보급된 시대에도 여전히 예전의 발명품인 값비싼 음향 기기에 관심을 기울인다.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보다 풍부하고 현실적으로 듣고 싶기 때문이다. 물론 예전에 발명된 물건이라고 해서 최신형 스마트폰보다 열등한 것은 절대 아니다. 오늘날의 수요에 맞게 첨단 과학 기술과 최신의 디자인에 맞추어 새로운 모습으로 우리를 기다리고 있으니 말이다.


  몇십 년 전에 크게 유행하던 레코드판이 요즘 유행 중이라고 한다. 물리적 실체가 없는 음원 구독 서비스의 음악과는 달리 커다랗고 자리도 많이 차지하는 레코드, 그리고 이를 재생시키기 위한 기기까지 필요해 편의성이 생활 도처에 자리잡은 현대 사회의 모습과는 언뜻 맞지 않는다. 그러나 여기에는 단순히 예전에 유행하던 것이 요즘 다시 유행하는 레트로 현상은 물론 물리적 매체가 가져다주는 심리적 안정감과 미학적 감성도 함께 작용하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문득 몇 년 전 경주에 있는 대중음악박물관에서 수많은 음향 기기들을 본 게 생각났다. 희미해진 기억이 되살아난 건 책에 실린 풍부한 사진 자료들 덕분이었다. 책의 절반 정도가 사진 자료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많이 실린 덕분에 책에 실린 내용은 거의 다 내가 처음 접하는 낯선 내용들이었지만 이해하기가 수월했다. 몇십 년 간의 음향 기기 변천사를 접하니 나도 저런 기기 하나쯤은 장만하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내 소비 습관의 가장 큰 기준은 가성비인데 음향 기기는 사실 가성비와는 아주 거리가 먼 영역이다. 하지만 살면서 내내 가성비만 외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정말로 내가 좋아하는 분야라면 가성비보다는 가심비를 신경 써도 괜찮지 않을까. 코로나로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내가 원래 즐겨 듣던 힙합은 물론 클래식이나 재즈 같은 음악을 듣는 시간이 무척 늘었다. 내가 좋아하는 음악들을 어떻게 하면 더 잘 들을 수 있을지 생각하면서 여러 기기들을 인터넷 쇼핑 장바구니에 넣었다 뺐다를 고민하는 중이다. 음악은 이렇게 삶에 생각보다 훨씬 가까이 다가와 있나 보다.



*. 을유문화사의 서평단 이벤트 활동에 당첨되어 이 책을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