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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왜 잔인해지는가 - 타인을 대상화하는 인간
존 M. 렉터 지음, 양미래 옮김 / 교유서가 / 2021년 5월
평점 :
동상이몽이란 말이 있다. 같은 자리에 자면서도 다른 꿈을 꾼다는 뜻의 이 말 속에 숨은 뜻은 겉으로는 같이 행동하면서도 속으로는 각기 딴 생각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건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우리 생각보다 인간은 훨씬 복잡한 존재이기에 분명 같은 사람에게서 나온 말고 행동은 쉬이 엇박자를 낸다. 일찍이 플라톤이 <국가>에서 설명한 '동굴의 비유'로 이를 이해하면 수월할 것이다. 플라톤의 예시에서 동굴에 갇힌 사람은 벽에 비친 '그림자'를 보고 그 대상을 파악한다. 우리는 어두컴컴한 동굴에 갇혀 있지 않고 자유롭게 바깥 세상에서 사는 존재들이지만 사실 우리의 시선과 사고, 행동은 동굴에 갇힌 이와 별반 다를 바 없다. 즉 어떤 사물과 사람의 단면만 보고 전체를 판단하는 이른바 '부분과 전체의 오류'를 너무도 쉽게 범하는 것이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의 속은 모르는 것처럼 타인은 복잡함 그 자체다. 나도 나 자신을 이해하지 못하는 판국에 어떻게 남을 진정으로 이해한단 말인가. 그래서 '대상화(objectification)'이라는 도구가 등장한다. 쉽게 말하면 일종의 선긋기다. 나와는 다른 측면히 확실히 드러나도록 어떤 기준을 설정하고, 그 기준을 잣대로 타인을 재단한다. 이를 통해 사람이 자기에게는 관대하면서도 남에게는 유독 엄격해지는 이유를 설명할 수 있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의 분야를 막론하고 요즘 양극화라는 현상이 두드러지는 것처럼 보인다. 나와는 정치 성향이 다른 사람들을 공공연히 비방하고, 나보다 빈곤한 사람을 조롱하며, 곤경에 처한 사람은 더 이상 이해의 대상이 되지 못한다. 공감, 상생, 협력과 같은 가치는 날이 갈수록 설 자리를 잃는다. 최근 들어 더욱 두드러지는 혐오라는 감정과 행위가 원래 인간의 본성인지는 여전히 논쟁거리이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우리는 대상을 전체적으로 인식하기 보다는 눈에 보이는 일면만으로 모든 것을 판단하기 너무 쉬운 상황에 놓여있다는 점이다.
책에서는 획기적인 해답을 제시하진 못한다. 사실 한 사람이 해결하기엔 너무 힘든 문제다. 다만 여러 학문에서 논의된 실증적인 결과물들을 제시해 우리에게 더 큰 선택지를 제시해주어 동굴 밖으로 빠져나오는 데에 도움을 주고 있다. 언제까지고 어두컴컴한 동굴 안에만 갇혀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완전한 객관화 같은 이데아에 다다르진 못할 지라도 최소한 대상화를 벗어나려는 노력은 해야 하지 않을까.
*. 교유당 서포터즈 활동으로 이 책을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