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몽드 디플로마티크 Le Monde Diplomatique 2024.8 2024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브누아 브레빌 외 지음 / 르몽드디플로마티크(잡지)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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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르몽드디플로마티크코리아에서 모집한 신간 서평단에 선정되어 이 잡지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1. - 〈아, 공화주의여! 정치를 바꾸는 청년들의 저항〉(p.4~6)

  - 〈극우 정당을 키운 것은 '약자를 배제한' 세계화였다!〉(p.7~16)


  세계화라는 전지구적 현상이 모든 이들에게 장밋빛 미래를 보장해주지 않는다는 게 가시화된 건 아마 2008년 금융 위기 이후였을 것이다. 한국의 경우도 1997년 IMF 구제 금융 사태 이후 신자유주의 질서를 온몸으로 받아들였다. 노동 시장 유연화, 효율성 재고 같은 가치가 남기고 간 자리에 서민이 감당할 몫은 더욱 커졌다. 동아시아에 큰 파장을 낳았던 이런 흐름은 약 10년 후 미국과 유럽에 닿아 새로운 정치 현상을 이끌었다. 

  예전에 시사IN 기사에서 읽었던 표현인 걸로 기억한다. 2010년대 가장 커다란 정치 사건이라고 할 만한 브렉시트와 트럼프 당선을 놓고, 영국과 미국은 마치 '대서양을 사이에 둔 쌍둥이' 같다고 표현했다. 비슷한 원인이 누적되어 비슷한 결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브렉시트와 트럼프 당선을 설명하는 일련의 현상은 이렇다. 인구 고령화와 저출생으로 복지 재정은 줄어들고, 고용을 뒷받침해주던 제조업은 저렴한 인건비를 좇아 개도국으로 옮겼고, 이민자들이 꾸준히 유입되어 사회 변화가 가속화된다. 내부가 혼란스러울 때는 '남탓'을 하면 된다. 트럼프, 존슨, 르펜 같은 정치인이 반이민 정서를 내세운 이유다. 한때 잘 나가던 자국이 이렇게 된 이유는 다 이만자 탓이란 거다.

  그러나 이번 프랑스 총선에서 국민연합(RN)은 지지율 1위를 달리던 와중에도 결국 최종 3위가 되었다. 극우 물결에 위기를 느낀 유권자들이 단합했기 때문이다. 내가 지지하는 정당이 더 득표하지 못하더라도, 극우만은 안된다는 위기감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렇게 공화주의 아래 유권자들은 단결해 극우 집권을 저지했다.

  80년대에 장마리 르펜이 창당해 최근 마린 르펜이 이끌어 더욱 약진하고 있는 이 정당을 그저 '극우'라고 치부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여기에 호응하는 유권자들이 많다는 건 결코 무시할 수 없는 현실이고, 집권당 역시 이에 어느 정도는 호응해야 하기 때문이다. 세계화와 EU 체제에 더욱 실망하고 환멸을 느끼는 사람들은 앞으로 더 늘어만 갈 거 같다는 게 내 생각이다. 유류세 인상, 정년 연장 등 굵직한 사안에 반대한 전국적 시위에 마크롱 정부는 홍역을 겪었다. 거대한 시위를 이루던 물결이 이번에는 극우를 저지했지만, 다음에는 또 어떤 큰 움직임으로 이어질 지는 모를 일이다. 



2.  - 〈아웃소싱된 언론의 우버화〉(p.56~58)

    - 〈경찰을 긴장시키는 최전선 '스트리트 리포터들'〉(p.60~64)


  콘텐츠 제작이라는 이름 하에 언론 노동 환경은 급변했다. 단기 계약과 성과급 같은 특수한 고용 형태가 표준으로 자리 잡으면서, 고용 불안을 더 부추기는 모양새다. 당장 졸업하고 생계를 꾸려야할 청년 계층에게는 더욱 막막한 일이다. 그리고 기성 언론이 예전만큼 역할을 다하지 못하면서 소셜 미디어를 기반으로 삼아 시위 현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을 날것 그대로 보여주는 '스트리트 리포터'가 더욱 주목받고 있다. 꼭 언론인이 아니더라도 언론이 할 역할을 충분히 다해주는 셈이다. 예컨대 '아랍의 봄'에서 이들은 기성 언론보다 더 큰 역할을 다했다. 한편으로는 이런 현상이 확증 편향과 정치 양극화를 더 심화시킬까봐 우려가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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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위한 수면 큐레이션 - 잠이 당신의 마음에 대해 알려주는 것들
서수연 지음 / 김영사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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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영사 서포터즈 18기 활동으로 이 책을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잘 자는 잠은 모두 비슷하고 못 자는 잠은 각자 다양하게 괴롭다"는 책 속 문구는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를 떠올리게 한다. 우리는 하루 중 약 1/3을 자는 데에 써야 한다. 그런데 과제나 업무 같은 이유로 밤샘을 해보면 무척 괴롭다. 밤을 지새운 여파는 그 다음 날에 아주 확실히 나타나기 때문이다. 그 상태는 물론 정상이 아니다. 몽롱한 상태로는 무슨 일을 하든 제대로 집중이 되질 않는다. 남의 말도 잘 들리지 않는다. 이런 상태가 이어지면 잘 그리고 푹 자는 게 왜 그리 중요한지 새삼 느끼게 된다.


  잠이 얼마나, 왜 중요한지 아는 사람은 많다. 그럼에도 잘 자는 게 점점 더 힘들어지는 세상이다. 직장인들은 기나긴 업무는 물론 통근에 시달려 괴롭다. 학생들은 학교를 마치면 학원 여기저기를 다니느라 바쁘다. 이런 우리나라에서 권장 수면 시간만큼 잠을 자는 건 사치에 가까운 일이다. 잠을 줄여서라도 유튜브와 넷플릭스를 봐야 하루에 받은 스트레스를 조금이라도 풀 수 있지 않은가. 하지만 이건 악순환이다. 우리 몸은 잠을 충분히 자야 몸과 마음의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건강한 상태를 회복할 수 있다. 그런데 여러 가지 이유로 수면 개시와 수면 지속에 문제를 안고 사는 사람들이 더욱 많아지고 있다. 불면증을 호소하는 이들이 늘어나는 건 개인과 사회에 모두 좋지 않은 일이다.


  이 책은 아주 친근한 문체로 나의 수면 유형은 무엇인지, 어떻게 하면 수면 가성비, 이른바 잠성비를 높일 수 있는지, 잠을 부르는 마음을 어떻게 훈련할 수 있는지, 생체 주기와 잠을 연결시킬 수 있는지를 고루 알려준다. 개인적으로 특히 2장 내용이 많이 도움이 되었다. 침대에서는 잠만 자야 우리 몸도 그렇게 반응한다. 30분을 넘지 않는 적당한 낮잠은 도움이 되는데, 기상 후 7~9시간이 지나면 우리 몸의 능률도 자연스레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때 짧은 낮잠이 재충전에 도움을 줄 수 있다. 햇빛을 쬐는 게 신체에 더욱 좋지만, 영양제로 복용한다면 멜라토닌은 하루에  0.5~3mg 정도가 적당하다. 카페인은 커피보다 차에 적게 함유되어 있으니 카페인에 민감한 사람들은 커피보다는 차가 좋으며, 수면 9시간 전부터는 숙면을 위해 마시지 않는 편이 좋다. 

  

  나는 언제 어디서든 머리만 갖다 대면 금방 잠드는 사람이다. 즉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곧잘 잘 잠드는 사람이다. 정말 가끔 화장실 갈 때를 빼면 여간해서 도중에 깨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내가 얼마나 잠에 관해서 축복받은 사람인지 알게 됐다. 책에는 옺갖 문제로 수면 장애를 호소하는 사람의 유형과 예시가 등장하기 때문이다. 건강에 관한 관심이 점점 커지며 '사당오락' 같은 말은 이제 통용되지 않는 사회가 됐다. 참 다행이다. 예전에는 자는 시간이 너무 아깝다고 생각할 때도 있었지만, 여러 업무를 병행하면서 잠을 잘 자는 것만큼 좋은 일이 없다고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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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리히 프롬 - 고독을 두려워하지 않고 자유롭게 사는 법 오늘을 비추는 사색 2
기시미 이치로 지음, 노경아 옮김 / 까치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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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까치글방 서포터즈 2기 활동으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자신의 양심에 따라 바르게 행동하고 사고하면 자기 스스로도 자신이 옳다고 인정할 수 있다. 그러나 칭찬만을 바라고 한 행동이나 남의 비난을 피하려고 한 행동 등, 외적 요인만을 원동력으로 삼은 행동은 불안하고 불쾌한 감정을 유발한다. 양심이란 우리를 우리 자신으로 되돌리는 “진짜 자기 목소리”이며, 자신에게 “옳은가?”라고 묻는 목소리에 “네”라고 대답하는 능력이다. 이 능력이 없으면 자신이 한 일조차 정말로 자신이 했다고 말할 수 없다.]


인류 역사 상 가장 혼란스럽고 끔찍했던 제2차 세계 대전은 여러 분야와 인물에게 아주 큰 영향을 미쳤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태생이지만 미국과 멕시코를 거쳐 스위스에서 생애를 보낸 에리히 프롬도 마찬가지였다. 나치가 조국을 넘어 전 유럽을 휩쓸었던 시기에 많은 사람은 자유를 찾아 도피했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프롬의 관심사가 이해된다. 집단에 매몰되지 않은 개인은 어떻게 존재할 수 있는가? 아니, 어떻게 존재해야 하는가?

라인홀트 니부어의 <도덕적 인간과 비도덕적 사회>에 따르면 선한 개인이 모인 집단에서도 얼마든지 도덕과 윤리에 어긋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나치즘이 대표적이다. 군중의 광기에 휩쓸리면 개인의 자아와 의견은 쉬이 힘을 잃는다. 여기서 프롬은 ‘고독’을 강조한다. 여기서 말하는 고독이란 단순히 물리적인 고립 상태가 아니라, 타인이나 집단에 영향을 받지 않고 오롯이 자기 자신으로서 무언가 판단 기준과 준거를 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나만의 확실한 신념이 곧 사리 분별의 첫걸음이다.

나치즘에 따른 몰개성을 비판하는 대목에서는 아렌트의 <전체주의의 기원>이나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진정한 개인을 설명하고 강조하늨 대목에서는 바우만의 <고독을 잃어버린 시간>이 떠오른다. 이렇게 보면 프롬은 참 확장성이 좋은 철학자이자 사상가가 아닐까란 생각이 든다. 그의 대표작인 <소유냐 존재냐>와 <존재의 기술>의 핵심은 원불교 같은 동양철학과 상통하는 지점이 많다. 그래서 다른 서구 철학자에 비해 그나마 독해가 더 수월하지 않을까 싶다. 인간성을 잃어버린 시대에 휴머니즘을 앞장 서서 제창한 프롬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니 말이다.


덧. 마침 프롬의 대표작 두 권이 모두 까치의 스테디셀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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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투어 쇼펜하우어 - 욕망으로 점철된 세상에서 꿋꿋하게 살기 위해 오늘을 비추는 사색 1
우메다 고타 지음, 노경아 옮김 / 까치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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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까치글방 서포터즈 2기 활동으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사람은 욕망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좌절과 괴로움을 느낀다. 누구나 자신의 욕망을 우선으로 충족하려고 하므로, 욕망으로 움직이는 사회에는 반드시 격차와 분단이 생기며 빈곤과 착취가 일어난다. 또한 누군가가 풍요해지면 필연적으로 다른 누군가는 희생된다. 우리는 매일 그런 승부에 쫓기며 살아간다.

객관적으로 생각했을 때 인생은 본질적으로 고통이다. 이 책에서는 그 명제를 따져본다. 물론 이 명제를 굳이 처절히 이해하고 싶은 사람은 없겠지만, 언제까지나 외면할 수도 없다. 소중한 것을 잃거나 승부에서 패배하면, 싫어도 객관적인 현실을 직시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생을 객관적으로, 철학적으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욕망은 당연하다. 우리에게 결핍한 것이 무엇인지 일깨워주고, 이를 채우기 위해 노력하는 삶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욕망 덕분에 우리는 매번 더 나아가고 발전하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절제하지 못하면 처음에는 그저 욕구였지만, 나중에는 탐욕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그러면서 우리는 온갖 괴로움을 겪는다. 갖고 싶어도 갖지 못하면 괴롭고 비참해진다. 이런 악순환에서 벗어날 수는 없을까?


  철학, 자기 계발, 에세이 등 여러 분야에서 눈에 띄는 사람이 있다. 다름 아닌 쇼펜하우어다. 니체와 더불어 몇 년 전부터 쭉 이어지는 유행인 듯하다. 니체에 비해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부족했던 쇼펜하우어도 대중들에게 더 다가왔다. 물론 온갖 서적이 범람하면 쇼펜하우어 철학이 너무 가볍고 피상적으로 다뤄지고, 또 오독할 경우도 높아질 수도 있다. 하지만 철학은 결국 일상을 어떻게 더 보람차고 의미 있게 보낼지 고민하는 것이라면, 어쨌든 철학이 대중과 유리되지 않고 일상으로 다가오는 건 바람직한 일이란 생각이 든다. 


  우리나라 베스트셀러 목록에서 자주 보이는 쇼펜하우어, 니체, 헤세 같은 인물을 생각해봤다. 서양 철학자와 문학가지만 왠지 우리에게 더 친숙하게 느껴지는 까닭은 아마 이들의 사상이 불교철학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이 책에서도 '구도'와 '처세'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쇼펜하우어를 설명한다. 유복한 가정 환경에서도 어려움을 겪은 쇼펜하우어는 욕망과 의지를 다른 시선에서 사유한다. 욕망을 채우려는 의지가 만연해서 우리는 역설적으로 더욱 결핍을 느낀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더 많이 가지려 할 게 아니라 오히려 덜어내야 한다. 행복에 이르는 길은 내가 가지지 못한 것을 더 가지려는 노력에서 오는 게 아니다. 내 마음 속 불안과 근심을 계속 덜어내는 편이 확실하다. 꽤 익숙한 불교의 가르침 같지 않은가?


  대표작인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와 더불어 『여록과 보유』에 관한 해설과 여기에서 끌어낼 수 있는 성찰까지 담아 책이 더 풍성해진 느낌이다. 얇고 짧지만 쇼펜하우어가 우리에게 전하고자 하는 바를 파악하기엔 큰 무리가 없을 것이다. 당장은 엄두가 안나지만 언젠가 쇼펜하우어의 1차 저작을 직접 읽을 때 이번 독서 경험이 분명 도움이 될 거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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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패배 - 1940년의 증언
마르크 블로크 지음, 김용자 옮김 / 까치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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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가 어떤 이유로 나치 독일에게 힘도 못쓰고 순식간에 잔 국토가 점령당했는지 블로크의 통찰이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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