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르몽드디플로마티크코리아에서 모집한 신간 서평단에 선정되어 이 잡지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1. - 〈아, 공화주의여! 정치를 바꾸는 청년들의 저항〉(p.4~6)
- 〈극우 정당을 키운 것은 '약자를 배제한' 세계화였다!〉(p.7~16)
세계화라는 전지구적 현상이 모든 이들에게 장밋빛 미래를 보장해주지 않는다는 게 가시화된 건 아마 2008년 금융 위기 이후였을 것이다. 한국의 경우도 1997년 IMF 구제 금융 사태 이후 신자유주의 질서를 온몸으로 받아들였다. 노동 시장 유연화, 효율성 재고 같은 가치가 남기고 간 자리에 서민이 감당할 몫은 더욱 커졌다. 동아시아에 큰 파장을 낳았던 이런 흐름은 약 10년 후 미국과 유럽에 닿아 새로운 정치 현상을 이끌었다.
예전에 시사IN 기사에서 읽었던 표현인 걸로 기억한다. 2010년대 가장 커다란 정치 사건이라고 할 만한 브렉시트와 트럼프 당선을 놓고, 영국과 미국은 마치 '대서양을 사이에 둔 쌍둥이' 같다고 표현했다. 비슷한 원인이 누적되어 비슷한 결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브렉시트와 트럼프 당선을 설명하는 일련의 현상은 이렇다. 인구 고령화와 저출생으로 복지 재정은 줄어들고, 고용을 뒷받침해주던 제조업은 저렴한 인건비를 좇아 개도국으로 옮겼고, 이민자들이 꾸준히 유입되어 사회 변화가 가속화된다. 내부가 혼란스러울 때는 '남탓'을 하면 된다. 트럼프, 존슨, 르펜 같은 정치인이 반이민 정서를 내세운 이유다. 한때 잘 나가던 자국이 이렇게 된 이유는 다 이만자 탓이란 거다.
그러나 이번 프랑스 총선에서 국민연합(RN)은 지지율 1위를 달리던 와중에도 결국 최종 3위가 되었다. 극우 물결에 위기를 느낀 유권자들이 단합했기 때문이다. 내가 지지하는 정당이 더 득표하지 못하더라도, 극우만은 안된다는 위기감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렇게 공화주의 아래 유권자들은 단결해 극우 집권을 저지했다.
80년대에 장마리 르펜이 창당해 최근 마린 르펜이 이끌어 더욱 약진하고 있는 이 정당을 그저 '극우'라고 치부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여기에 호응하는 유권자들이 많다는 건 결코 무시할 수 없는 현실이고, 집권당 역시 이에 어느 정도는 호응해야 하기 때문이다. 세계화와 EU 체제에 더욱 실망하고 환멸을 느끼는 사람들은 앞으로 더 늘어만 갈 거 같다는 게 내 생각이다. 유류세 인상, 정년 연장 등 굵직한 사안에 반대한 전국적 시위에 마크롱 정부는 홍역을 겪었다. 거대한 시위를 이루던 물결이 이번에는 극우를 저지했지만, 다음에는 또 어떤 큰 움직임으로 이어질 지는 모를 일이다.
2. - 〈아웃소싱된 언론의 우버화〉(p.56~58)
- 〈경찰을 긴장시키는 최전선 '스트리트 리포터들'〉(p.60~64)
콘텐츠 제작이라는 이름 하에 언론 노동 환경은 급변했다. 단기 계약과 성과급 같은 특수한 고용 형태가 표준으로 자리 잡으면서, 고용 불안을 더 부추기는 모양새다. 당장 졸업하고 생계를 꾸려야할 청년 계층에게는 더욱 막막한 일이다. 그리고 기성 언론이 예전만큼 역할을 다하지 못하면서 소셜 미디어를 기반으로 삼아 시위 현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을 날것 그대로 보여주는 '스트리트 리포터'가 더욱 주목받고 있다. 꼭 언론인이 아니더라도 언론이 할 역할을 충분히 다해주는 셈이다. 예컨대 '아랍의 봄'에서 이들은 기성 언론보다 더 큰 역할을 다했다. 한편으로는 이런 현상이 확증 편향과 정치 양극화를 더 심화시킬까봐 우려가 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