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다란 경청
김주현 지음, 오승민 그림 / 만만한책방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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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이 열어 준 ‘커다란 경청’의 세계


김주현 작가님의 <커다란 경청>은 올해 제가 읽은 그림책 중 단연 가장 깊은 울림을 준 책입니다. 누군가 내 이야기에 조용히 귀 기울여 준다는 것, 그 간단한 행동이 사실은 얼마나 큰 힘을 가지고 있는지를 이 책은 아주 따뜻하고도 섬세하게 보여 줍니다.


길을 걷기 시작한 돌멩이와 엉뚱한 단어 수집가 코끼리는 오늘도 새로운 존재들을 만나며 그들의 마음을 듣습니다. 어디로 가는지조차 모르지만 “걷다 보면 알게 되겠지”라는 태도로 차근차근 걸어 나가는 두 친구의 모습은, 서툴지만 하루하루 성장하는 아이들을 떠올리게 합니다.





특히 저는 '외로운 경계'에서 깊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가까이 오지 말라는 사막여우에게 서둘러 다가가지도 억지로 마음을 열라고 종용하지도 않는 코끼리. 그저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기다려 주는 모습이 얼마나 다정하고 사랑스러운지요. 누군가의 속도와 마음의 준비를 존중하는 것, 그것이 바로 ‘경청’의 시작임을 마음 깊이 깨닫게 해 주었습니다.



가끔 어떤 질문들은 질문이 아니라, 그냥 자기 마음을 위로받고 싶어서 하는 말인 걸 돌멩이는 알았어. 


친구가 위로 받기 위해 하는 질문들에 너무 T처럼 대답해버렸던 제 자신이 떠올라서 눈물이 핑 돌았어요. 아 .. 돌멩이도 알았던걸 나는 그 순간에 몰랐을까? 친구의 서운해하던 얼굴이 머리에 스쳐 가면서 눈물이 핑 돌더라구요. 주저 없이 친구에게 안부 연락을 했습니다. —그 힘든 날 고생 많았다구요. 



누군가 내 말에 귀 기울여 들어 주는 건 커다랗게 두 팔로 안아 주는 기분이야. 



그림책 속에서 코끼리와 돌멩이가 새로운 존재를 만날 때마다 또 다른 창문이 열리고 그 창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부드럽게 확장됩니다. 서로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공감해 주면서 우리는 함께 살아가야하는 존재임을 자연스럽게  깨닫게 돼요. 아이들뿐만 아니라 타인의 이야기를 제대로 듣는 법을 잊어 버린 어른들에게도 꼭 필요한 메시지라고 느꼈습니다.


이 책을 덮고 나니 제 마음에도 한 뼘의 창이 열렸습니다. 아이를 대할 때, 친구를 만날 때, 혹은 스스로에게 귀 기울여야 할 때까지—‘경청’은 결국 세상과 우리를 이어 주는 가장 커다란 다리라는 것을 다시금 배웠습니다.


따뜻하고 깊게 스며드는 그림책을 찾고 계시다면 <커다란 경청>을 꼭 만나보시길 추천드립니다. 이 책은 아마 여러분의 마음에도 조용하고 단단한 울림을 남겨 줄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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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불 귀신 동동이 4 - 나무말 VS 붉은 까마귀 ㅣ 이불 귀신 동동이 4
김영주 지음, 할미잼 그림 / 다산어린이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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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음을 보듬는 귀신 이야기



아이들은 왜 그렇게 ‘귀신 이야기’를 좋아할까요?

무섭기도 하지만 그 속에는 현실에서 느끼기 힘든 ‘공감’과 ‘위로’가 숨어 있기 때문인 것 같아요. <이불귀신 동동이> 시리즈 역시 공포 이야기가 아니라, 아이들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따뜻한 귀신 이야기입니다.



이번 4권 ‘나무말 VS 붉은 까마귀’편 에서는 동동이와 버들이가 새로운 귀물인 나무말을 도와주는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나무말은 자신의 주인 ‘옥례’의 손자 수형이를 위해 힘을 모으는데요. 이전 시리즈처럼 아이들이 가진 상처나 고민들이 그려지고 그것을 알아주고, 도와주는 작은 마음이 아이들에게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를 느낄 수 있었어요.




수형이는 엄마가 돌아가신 후 아빠의 폭력에 노출되어 있는 아이였어요. 아이도 저도 읽는 내내 마음이 먹먹했졌어요. 책 속에 말처럼 “아이들은 사랑을 먹고 자라는 존재”인데 말이죠.

사랑하는 아빠를 떠날 수 없어 참았던 수형이지만 아빠의 사랑이 잘못 됐다는 걸 안 수형이. 이불귀신 동동이의 따뜻한 도움 덕분에 용기를 내어 할머니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장면에서는 아이도 눈물이 찔끔 흘리더라구요. 수형이가 행복해지는 결말이라 참 다행이었어요.





이불귀신 동동이는 무섭기만 한 귀신 이야기가 아니라 상처받은 마음을 보듬고 용기를 북돋아주는 이야기라서 아이와 함께 읽기에 더 없이 좋은 책이에요.

읽고 나면 마음이 한결 따뜻해지는 <이불귀신 동동이> 시리즈, 다음 이야기도 벌써 기다려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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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C 호텔: 노래하는 영어 동시 - 미국 어린이들이 매일 읽는 동시집
마리 앤 호버맨 지음, 말라 프레이지 그림, 한지원 옮김 / 윌북주니어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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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아이들이 사랑한 동시집 《ABC 호텔》


이 책은 미국 어린이들이 매일 읽는다고 할 만큼 널리 사랑받는 동시집으로 미국 최고의 시인 메리 앤 호버맨과 칼데콧상 수상 작가 말라 프레이지가 함께 만든 작품이에요. 말라 프레이지 작가님의 그림책은 저희 집에도 있어서 아이가 책을 보더니 어디서 본 그림인데 하더라구요.


 

동시집인만큼 한 페이지 한 페이지 넘길 때마다 느껴지는 라임과 리듬감이 정말 경쾌해요.
아이와 소리 내어 읽으면, 마치 짧은 노래를 부르는 듯한 기분이 들어요. 이 책의 진정한 재미를 낭독으로 꼽아주셨는지 읽다 보면 뭔가 웃음이 지어지는 소리들이 이어집니다. 영어 문장이 짧고 운율이 살아 있어서 자연스럽게 영어 리듬감을 익히기에도 좋고,
한글 번역이 함께 실려 있는 바이링구얼 구성이라
영어에 막 입문하는 아이들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어요.




무엇보다 흥미로웠던 건, 반디쿠트, 호저 같은 낯선 동물들이 등장한다는 점이에요. 처음 보는 동물 이름이 나오자 아이들이 “이게 뭐야?” 하며 바로 찾아보더라고요.
시 속 단어 하나가 새로운 지식을 여는 열쇠가 된 셈이죠. 이렇게 시를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어휘력과 배경지식이 확장되는 점이 정말 좋았어요.





그림 또한 감탄스러워요.
말라 프레이지 특유의 따뜻하고 유머러스한 그림이
시의 리듬과 완벽하게 어우러져 있어요. 각 알파벳마다 등장하는 동물들의 개성 넘치는 이야기에
“이번에는 어떤 동물이 나올까?” 하며 즐겁게 따라 읽었답니다.

《ABC 호텔》은 단순한 영어책이 아니라,
언어의 소리와 리듬, 그리고 상상력을 함께 느끼는 첫 영어 동시집이에요.
영어 공부가 아닌 ‘영어를 즐기는 경험’을 선물해 주는 책이라 아이와 함께 소리 내어 읽기에 딱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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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문장이 되어 흐른다
박애희 지음 / 청림Life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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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삶은 문장이 되어 흐른다

라디오 작가로 오랜 시간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온 박애희 작가님의 《삶은 문장이 되어 흐른다》는 단순한 에세이집이 아니었습니다.
작가님은 자신의 이야기를 담담히 풀어내며 글과 함께 사람과 마음을 나누는 삶을 보여주십니다. 문장을 따라 읽다 보면 마치 라디오 속 조용한 사연 하나를 듣는 듯한 편안함과 따뜻함이 전해졌습니다.






책을 읽는 동안 자연스럽게 ‘나의 이야기를 써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이 책은 독자에게 끊임없이 나의 이야기를 기록 할 수 있는 질문을 건네는 책이기도 합니다.






“당신에게 사연이 담긴 음식은 무엇인가요?”
“당신의 인생 영화는 몇 번이나 반복해서 보셨나요?”



이런 질문들에 대해 답을 써 내려가면서 저 역시 제 삶을 찬찬히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누구에게나 사연이 깃든 음식이 있고, 여러 번 반복해서 보게 되는 인생 영화가 있듯이 저를 이루는 기억과 감정들을 글로 표현하는 과정이 참 따뜻하게 느껴졌습니다.





책 속에서 특히 마음에 남은 문장이 있습니다.

“내 삶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나 자신이고, 나의 마음과 사유가 담긴 이야기는 그것이 한 줄의 일기라고 해도, 작고 사소한 메모일지도, 사랑하는 이들에게 큰 선물로 남는다."

이 문장을 읽는 순간, 오래전 제 안에 잠들어 있던 어린 시절의 꿈이 떠올랐습니다. 초등학교 시절 저는 늘 장래희망란에 ‘작가’라고 적곤 했어요.
지금은 전혀 다른 일을 하고 있지만, 여전히 언젠가 제 이름이 걸린 책을 쓰고 싶다는 마음은 남아 있습니다.

그래서 이 책은 저에게 단순한 에세이가 아니라
다시 펜을 들게 만든 책이 되었습니다.
누군가의 삶을 읽으며 나의 이야기를 써 내려갈 수 있는 경험, 그것이 《삶은 문장이 되어 흐른다》가 가진 가장 큰 힘이라고 느꼈습니다.

삶은 흘러가지만, 문장으로 남을 때 우리는 그 삶을 더 깊이 이해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이 책은 자신의 이야기를 쓰고 싶은 모든 분들께 건네는 따뜻한 초대장이자, ‘나의 문장으로 나를 살아가게 하는 글쓰기’의 의미를 일깨워주는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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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하는 뇌 -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단 하나, 상상에 관한 안내서
애덤 지먼 지음, 이은경 옮김 / 흐름출판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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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생각하고, 느끼고, 꿈꾸는 존재입니다. 그중에서도 ‘상상’은 인간만이 가진 고유한 힘입니다. 의과대학 교수이자 신경과학자인 애덤 지먼은 <상상의 뇌>에서 이 상상의 본질을 과학적으로 탐구하며, 우리가 어떻게 창의적인 생각을 떠올리고 실현하는지를 깊이 있게 풀어냅니다.

개인적으로 한국어판의 제목 보다 이 책의 원제인 <the shpae of things unseen> 이 훨씬 더 이 책의 내용과 잘 맞다고 생각했는데요. 결국 이 보여지지 않는 것들이 어떻게 우리 머리 속에서 실현되어 나가는지를 과학적 관점에서 풀어 나가기 때문에 끝까지 흥미롭게 읽어 볼 수 있었습니다.






책 속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창의력을 실현하는 세 가지 공식, 스키드스(SKIDS: Skill 스킬, Detachment 분리, Spontaneity 자발성) 였습니다. 단순히 타고난 재능이 아니라, 익히고(스킬), 거리를 두고 생각하며(분리), 자유롭게 발산하는(자발성) 과정을 통해 창의력이 만들어진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어요. 우리가 흔히 ‘영감이 떠오르는 순간’이라 부르는 그 찰나도 사실은 이 세 가지 요소가 맞물린 결과라는 설명이 참 설득력 있었습니다.






또한 책은 한 인간이 ‘작은 세포 덩어리’에서 출발해 상상하는 존재로 성장하는 과정을 과학적 근거와 함께 보여줍니다. 이 대목은 두 아이의 엄마로서 특히 마음에 깊이 와닿았어요. 아이들이 매일 보여주는 엉뚱한 상상과 호기심이 단순한 놀이가 아니라, 뇌의 발달과 창의성의 씨앗이라는 사실이 새삼 감사하게 느껴졌습니다. 양육자로서 아이들에게 상상력의 세계로 인도하는 애정 어린 안내자가 되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상상의 뇌』는 상상이라는 추상적 개념을 신경과학적으로 풀어내면서도, 결국 인간이 어떻게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가는 존재’인지 깨닫게 하는 책이었습니다. 아이의 상상력을 존중하고 길러주는 것이야말로 가장 근본적인 교육의 철학이 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상상과 창의력의 본질을 이해하고 싶은 부모님, 혹은 자신 안의 상상의 가능성을 다시 일깨우고 싶은 어른들에게 이 책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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