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 축복처럼 꽃비가 - 장영희가 남긴 문학의 향기
장영희 지음 / 샘터사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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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이 넘 예뻐서 책에 끌렸다.
‘이 아침 축복처럼 꽃비가’라니! 게다가 장영희 교수님 에세이잖아. 책을 꺼내든 날은 한 주의 시작인 월욜이고 책 제목처럼 이른 아침부터 가을을 재촉하는 꽃비가 내리고 있었다.

월욜은 나에게 휴일이라 대게는 이런 저런 일들을 해 치우느라 바쁜데, 그날에 오로지 책만 읽으리라 다짐했기엔 추적 추적 내리는 빗소리를 동무삼아 책을 읽었다. 장영희 교수님 글에는 포근함과 따스함이 베어 있다. 그리고 또한 냉철한 이성도 느껴진다. 마냥 따뜻하기만 한건 아니다. 일상의 경험을 교수님이 읽었던 책들과 연결지어 글속에 녹여내니 그 도서들마저 다 읽고 싶어 목록을 만들었다. 생활 속 가르침들을 일러 주니 책을 읽는 내내 가슴에서 뭉클함이 일렁이고 있었다.

요즘, 내가 하는 일이 잘 하는 건지 확신이 서지 않았는데, ‘우리가 하찮게 생각하는 순간속에 보석처럼 숨겨져 있을 수 있다’고. 그리고 ‘그 순간은 모두에게 골고루 온다.’고 교수님은 이렇게 일러 주었다.

목차 제목들을 하나씩 따라 읽다 보니 어느 새 반나절만에 다 읽어 버렸다.
책을 다 덮고 아쉬운 마음에 첫 장을 넘겼더니 시 한편이 있었다. 처음 책을 읽을 땐 보지 못하고 넘겼는데, 그 시를 다 읽고는 울컥 슬픔이 밀려왔다.

내 무덤가에서 울지 마세요. 나는 거기 없어요.
나는 거기 없고 잠들지 않았습니다.
나는 이리저리 부는 바람이며
금강석처럼 반짝이는 눈이며
무르익은 곡식을 비추는 햇볕이며
-이하 중략-

아아, 너무나 그리운 분...

이렇게 다시 글로서나마 다시 뵐 수 있어 반가웠지만, 한켠으로는 져며오는 슬픔을 어찌할 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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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하고 싶었는데 그전에 죽겠다 싶었다
최이솔 지음 / 현암사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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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래 전에 한 일년쯤 다녔던 회사가 생각났다. 9시에 맞춰 출근하면 퇴근할 때까지 아무도 간섭이 없는 그런 곳이었다. 게다가 할일도 그닥 없어서 매일 차 마시고 책읽거나 음악을 듣거나 하며 하루 하루를 보내곤 했었다. 넘 편하고 지루한 생활이었다. 그런데 그런 생활을 1년쯤 하고 나니 삶이 넘 무료하고 뭔가 머리쓰는 일을 하고 싶었다. 내 자신이 무능력해지는 것같아 참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다들 부러워하는 그 직장에 사표를 내고 나와 버렸다.

책을 읽으며 무엇보다 치열하게 산 작가의 흔적이 고스란히 전해져서 넘 좋았다. 때론 누군가의 삶의 모습이 자극이 될 때가 있는데 이 책이 내안에 잠자고 있는 열의를 깨우는 느낌이 들었다. 마냥 부러워하게만 하는게 아니라 실제로 하나씩 해 볼 수 있도록 구체적 지침까지도 알려 줘서 시도할 수 있었다. ‘나’라는 존재의 가치를 파악하는 일이 우선이라는 그 조언이 귀하게 다가왔다. (물론 아는 거지만)
‘가치관을 파악하는 다섯 문장’은 노트에
다시 옮겨 적어 두었다.
‘일, 쉼, 관계’ 이 세 가지의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하라는 글에도 밑줄을 그어 두었다.
그동안 '~해야 한다'는 자기 계발서들은 많지만, 실제로 나에게 적용할 수 있도록 구체적 실행을 알려 준 책은 처음이다. 이제는 나도 뭐부터 시작해야 할지를 알겠다.

<더 늦기 전에 더 망설이기 전에 내가 바꿀 수 있는 것들을 바꾸기로 했다.>

내 삶은 내가 주인공이 될 수 있다.

*출판사 도서 지원을 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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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 : 제로 편 생각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
은지성 지음 / 달먹는토끼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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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책을 왜 읽어?
-글쎄? 그동안 읽어 와서 습관적으로?

느닷없는 물음이 적잖이 당황했던 적이 있었다. 책을 왜 읽는지에 대해 의문을 가졌던 적이 없었다. 그냥 읽는 게 좋았고, 좋은 내용에 가슴이 뭉클해지는 그런 기분이 좋았고, 내가 모르던 세계를 책에서나마 경험할 수 있어서 신비로웠기에 습관처럼 읽었다. 제목에 끌려서 읽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번에 읽은 책이 그랬다.

<생각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
이는 언젠가부터 내 좌우명처럼 여기던 구절이다.
구절이 내 머릿속에서 오랫동안 울림으로 남았던 적이 있었지만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되는 삶이 어떤 삶인지, 생각대로 사는 삶이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 삶인지 구체적으로 아는 바가 없었다. 그래서 책을 받고는 기뻤고 읽는 내내 행복하고 재미있었다. 울림도 크게 다가왔다.


-자신의 삶에서 의미를 찾는 것
-타인을 함부로 보지 않는 태도
-말에 속지 않는거-오래 생각하기
-내가 먼저 나를 인정하기
-선입견은 가능을 불가능하게 한다
-생각을 몸으로 구현하는거
-내 선택을 믿는 것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
-타인의 생각을 존중하는 것
.
.
.

보물찾기 하듯이 책 속에 담긴 조언들을 하나씩 줍다보니 계속 쌓인다.
이 시대를 먼저 살았던 사람들의 삶의 작은 조각을 들여다보며 그들의 사는 대로 생각하는 모습을 엿보며 책장을 다 덮고 나니

나는 내 생각을 끝까지 지키며 살아갈 것인가
에 대한 자문을 하게 되었다.
이젠 책을 왜 읽느냐는 물음에 대한 대답을 해 줄 수 있을 거 같다. 내 정신을 일깨워주기 때문, 나에게 조언을 넌지시 건네주기 때문에 읽는다고 말해 주어야겠다.
오랜만에 좋은 책 한 권으로 오랜만에 며칠을 행복하게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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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 빼앗는 사회 - 카이스트 실패연구소의 한국 사회 실패 탐구 보고서
안혜정 외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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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할까봐 늘 조마조마했다. 작은 실수에도 몸을 사리게 되었고, 새로운 도전에는 늘 망설임이 우선이었다. 그러다 보니 뭔가 새로운 일은 늘 부담으로 다가오고 익숙한 것들만 하다 보니 내 삶은 제자리 걸음이었다. 실수와 실패를 구분하지 못하고, 실수가 실패인 거처럼 여기기도 했다.
아이를 키우며 내 잣대를 아이에게 들이대며 실패는 옳지 않음을 강요하던 때가 있었다.

어느 날이었다. 머그잔에 잔뜩 커피를 담아서 마시려다가 그걸 바닥에 쏟아버린 일이 있었다. 카페트 위로 커피가 번지는데 넘 속상해서 내 스스로에게 화를 냈다. 그때, 여섯 살 딸아이가 오더니
“괜찮아. 엄마, 닦으면 돼. 다치지 않았어?”하는데 가슴에 묵직한 무언가가 쑥 내려가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 그게 뭐라고. 실수한건데 닦음 되는데 그게 뭐라고. 그 뒤로는 실수에 대해 관대해지기 시작하니 실패라는 단어에 대해서도 다시금 생각해 보게 되었다.

이 책에서도 비슷한 글이 있었다. 실패를 경험하지 못해서 오히려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큰 것이라고.
‘실패를 건설적으로 경험하고 그로부터 배우는 능력이 부족하다는 ’실패 결핍‘은 일상적 경험으로 드러나게 된다고 말이다.
또, 인상적인 것은 나의 실패가 타인에 의해 규정된다는 것이다. 타인의 기대나 시선 때문에 원치 않는 목표를 설정하고 과업을 완수 못하고 부정적 피드백으로 인해 스스로 실패했다 여기게 된다는 것이다. 너무나 공감이 되었다.
실패는 겪지 않으면 좋을 거라 생각하지만, 실패를 통해 배울 수 있다는 글쓴이 의견에 나는 적극적으로 동의한다. 실패를 거듭할수록 더 나은 결과를 얻을 확률이 높고, 그 과정에서 성장하게 된다는 것은 삶의 진리이기도 하다. 실패를 겪었을 때 내적 동기를 발견하고 강화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점은 정말 공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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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오 나비클럽 소설선
김세화 지음 / 나비클럽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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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며칠 사이 심란한 일들이 생겼다. 애써 외면하고픈 것이 현실이 되어 가고 있어 마음이 찹찹해서 손에 일이 잡히지 않았다. 하릴없이 빈둥 빈둥 거리다가 책을 집어 들었다. 책 두께가 제법 두툼했지만 짧은 제목이 만만해 보였다. 게다가 골치 아플 땐 다른 것에 몰입하는 것도 좋겠다 싶어 추리소설을 선택한 것이다.
너무 재미있었다. 단순에 읽히고, 오지영 형사의 시선으로 숨 죽이며 읽었다. 살인 사건을 다룬 추리 소설이지만 사회 비판적 성격도 있고 우리가 해결해 가야 할 숙제들을 잔뜩 던져주는 듯했다. 이슬람 사원 건립 반대하는 님비주의, 이후 교회 방화 사건, 제대로 된 취재보다는 시청률 확보를 위해 검증 안된 추측성 기사를 내보내는 기자, 경찰의 무능함 등을 이 한 권의 소설에서 볼 수 있었다.
가난한 나라에서 유학 와서 성실하게 공부하고 학업을 마치면 다시 자기 나라로 돌아가서 잘 살 수 있었을 ‘타오’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하고 싶어졌다.

‘그녀는 사람의 말이나 행위를 신뢰하지 않았다. 형용사나 부사가 많이 들어간 대화엔 거부감이 들었다. 참인지 거짓인지 판단할 수 없는 대화에는 끼지 않았다. 오직 경험한 것, 경험할 수 있는 것만을 믿었다.’(405p)

한국 사회의 치부를 고스란히 드러내는 것 같아 마음이 쓰리지만, 덮어버려 곪는 것보다는 파헤쳐서 치유할 수 있도록 하는게 더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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