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를 걷는 시간 - 소설가 김별아, 시간의 길을 거슬러 걷다
김별아 지음 / 해냄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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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를 걷는 시간 - 김별아 에세이
서울에서 조선시대로 떠나는 시간여행

 

고현정이 열연했던 너무나도 유명한 드라마 <미실>의 작가 김별아의 에세이가 새로 나왔다.
김별아 작가님 하면 베스트셀러 소설 <미실>이 가장 먼저 떠오를만큼 뇌리에 박혀있다.
소설가로 유명한 김별아 작가님이시지만 이번책은 좀 특별하다.
서울에서 '표석'을 찾아 조선시대로 훌쩍 떠나기.
복잡한 서울 한복판에서 옛흔적을 찾아나서는 작가의 발걸음을 가만히 보고있노라면
덩달아 나도 시간여행자가 되어 조선시대에 와있는 느낌을 들게한다.
마치 시간여행을 하는 기분을 느끼게 해준다.

 

 

 

<도시를 걷는 시간>에서 김별아 작가는 서울 한복판에 위치한 '표석'을 찾아다니는 모습을 보여준다.
모르는 사람이 무심코 지켜봤다면 '어디 떨어진 동전이라도 찾는건가?' 싶을거다.
두리번거리며 찾기도 하고 동네분들에게 물어물어 찾는 표석.
여기서 '표석'이란, 푯돌 혹은 표지석으로 어떤 사실을 구별하거나 기념하기 위해 세우는 돌을 말한다.
김별아 작가의 말에 따르면 서울에는 2018년 3월 기준으로 316개의 기념 표석이 설치되어 있는데
정비 작업이 계속 진행되고 있어 개수와 디자인은 물론 몇몇은 위치까지 유동적이라고 한다. 
몇번의 헛걸음에 작가는 서울시 역사문화재과 김용수 주무관의 도움으로 가장 최근의 정보를 얻었다고 하는데 이 역시도 막상 찾아가보면 주소지 주변의 소유자가 바뀌어 빌딩 이름과 상호가 달라져있거나
재개발이나 재건축으로 풍경마저 바뀌어버린 경우가 숱했다고 한다.

 

 

김별아 작가는 서울에서 표석을 찾아 표석이 있던 자리에 관한

조선시대 숨겨진 이야기 보따리를 맛깔나게 풀어준다.


[1장 왕실의 그림자를 따라 걷다]
'왕의 남자'는 어떻게 살았을까? 에서는 장악원 터 표석을 통해

연산군때 광대였던 공길과 연산군의 에피소드가 담겨있고
늙기도 설워라커든 잠을조차 지실까에서는 광화문 광장과 기로소 터 표석을 통해 조선시대 정이품 이상 관직을 지낸 70세 이상의 고위 문신에 대한 예우를 위해 설치된 관청인 기로소가 지닌 노인공경의 덕목을 볼 수 있으며 조선 최고의 장수왕인 영조의 늙어감의 비애도 엿볼 수 있었다.
그 여자와 그 남자가 헤어졌을 때에서는 동망봉 터 표석을 통해 비운의 왕

단종의 왕비인 정순왕후의 애달픈 삶이 그려진다.

[2장 오백 년 도시 산책]
어쩌면, '헬조선'과 탈조선'의 유래에서는 장예원 터 표석을 통해 조선시대 노비, 천민의

고달픈 생활상이 그려지고
가파른 길 위, 조용하지만 뜨거운 책의 집에서는 독서당 터 표석을 통해

세종의 책사랑 모습이 담겨있다.
끓는 물에 삶아 마땅한 죄에는 혜정교 터 표석을 통해 탐관오리를 벌하는 모습을 그려볼 수 있고
너의 그 사랑이 잠긴 못에서는 여기소 터 표석을 통해 조선 숙종 때 북한산성 축성에 동원된 관리를 만나러 먼 시골에서 온 기생의 죽음과 에피소드가 담겨있다.

[3장 삶의 얼굴은 언제나 서로 닮았다]
눈물은, 땀은, 모든 지극한 것들은  왜 짠가?에서는 염창 터 표석을 통해

조선시대 귀하디 귀했던 소금 이야기가 펼쳐지고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에서는 충무공 이순신 생가 터 표석을 통해

이순신 장군의 이야기에 귀기울여진다.
죄, 그리고 벌에서는 우포도청 터 표석, 전옥서 터 표석, 의금부 터 표석을 통해

조선시대 형벌담당 기관에 대한 이야기가 전해진다.
세상을 그리다에서는 도화서 터 표석을 통해 조선시대 화공 양성 교육기관인 도화서를 소개하고

화원들의 생활상을 생생하게 전해준다.

[4장 사랑도 꿈도 잔인한 계절]
어쩌다 사랑은에서는 쌍홍문 터 표석을 통해 조선시대 효를 현대의 시각으로 다시 바라본다.
영욕의 세월이 빚은 예술혼에서는 김정희 본가 터를 통해 추사 김정희 선생의 이야기를 볼 수 있다.
태양의 뒤편, 빛과 그림자에서는 종부시 터가 있던 자리에

영조의 총애를 듬뿍 받은 정조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그토록 차갑고 투명한 신의 선물에서는 동빙고 터 표석과 사한단 터 표석, 동빙고 터, 서빙고 터 표석을 통해 조선시대 절대권력의 상징 얼음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들을 수 있다.

[5장 한 발자국 바깥의 이야기]
그 여자의 두 얼굴에서는 홍릉 터 표석을 통해 명성왕후 이야기가 그려지고
아픔이 아픔을 가엽게 여기나니에서는 제생원 터 표석, 혜민서 터 표석을 통해

조선시대 의료기관의 모습이 담겨있다.
맑고 질펀히 흐르다에서는 담담정 터 표석을 통해 세조, 안평대군, 신숙주의 이야기를 전해들을 수 있다.
내 자취에는 풀도 나지 않으리다에서는 수경원 옛 터 표석을 통해

조선 21대 영조의 후궁인 영빈 이씨의 이야기가 그려진다.

 

크게 다섯개의 큰틀안에 옹기종기 모여있는 갖가지 이야기들은

미처 몰랐던 이야기도 있고 익히 알고 있는 유명한 이야기도 있다.
책 속에서 조선시대 숨겨진 이야기들을 엿볼 수 있었고

우리 선조들의 발자취를 따라 가만히 읽고 있노라면
조선시대에 와있는듯한 착각도 들게했다.
역사책을 통해 옛이야기를 알게되고 하나 둘 알게된 이야기들이 모여서 큰 숲을 이루게 되는 재미와
역사 드라마나 영화를 통해 옛 선인들의 의복, 식생활, 주거지 등의

전반적인 생활상을 시각적으로 경험했던 것들이
김별아 작가의 <도시를 걷는 시간>을 읽으며 극대화되어 큰 기쁨으로 다가왔다.

 

 

 

표석은 자칫 그냥 지나쳐버리거나 보통은 대충 한번 휘 둘러보고 이런 것이 있었나

가볍게 여기기 마련일 것인데 표석에 담긴 의미와 그 자리에서 있었던 뒷이야기, 조선시대 스토리를 함께 전해주는 김별아 작가의 책 <도시를 걷는 시간>은 심심풀이 땅콩으로 읽는 가벼운 책이 아닌

우리나라 역사와 선조들의 이야기가 담겨있는 귀중한 책이다.
현대인의 눈으로 조선시대의 효부, 효자를 다시 보기도 하고
비운의 삶을 살다간 이들의 이야기에 귀기울여 보고 있노라면 현재 내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이 단순한 시간의 흐름에 따라 이어진 것이 아님을 다시금 느끼게 되고 절로 감사한 마음이 생긴다.
김별아 작가가 이야기했듯이 표석이 원래의 제위치에 놓여있지 않고 엉뚱한 위치에 놓여있는 것도 있다고 하는데 그런 것들은 바로잡아 원래 제자리를 찾아주었으면 좋겠다.
<도시를 걷는 시간>을 읽고 평소엔 관심에도 없던 '표석'에 대해 새롭게 관심이 생겼고 나도 김별아 작가처럼 뚜벅뚜벅 표석을 찾아보고 싶어졌다. 우리나라 역사를 좋아하고 서울의 옛모습을 찾아보고 싶으시다면 다른건 제껴두고 김별아 작가의 <도시를 걷는 시간>먼저 보시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내가 알고있던 조선시대의 모습이 채색되지 않은 스케치 단계라 한다면 
이책을 통해 조금 더 탄탄한 스토리가 꽉 채워져 알록달록 멋진 색이 입혀진 그림으로 완성된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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