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초 사고
아카바 유지 지음, 이영미 옮김 / 열린책들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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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초 사고

 

어떤 한 인간의 진가는 위기 순간에 빛을 발한다. 물론 평소에 그 사람이 행동하는 것에서도 그 사람의 됨됨이를 파악할 수 있지만 참모습을 파악하기에 위기만큼 좋은 기회는 없다. 위기 상황에서 침착하게 그 상황을 처리하고 다른 대안을 제시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당황해서 우왕좌왕하는 사람도 있다. 물론 보통은 후자가 더 많을 것이다.

 

스포츠에 비유하자면 투수의 품격이 드러나는 순간은 위기 상황이다. 에이스는 설사 위기 상황을 맞더라도 실점하지 않고 그 상황을 넘기지만 그렇지 않은 이는 대량 실점을 하며 팀의 패배를 자초한다. 누구나 위기에 맞닥뜨릴 수 있다. 그 누구도 삶에서 위기를 피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그렇다면 위기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은 타고난 품성에 좌우되는 것일까. 아니면 후천적으로 훈련이 가능한 것일까.

 

<0초사고>의 저자 아카바 유지에 의하면 인간은 본래 위기 상황에 대처하는 능력을 갖고 있다.

어떤 연구자는 현재의 인간이 수렵시대의 인간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을 강조한다. 우리는 21세기를 살아가고 있지만 우리에겐 수렵시대를 살아가던 습성이 여전히 남아있다. 저자 역시 그 점을 강조한다. 인간에겐 누구나 위기를 알아차리고 그것에 대처할 능력이 있다는 것이다. 또한 저자는 그것이 교육 수준과는 커다란 관계가 없다고 역설한다. 저자는 우리가 제도권 교육에 길들여진 탓에 그러한 본성을 잊은 채 살아간다고 말한다. 그래서 저자는 메모쓰기를 제안한다. 이 간단해 보이는 반복적인 훈련을 통해 우리는 누구나 빠르고 정확한 판단을 내릴 수 있는 품격을 갖출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삶을 살아가다 보면 결정을 내리는 데 생각할 만한 많은 시간이 주어지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런 상황에 닥쳤을 때 평소에 훈련이 되어있지 않다면 B플랜을 제시하기는커녕 당황해서 엉뚱한 결정을 내리고 일을 그르치기 십상이다. 그런 사람이 사회나 조직에서 성공을 거두기는 힘들 것이다.

 

저자는 책에서 어떻게 메모를 쓸 것인지, 어떤 내용을 쓸 것인지, 그리고 그 메모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대해 아주 세세하게 소개하고 있다. 저자의 세심함에서 일본인 특유의 어떤 기질이 엿보인다. 메모쓰기는 저자의 말처럼 사실 아무것도 아닌 일처럼 느껴진다. 메모를 쓴다고 해서 정말 그런 변화가 일어날까. 하지만 글을 읽는 것만으로는 무의미하다. 그것을 직접 실천해야 효과를 실감할 수 있을 것이다. 메모쓰기의 장점이라면 어떤 분야에도 적용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회사원이든, 선생님이든, 학생이든, 보험설계사든, 자영업자든, 운동선수든 직업에 관계없이 메모쓰기를 활용해 효과를 볼 수 있다.

 

우리의 머릿속에 일어나는 수많은 생각들은 안개처럼 일어났다가 금세 사라지고 만다. 그것을 글로 고정시키지 않는다면 그것들은 그저 머리를 복잡하게 하는 무의미한 무엇에 불과하다. 하지만 일단 그것을 글로 쓰고, 정리하고, 구체적인 무엇으로 만들어 낼 수 있다면 그것이 가져오는 효과는 무궁무진할 것임에 분명하다. 저자의 제안은 무척 과학적인 근거를 갖고 있다. 성공한 많은 인물들의 공통점이 있다면 그것은 대개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실체화했다는 것이다. 그들은 메모를 습관화했고 그것을 바탕으로 자신의 분야에서 뛰어난 업적을 이루었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하지만 무작정 메모를 적기보다는 저자가 제안한 방법을 활용한다면 보다 빠른 시간에 구체적인 효과를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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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식 남녀 - 여전히 사랑이 어려운 그 남자, 그 여자
오일리스킨 지음 / 살림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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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식남녀> 여전히 사랑이 어려운 그 남자, 그 여자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것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가난한 자나, 가진 자나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고민이 있다면 그건 아마도 사랑이 아닐까? 나이를 먹는다고 해서 모든 일에 숙련이 되는 건 아니지만 대부분의 일은 경험이 쌓이면 그래도 처음보다는 가벼워지는 법이다. 하지만 사랑은 전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10대에게도 70대에게도 사랑은 여전히 어렵다. 아니, 이 책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사랑은 나이가 들수록 오히려 더 어려워지는 것 같다.

 

그건 아마도 사랑이 누군가를 좋아하는 감정만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게 아니라는 데 이유가 있을 것이다. 사랑은 일방적인 것일 수 없으며, 상대도 나를 좋아해야만 가능하다. 물론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를 좋아하게 만든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이다. 친구들의 수많은 조언, 인터넷에서 주워들은 조언, 집안 어른들의 조언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사랑에 관한 수많은 조언을 받지만 정작 실전에서 그것은 무의미한 휴지조각이 되고 만다. 그렇다면 사랑에 따로 비법(?)이란 없는 것인가, 하고 다시 한 번 좌절하게 된다.

 

그렇다면 그런 비전문가 말고 수많은 소개팅과 만남을 거쳐 사랑에 골인한 소위 전문가(?)들의 조언은 도움이 될까? 물론 도움이 된다. 그럼 사랑에 성공 못하는 사람이 하나도 없겠다고 비아냥댈 수도 있겠지만 그건 그들이 적절한 조언을 들으려고도, 사랑에 대해 배우려는 마인드가 없어서 사랑에 골인을 못한 것뿐이지, 결코 전문가의 조언이 틀려서 그런 것은 아닐 것이다.

 

다시 한 번 강조하자면, 사랑도 배워야 한다. 사랑은 배움이다. 좋아하는 마음만으로는 사랑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설사 상대 역시 나를 좋아한다고 하더라도 두 사람이 서로에게 적절하게 마음을 표현하지 못하고, 자신을 어필하지 못한다면 그 사랑은 십중팔구 실패하고 말 것이다. 이 책은 하다못해 이모티콘 보내는 디테일까지도 상세하게 일러준다. 사랑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아무리 작은 것일지라도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다.

 

누구에게나 사랑은 두렵다. 하지만 그렇다고 마냥 사랑을 피하기만 한다면 긴 인생을 홀로 외로이 보내야 될 지도 모른다. 상처 받는 게 두렵고, 차이는 게 두렵더라도 용기를 내야 한다. 몇 번이고 용기를 내서 새로운 사랑에 도전해보자. 연식(?)이 됐다고 해서 사랑을 두려워할 이유는 더더욱 없다. 이 책이 연식남녀의 좋은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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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의 비용
유종일 외 지음, 지식협동조합 좋은나라 엮음 / 알마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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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의 비용

 

이 책의 저자는 대부분이 대학교수이다. 이들은 이명박 정부가 국고를 탕진한 사례를 낱낱이 밝히고 있다. 책을 읽으면서 놀랐던 것은 이렇게 많은 세금이 낭비되었는데도 불구하고 과연 책임진 사람이 있었는가 하는 점이다. 어떤 일이 일어났다는 사실보다는 그 사실에 대해서 책임지는 사람이 없는 사태가 더 문제다. 최소한 누군가는 나서서 해명을 하든 책임을 지든 해야 하지 않겠는가.

 

책에서는 자원외교, 4대강 사업, 기업비리와 특혜, 원전의 안전 문제, 실정 부분에 이르기까지 이명박 정부의 과실을 파헤치고 있다. 과연 이 과정에서 낭비된 것은 그저 국고뿐일까.

 

투자를 하는 과정에서 손해를 볼 수는 있다. 원래 투자는 그런 리스크를 안고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투자 과정에서 어떤 의도적인 개입이 있었다면 그건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다. 투자는 돈을 잃으면 그만이다. 하지만 더 기가 막힌 것은 4대강 사업이다. 누가 봐도 잘못된 게 분명하고 수많은 전문가들이 나서서 반대를 했지만 사업이 강행됐고, 우려했던 사태들이 일어나고 있다. 아니, 우려했던 사태보다 상황이 더 심각하다고 해야 옳을 것이다. 그러나 여전이 일각에선 아무 문제없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하고 있다. 망가진 생태계는 어떻게 회복할 것인가? 천문학적인 돈을 들여서라도 회복이 가능한지 모르겠다.

 

원전의 문제는 더 심각하다. 원전 문제는 현 정부에서도 여전히 뜨거운 관심사이다. 하지만 정부는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무리하게 원전을 재가동했다. 원전에는 수많은 국민의 생명이 걸려있다. 절대로 일어나서는 안 되겠지만 만에 하나 사고라도 일어난다면 그 후유증은 실로 끔찍할 것이다. 우리는 일본의 경우를 보았듯이 원전사고가 얼마나 무서운 재앙을 가져오는지를 생생하게 목도했다. 하지만 거기에 대해 일말의 깨달음도 얻지 못하고 있다. 안전이 최우선이 되어야 하는 곳에까지 온갖 비리가 끼어들다니 놀라울 지경이다.

 

이러한 문제들에 대해서는 진보와 보수를 떠나 의견을 모아야 하지 않을까? 국민의 생명에도 진보나 보수가 따로 있는가. 정치적 편향성에 따라 정부의 정책을 지지할 것이 아니라 그것이 가져올 결과를 우선은 생각해보아야 하지 않을까. 이 책을 읽으며 가장 놀라웠던 것은 대다수의 국민들은 이 나라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러한 사실을 늦게라도 알았다면 이제는 국민이 나서서 바로잡아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요즘에 갑질이라는 말이 유행이다. 어떤 사소한 일을 두고도 우리가 낸 세금운운하며 목소리를 높이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정작 이렇게 어마어마한 국고가 낭비됐는데도 아무도 말하는 자가 없다. 액수가 너무 커서 마음에 와 닿지 않는 건지 실감이 안 나는 건지 알 수가 없다. 국민은 자신이 낸 세금이 어떻게 쓰이는지 간섭할 권리가 있고, 정부는 국민의 세금을 갖고 그것을 꼭 필요한 곳에 써야할 의무가 있다. 이 책은 그러한 권리와 의무를 다시금 일깨워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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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세를 위한 체크리스트
사이토 다카시 지음, 이현지 옮김, 이충섭 / 북스코프(아카넷)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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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갈림길에서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35세를 위한 체크 리스트

 

 

 

이 책의 저자 사이토 다카시는 독서력, 내가 공부하는 이유를 비롯해 많은 책을 펴냈다. 국내에도 그의 책이 적잖게 번역돼 있다. 사이토 다카시는 왕성한 저술활동으로 많은 책을 펴냈을 뿐 아니라, 하나같이 흥미 있는 주제들을 다루고 있다. 다카시 교수는 끊임없이 읽고, 공부하고,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직접 삶에 몸을 던지고 부딪쳐서 얻은 답을 가지고 책을 쓴다는 특징이 있다. 다카시 교수가 지금의 성과를 이룬 것은 그가 천재여서가 아니다. 그는 오히려 보통사람에 가깝다. 하지만 자신의 노력을 통해 지혜를 얻었고 그것을 발판으로 성공을 이루었다. 저자의 왕성한 지적 욕구와 쉼 없는 노력은 그 자신의 삶뿐만 아니라 많은 독자들의 삶까지도 바꿔놓았다. 그가 이번에 펴낸 35세를 위한 체크리스트라는 책 역시 그 제목에서부터가 심상치 않다.

 

저자는 35세를 인생의 중요한 전환점으로 보고 있다. 저자는 서문에서부터 35살 즈음에서 인생에서 중요한 전환점을 맞이한 이들의 사례를 소개하며, 35살이라는 나이가 무엇을 시작하기에 절대로 늦은 나이가 아니라고 역설하고 있다. 그 유명한 작가 폴 오스터도 35살에 자신의 첫 소설을 발표했다고 한다. 폴 오스터 같은 천재작가의 출발치고는 늦은 나이가 아닌가? 하긴 한국에도 마흔이라는 나이에 등단해 한국문학사에서 중요한 성과를 남긴 박완서라는 위대한 작가가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이들의 경우만을 보고 무작정 무언가를 새로 시작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35살이 인생의 중요한 전환점이기도 하지만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인생의 향방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본문에서도 그 사람의 35를 통해 35살에 극적인 인생의 전환을 맞이한 이들의 사례를 소개하며, 이러한 성공적인 전환을 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에 대해 역설한다. 이 부분에서 사이토 다카시의 저력이 드러난다고 볼 수 있다. 저자는 결코 그저 그런 자기계발서에나 나오는 의미 없는 조언들을 나열하고 있지 않다. 다카시의 조언은 무척 현실적이며 실용적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의 직설적인 조언들은 삶의 전환점이 필요한 30대에게 커다란 도움이 될 것이다. 물론 누구나 소설을 쓴다고 해서 폴 오스터가 되지 않고, 어느 날 갑자기 숨겨진 재능을 발견하고 그것으로 성공할 수도 없다. 현실은 어디까지나 현실이다. 성공하기 위해서는 우선 차가운 현실을 마주할 수 있어야 한다. 다카시 교수의 조언대로 삶의 계획들을 점검하고 용기를 갖고 도전한다면 정말로 새로운 인생이 열릴지도 모르겠다.

 

사이토 다카시의 조언에 귀기울여하는 이유는 그가 변화무쌍한 세상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그도 앞으로의 세상이 어떻게 될지는 장담하지 못한다. 그렇기에 다카시 교수는 그런 세상에 자신을 맞추기 위해서 끊임없이 배우고 변화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생각의 전환이라는 것이 그가 힘주어 말하는 포인트이다. 저자가 책에서 들고 있는 예는 일본의 경우이지만 한국에 대입해 봐도 상황은 비슷하다. 이제 평생직장이란 말은 희미해진지 오래며 이 시대의 청년들은 불안정한 미래에 직면하게 됐다. 지금의 35세는 부모세대와 다르다는 의미다. 인간관계, 행복, 직장, 건강, 마음가짐, 재산. 이 모든 것에 대해 젊은 세대는 기존의 세대와는 다른 감각을 가져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책에는 나의 35라는 부분이 있는데, 여기에는 한국인의 사례가 실려 있다. 이 부분은 출판사에서 따로 추가한 부분이라고 한다. 따라서 한국어판에만 있는 내용이라고 하겠다. 출판사의 세심함과 정성이 돋보인다. 여기에 실린 이야기 역시 한국의 경우라서 그런지 보다 더 와 닿는 것도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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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고독 흰 고독
라인홀트 메스너 지음, 김영도 옮김 / 필로소픽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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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가파르바트 단독 등반을 기록한 산악에세이 <검은 고독, 흰 고독>

 

나는 산을 정복하려고 이곳에 온 게 아니다. 또 영웅이 되어 돌아가기 위해서도 아니다. 나는 두려움을 통해서 이 세계를 새롭게 알고 싶고 느끼고 싶다. 물론 지금은 혼자 있는 것도 두렵지 않다. 이 높은 곳에서는 아무도 만날 수 없다는 사실이 오히려 나를 지탱해 준다. 고독이 더 이상 파멸을 의미하지 않는다. 이 고독 속에서 분명 나는 새로운 자신을 얻게 되었다.”

 

고독이 정녕 이토록 달라질 수 있단 말인가. 지난날 그렇게도 슬프던 이별이 이제는 눈부신 자유를 뜻한다는 걸 알았다. 그것은 내 인생에서 처음으로 체험한 흰 고독이었다. 이제 고독은 더 이상 두려움이 아닌 나의 힘이다.” (165)

    

 

이 책은 단순히 산을 오른 모험담을 기록한 책이 아니다. 저자인 라인홀트 메스너 산을 오르는 행위를 통해서, 진정한 자기 자신의 내면과 마주하고, 깨달음을 얻게 되는 과정을 담고 있는 감동적인 자기고백이다. 저자가 자신을 들여다보는 성찰의 과정은 눈물이 날 만큼 감동적이다.

 

산악인에게 산을 오른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왜 그들은 목숨을 걸고서 그 위험한 곳으로 향하는 것일까? 이 두 가지 물음은 산악인을 떠올렸을 때 늘 떠오르는 질문이었다. 보통 사람으로서는 목숨을 걸고 극한의 상황에 자신을 내던지는 그들이 이해가 가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메스너의 <검은 고독 흰 고독>을 읽고 나면 비로소 답을 얻을 수 있다. 이는 한 산악인의 기록이며, 더 나아가 한 남자의 기록이고, 인간으로서 남길 수 있는 최고의 기록이 아닐까 한다. 이 책은 등반기이지만 오히려 철학 서적보다도 더 깊이 있는 삶에 대한 통찰과 깨달음을 담고 있다. 어떤 구절을 읽으면서는 나도 모르게 흐르는 눈물을 훔치고 있었다.

 

어떤 이는 개인의 명예를 위해 산에 오르고, 또 어떤 이는 조국의 명예를 위해 오른다. 그러나 메스너는 그러한 이유만으로는 산에 오르지 않는다. 그가 산으로 가는 것은 현실에서 도망치기 위함도, 명예를 얻기 위함도 아니다. 그는 절대고독과 마주하기 위해 산을 오른다. 동생을 잃은 바로 그 산(낭가파르바트)을 그는 오른다. 모두가 단독등반은 절대로 불가능하다는 그 산을 메스너는 최소한의 장비만을 가진 채 홀로 오르는 데 성공한다. 그가 산에서 느끼는 절절한 고독은 독자에게 고스란히 전해진다. 하지만 그는 절대로 그러한 고독으로부터 도망치지 않는다.

 

그가 산을 오르는 과정은 자연의 불가해한 힘에 대한 인간의 승리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메스너는 그런 오만한 승리에 도취되기 위해 산에 오른 것이 아니었다. 그는 산에 올라 고독과 마주하고 자신을 괴롭혔던 모든 것으로부터 해방을 얻는다. 결국 그를 괴롭히던 고독은 두려움이 아닌 힘이 되었다. 메스너가 모든 것을 버리고 오로지 산을 오르겠다는 그 순수한 목표에 집중했기에, 그는 산의 정상만이 아닌 자신을 둘러싼 고독을 함께 정복할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순수한 목표를 향한 순수한 열정이 산악인 메스너를 만들었다. 어떤 일을 순수한 열정으로 하다보면 결국 에 이르고, 도는 결국 하나로 통한다는 것을 홀스너는 몸소 보여주었다. 산에 왜 오르는지 그 이유를 알기 위해서는 계속해서 산에 올라가야 한다. 어느 날 그 물음에 대한 답은 깨달음처럼 다가온다. 삶에서의 열정을 잃어버린 채 눈앞의 사소한 것들만을 겨우 겨우 모면하며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산악인 홀스너의 글과 도전은 꽁꽁 얼어버린 열정을 다시 깨어나게 할 망치가 되어준다. 책을 덮으며 무엇을 위해 사는가, 라는 질문을 던져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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