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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이 바꾼 지구의 역사 - 식물과 동물, 그리고 진화의 위대한 로맨스
라일리 블랙 지음, 조정남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26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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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대부분은 흔히 지구의 역사를 살펴볼 때, 식물보다는 움직이는 동물의 진화에 주목한다. 식물은 움직임이 없어서 그런지, 변화의 양상이 역동적이지 않아 흥미가 떨어지는 걸까. 하지만 '식물이 바꾼 지구의 역사'에서 움직이는 모든 생물들의 집은 움직이지 않는 식물들이라는 것을, 식물 없이 동물도 없을 뻔했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게 되었다.
식물은 정말 어머니 같은 존재다. 움직이는 생물들의 먹이가 되고 가려운 곳을 비빌 수 있게 해주는 효자손이 되고, 겨울을 잘 나게 해주는 이불이 되어주며 산소를 공급해 주는 생명줄이 되어주니. 그들은 조용하고 너그럽다. 하지만 그들 안에서는 아주 분주하게 많은 변화들이 있어왔고 그에 따라 지구의 시스템도 변화했다.
가장 강한 것은 오히려 가장 작은 단세포다. 그들은 무엇이라 정할 수도 없지만 그만큼 유연하고 어떤 방향으로도 변화가능한 상태이기 때문에 창조의 씨앗이며 지구의 가장 밑을 점령하고 있는 세력이다.
소리 없고 작고 안 보이는 것이 강하듯이 식물 또한 움직이지 못하지만 리그닌이라는 세포막의 성분 덕에 나무처럼 거대해지고 잎의 모양도 오래 유지되어 올 수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식물의 질긴 성질을 극복하기 위해 초식 동물의 이빨이 진화했지 않은가. 또한 흔히 호박이라 부르는 수지는 나무의 손상된 부분이 회복되도록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고 한다. 이것 또한 식물의 강력한 생명력에 한 역할을 하는 것이다. 식물은 움직이지 못하지만 그들 나름의 유지, 보수의 방법을 갖추고 있는 것이다.
지금의 생태계가 이루어지기까지 모든 과정들은 정말 우연의 연속이었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어떤 계획에 의한 것이 아니라, 단세포끼리의 우연한 만남이 기생에서 공생이 되고 한 몸이 되어 다세포로 진화하고, 계절에 맞게 살아남기 위해 나무가 이파리를 떨구어 에너지를 축적하는 사이 작은 무척추 생물들, 곤충들이 낙엽 아래서 적으로부터 피신하고 따뜻하게 겨울을 지내는 행운을 만난다. 신기하고 신비로우면서도 나 또한 그러한 우연의 결과물이며 우연한 행운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것이 새삼 놀랍다.
'진화는 정해진 속도에 따라 일어나지 않는다. 생존은 단순히 지금 어떤 종인가가 아니라, 내일 무엇이 될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장기적으로 살아남는 힘은 현재의 완벽함이 아니라 다가올 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능력에서 나온다.'
책 속의 이 문단은 많은 것을 깨닫게 해 준다. 지구 생태계뿐 아니라 인간의 삶에도 적용되는 진리가 아닌가 싶다. 오래 견디는 사람은 겉의 완벽함을 추구하기보다 내부의 견고함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사람, 어떤 상황이 오더라도 단지 과정임을 늘 인지하며 나를 던질 수 있는 내공이 있는 사람이겠다.
좋은 책 제공해 주신 세종 서적에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