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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수요일 토요일
페트라 펠리니 지음, 전은경 옮김 / 북파머스 / 2025년 8월
평점 :

[ 이 리뷰는 리뷰어스 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
월요일 수요일 금요일은 출간 전부터
정말 읽고 싶었던 책이에요.
독일 13개 출판사가 경합할 정도의 책은
어떤 우정을 담고 있을지 정말 궁금했어요.
주인공 린다, 친구이자 돌봐야 하는 존재인 후베르트 할아버지,
간병인 에바, 후베르트의 자녀 나방, 린다의 친구 케빈, 린다의 지인들이 나와요.
야외 수영장에서 안전요원으로 일했던 후베르트 할아버지는
중증 치매 환자예요.
가족들의 사진을 알아보지도 못할 만큼
기억을 잃어가고 있어요.
린다는 후베르트 월요일, 수요일, 토요일에
후베르트 할아버지 간병을 해요.
그의 간병인 에바는 폴란드인이예요.
책을 읽기 전에는
치매로 기억을 잃어가는 할아버지와 소녀의
슬픈 우정이야기가 아닐까 생각했어요.
눈물 콧물 다 흘리며 보게 될지도 모른다고 말이죠.
소설은 덤덤하게 진행돼요.
시니컬하면서도 차분한 린다의 시선이
매력적이에요.
틀니라면..
늘 사용하는 거고
분명 입 안에 있거나
소독하는 곳에 있어야 하는데
어딜 갔나 답답할 것만 같아요.
그게 반복되면 지치겠죠.
린다는 그걸 언젠가는 나올 틀니라고 생각해요.
그러니 에바가 야단법썩하게 틀니를 찾는 것을
심드렁하게 본답니다.
그 심드렁함이 소설에 집중하게 도와주어요.
린다는 인생을 비약적으로 바라보아요.
사춘기잖아요. 자기 삶에 대한 고뇌가 느껴져요.
저는 10대 때 무슨 생각을 했었는지 잊고 지냈어요.
그냥 으레 사춘기가 그렇듯
반항적이고 불안한 시기였다는 것만 기억했어요.
책을 읽으며 한 문장이 떠올랐어요.
'사람은 태어남과 동시에 죽음을 마주한다.'
저는 사춘기때 저 문장을 보고
삶에 대한 허무함과 불안감을 느꼈어요.
이번에 생각해 보니
그렇기에 하루를 감사히 여기고
알차게 보냈어야 한다는 걸 깨달아요.
그 시절의 저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린다가
반갑고 신기했어요.
린다의 친구인 케빈은
온갓 걱정과 복잡한 생각으로 가득해요.
케빈의 고민은 굉장히 복합적이면서 세부적이라서
'10대가 이런 고민을?' 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 많은 고민을 떠안고 보내려면
지치겠어요.
"같은 시간을 살아가는 우리는 서로에게 신비로운 의미를 지닌 존재다."
마음에 콕 박힌 문장이에요.
하루를 당연하게 시작하고,
어쩌면 벌써 아침이라고 툴툴대는 날이 많았을지도 몰라요.
유한의 시간 속에서
스쳐 지나가는 인연들은
모두 신비로운 존재들이었던 거죠.
저 문장을 곱씹으며
연락해야겠다고 생각만 하던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안부를 주고 받아요.
깔깔 웃으며 추억을 이야기하고 곧 만나자는 약속을 하며 전화를 끊었어요.
책 곳곳에 마음을 울리는 내용들이 있어요.
자려고 누웠는데 생각이 나서
배시시 웃게 만들기도 하고
내일은 더 즐기며 살아야겠다고 다짐도 해요.
처음에는 사춘기 소녀와 치매 할아버지가
어떻게 우정을 나누는지가 궁금했어요.
나중에 기억을 잃어 아이도 기억 못하면
그 아픔을 어떻게 견디나 걱정을 했죠.
책을 읽는 내내
잔잔한 호숫가를 거니는 기분이에요.
평온하면서도 볼거리가 많아서
계속 걷게 돼요.
심드렁한 린다가 귀엽다가도
할아버지를 대하는 태도는 멋지다는 생각이 들어요.
미친듯한 슬픔도 눈물도 없지만
툭툭 내려놓는 묵직함이 있어요.
기억은 사라져도
마음은 쌓여가는 그들의 모습에 응원을 하게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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