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마무라는 부모님에게 물려받은 재산으로 어려움 없이 사는 소위 금수저다. 결혼은 했지만 처자식은 살던곳에 두고 여행도 다니고 글도 쓰며 산다. 서양의 춤을 주제로 쓰지만 눈으로 직접 보지 않고 외국어로 된 자료에 근거해 쓴다. 이 작은 접촉면은 남녀관계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여행지에서 고마코와 요코에게 호감을 느끼게 되는데 마음만 앞뒤로 움직일뿐 반경을 벗어나지 않는다. 여자들의 관계도 독특한데 고마코는 병약한 남자의 치료하기 위게 게이샤가 됐고, 요코는 그 남자를 이 고장에 다시 데려와 병수발을 하고 무덤을 돌본다. 시마무라가 떠나기로 마음먹었을 때 동네에 불이 난다.
여행객들이 방문하는 눈이 많은 고장이 배경이다. 그래서 고립되었다는 느낌은 없지만 단체로 오는 다른 손님들과 다르게 시마무라는 혼자다. 그래서 주변인과의 소란함이 느껴지지 않는데 고마코가 9할의 소리를 만들어낸다. 카톡 대신 공간을 오가면서 쉴새없이 소식을 전한다. 연애소설의 불타오르는 감정의 선과는 다르게 시마무라의 마음은 개미만큼 움직인다. 그가 서양의 춤을 다루는 태도처럼 멀리서 관조하는 것 같다. 그런 점에서 고마코와 요코는 환상계에 존재하는 무언가처럼 여겨지는 느낌이다. 요코의 마지막 모습을 보면서도 감정이 부각되지 않는데 관찰자이자 방관자로 보인다.
읽다 포기한 바쇼 하이쿠를 이해할 수 있다면 이 책의 매력을 좀 더 이해할 수 있을까. 내겐 어려운 책이었고 평가의 배경이 궁금해진다.

털보다 가느다란 삼실은 천연 눈의 습기가 없으면 다루기 어려워 찬 계절이 좋으며, 추울 때 짠 모시가 더울 때 입어 피부에 시원한 것은 음양의 이치 때문이라고 옛사람들은 이야기했다. 시마무라에게 휘감겨오는 고마코에게도 뭔가 서늘한 핵이 숨어 있는 듯했다. 그 때문에 한층 고마코의 몸 안 뜨거운 곳이 시마무라에게는 애틋하게 여겨졌다. 하지만 이런 애착은 지지미 한 장만큼의 뚜렷한 형태도 남기지 못할 것이다. - P13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