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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적 그림책 시점 - 2022 우수출판콘텐츠 선정작
이정희.장소현.이혜선 지음 / 유럽의봄 / 2022년 11월
평점 :
그림책에 대한 정의는 저마다 다 다르지만 그림책은 ‘읽어줘야 맛이 나는’ 책이다. 아이한테든 어른한테든 읽어줄 때야 비로소 소리가 들려오고, 바람이 스쳐 지나가고, 누웠던 그림이 일어서는 책이다.
그림책은 ‘함께 나눠야 맛있는’책이다. 그림책을 혼자 속으로 보면 10 만큼 내게 다가온다. 소리내 읽으면 30 만큼 나를 향해 걸어온다. 누구에겐가 소리내 읽어주면 60만큼 그림책 속으로 초대받게 된다. 그러나 누구에겐가 읽어주고 함께 이야기를 ‘나누면’ 90을 넘어서게 되는 게 그림책이다. 「전지적 그림책 시점」이 바로 12권의 그림책으로 ‘나누는 맛’을 들려준다.
12권의 그림책을, 3명의 작가가, 자기만의 그림책 속 ‘산책후 감’을 들려준다. 그림책을 따로, 또 여럿이 함께 읽는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보여준다. 그림책이라는 정원을 거닐며 삶과 죽음을 사유하는 책 「그림책으로 배우는 삶과 죽음」에서 내가 소개했던 그림책 「무릎 딱지」 도 소개돼 있어 반가운 마음에 먼저 읽었다. ‘오늘 아침에 엄마가 죽었다’는 대여섯 살 쯤 돼 보이는 아이의 애도 일기같은 그림책이다.
그들은 다채로운 이야기를 들려준다. 심리학자 존 볼비가 말하는 애착 이야기 끝에 사랑은 여전히 당신 가슴 속에 있다는 얘기, 지금의 딱지는 위로중이라며 절망의 끝에 선 아이들에게 반창고 같은 어른이 돼주자는 제안, 무표정 속 아이의 마음이 마치 뭉크의 작품 ‘절규’를 보는 듯하다는 고백까지.
세 작가들의 이력이 다채롭다. 문화 비평가, 사역자, 그림책 업사이클링 전문가, 부모교육 및 성교육의 전문가다. 누구는 다양한 심리적 기제를 통해서, 또 누구는 교육적인 관점을 가지고, 다른 한 작가는 그림책을 미술 작품으로 이어도 보는 즐거운 ‘그림책 담’을 들려준다. 나도 끼고 싶고 ‘그림책 산책담’을 글로 쓰고 싶어진다. 놀랍게도 이 과정은 나도 모르는 새에 일어난다. 이혜선 작가의 이야기에서 들었던 화가의 그림 한 점을 매 꼭지마다 감상하도록 독자를 배려한 구성도 친절하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나도 모르게 그림책 같이 읽을 친구를 찾고 있는 나를 만나게 될 것이다. ‘우주에 떠있는 배 한 척’ 지구에서 아등바등 살아가지만 이 책 저자들처럼 때때로 '함께' 그림책 숲 속을 거닐어보는 삶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