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가 나는 그림책이다. 홀로 눈 내리는 산속을 걷는 소리, 지친 누군가의 숨소리, 촛불이 살랑거리는 소리, 장작이 불티를 내며 타닥타닥 타는 소리, 어둠에 깃들어 있는 생명있는 것들의 소리, 그들 사이로 들려오는 위로의 속삭임이 들린다. "여기 앉아서 몸 좀 녹여." , "고마워."
길을 잃었던 '나'는 난로 앞의 시간으로 초대된다. 특별할 것 없는 몇 마디로 지친 '나'가 회복되는 이야기다. 토끼와 '나', 보이지 않는 생명들이 화목 난로 앞에 모여 있다. 토끼는 '나'에게 어떻게 이곳에 오게 됐는지 묻지 않는다. 곁을 내주고 말 없는 시공을 함께 한다. 그림을 읽다보면 볼이 발그레해지고 불씨가 날아올까봐 조금 뒤로 앉게 된다. 새근새근 숨소리마저 들린다.
'나'는 생면부지의 토끼와 침묵어린 대화를 나눈다. 토끼는 '힘들면 쉬어도 된다고, 무리하지 말고 가만히 있으면 다시 힘이 날 거'라고 다독인다. 침묵 속에서 오갔던 작은 위로와 온기가 좋아하는 사람, 좋아하는 곳, 좋아하는 마음, 좋아하는 모든 것들을 소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