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그림책 읽기의 세계 그림책 학교
유영호 지음 / (주)학교도서관저널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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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그림책 읽기의 세계』
유영호, 학교도서관저널
이 책은 저자와 저자가 만난 아이들, 저자와 함께 연구하는 연구원들이 ‘독해’한 여러 편의 그림책들을 소개하고 있다.

그럼 저자는 이 책을 어떤 책이라고 소개하는지 들어보자. "이 책은 국내외의 유명 그림책을 아이들과 함께 읽고 낯선 방식으로 그림책을 '해석'한 책이다. 아이들의 솔직한 그림책 감상을 비롯해 상상력이 갇혀 있지는 않은지, 작가가 모르는 의도가 담겨 있지 않은지, 어른들의 가치와 판단이 들어 있지 않은지 색다른 시각으로 그림책을 읽고 있다. 수상작이나 현실 반영 그림책, 은유와 상징이 높은 그림책 등 다양한 관점으로 그림책을 깊이 읽으며 다채롭고 놀라운 그림책 읽기를 제안한다."

저자 유영호는 2000년에 스키마 연구소를 설립하고 아이들과 책을 읽으며 독서능력 향상을 위한 방법을 모색해왔다고 한다. 2015년부터는 공동체 독서 형태로 ‘몰입 독서’를 진행하며 독서 능력을 기르기 위한 수업도 연구한다고 한다. ‘낯선’ 그림책 읽기는 어떤 세계일까? 저자가 규정하는 ‘낯설다’는 의미는 무엇이고, 또 어디까지 낯설다고 할 수 있을까? 질문을 품게 한다.

이 책은 구성은 다음과 같다.
1장 ‘그림책을 읽는 다양한 시선’에서는 그림책이 담아내는 것이 무척 다양하다는 것, 아이에게 맞는 그림책은 어떻게 골라야 하나 들려준다. 저자의 의견을 들어보자. “어른은 경험이 풍부한 편이라 그림책을 독해할 때 맥락을 쉽게 떠올릴 수 있다. 반면에 아이들은 자신의 경험과 지식이란 틀로 바라보므로 맥락과 맞지 않는 경우도 있다.” 과연 그럴까? 그리고 “어떤 그림책은 아이들은 이해할 수 없으니 어른이 읽어야 한다."라는 견해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이해’로 그림책을 읽는 독자는 오히려 어른이 아닐까? 그림책에 갇히는 독자도 어린이보다는 어른쪽이다.

2장 ‘그림책 다르게, 낯설게 읽기’는 2013년 4월 부터 2015년 2월까지 ‘공동선’에 발표한 글을 정리했다고 밝히고 있다. 아이들을 위한 책, 어른들을 위한 책, 현실을 뛰어넘는 상상력 이야기는 어떻게 퍼져 나가나?를 포함 12꼭지에서 ‘낯설게’ 독해한 그림책들을 소개하고 있다.

3장 '그림책 깊이 읽기'에서는 세계 유명 그림책 상을 수상한 그림책, 현실을 그대로 담아 불편한 그림책, 은유와 상징으로 현실의 부조리를 그린 그림책을 아이들은 어떻게 읽었는지, 저자와 같이 연구한 공저자들은 어떻게 이 그림책들을 바라보는지 들려준다.

이 책에서는 다양한 그림책의 '낯선 읽기'를 들려준다. 곳곳에서 저자가 바라보는 어린이, 저자가 바라보는 교사, 저자가 바라보는 어른들도 만날 수 있다. 그 생각들은 다음과 같다. "어른들은 희한하게도 아이 앞에만 서면 ‘교사’ 나아가 ‘군자’ 같은 역할을 담당합니다. 그래서 뭔가를 가르치고 싶어 하지요. " '어른들은 교육적 목적을 숨기고 자신들의 관점으로 선택하고 평가한 그림책을 아이들에게 읽으라고 합니다. 그러다 보니 아이들은 어른이 요구하는 답을 간파해서 적극적으로 표현하려고 하지요. 자유롭게 의견을 냈다가도 어른들의 부정적인 속마음을 조금이라도 읽으면 예의상의 표현이나 어른이 요구하는 답변을 주로 쓸 것입니다. " "부모 또한 아이가 부모를 공경하며 예의 바른 착한 아이로 성장하기를 바라지요. 그래서 아이들의 상상력은 그 정도에 머물러 있게 됩니다." 그림책을 낯설게 보기 이전에 저자가 아이들과, 교사, 어른을 '낯설게' 보는 시선이 꽤나 낯설다.

아이들이 그렇게 가볍지 않다. 부모들도 그런 바람만으로 아이들에게 책을 권하지 않는다. 교사이 그림책으로 무엇을 '가르치려 든다'는 의견에도 동의하기 어렵다. 이 책에서 여러 차례 언급하고 있는 ‘어른’이 어떤 태도로 아이를 대하는지에 따라 아이들의 그림책 읽기는 달라질 수 있다. ‘어른’이 어떤 질문을 던지고 어떻게 아이들을 대하느냐도 중요하다. '아! 이 어른은 내가 생각을 잘 정리해서 말하길 원하는구나'라는 느낌을 받으면 그 부분 자체가 부담이 될 테고 그 부분을 기대했던 어른은 그것을 투사해 아이들을 보게 될 것이다.

저자는 때로 이와는 다른 관점으로 아이들을 바라보기도 한다. 저자의 말을 들어보자. "원래 아이들은 고정된 시선에 갇히길 거부합니다. 누르면 툭 튀어나오는 준비된 말이 아닌 제 몸으로 겪은 나름의 이야기를 기대해도 될 만큼 아이들의 사유는 깊고 다채롭습니다. 또한 직접 겪은 일이 아니더라도 그림책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동화되어 공감하기도 하고 날선 의문을 던지기도 합니다. 이처럼 그림책과 현실의 경계를 넘나드는 과정에서 아이들은 현실을 직시하고 상황을 예측하는 힘을 얻습니다. " 공감한다. 그러나 어떤 그림책은 아이들이 이해할 수 없기에 어른들이 읽어야 한다는 저자의 상반된 의견에는 공감하기 어렵다. 아이들은 아이들의 시선으로 읽는 것이다. 이는 어른이 초등학교 1학년이나 읽어봄직한 그림책을 보고도 쿵! 주저 앉을 수도 있는 것이 그림책이다.

린드그랜의 어린이 책에는 결핍과 결핍과 성장이 있다. 그녀에게 매번 느끼는 것이 있다. 아이는 어른과 시선이 분명히 다르지만 결코 미성숙하거나 어리숙한 존재는 아니라는 것이다. 더구나 교사나 부모의 입맛에 맞게 대답하는 그런 존재는 더더욱 아니라는 것이다. 어린이는 어른보다 자유롭고, 그들의 직관을 뚫고 나오는 독후의 '감(感)'은 다채롭기 그지없다. 나는 어린이들 보다 많은 책을 읽었고 경험도 많지만 교직 평생 아이들에게 배웠다. 그림책을 읽는 어린이의 세계는 어른의 생각 저 너머까지 펼쳐져 어른들은 따라잡기 어렵다. 그들이 읽는 그림책의 세계는 품격 있고 싱싱하며 사려 깊어서 어른의 '이해'와 '독해'로는 감히 넘볼 수 없는 세계다.

누군가 나에게 "선생은 아이들의 그림책 읽기의 세계를 어떻게 보느냐?" 묻는다면 정희진 작가의 읽기에 대해 들려주고 싶다. " 독서는 내 몸 전체가 책을 통과하는 것이다. 몸이 슬픔에 '잠긴다', 기쁨에 '넘친다', 감동에 넋을 '잃는다'. " 그렇다. 별도의 목적 없이 순수하게 그림책을 읽을 때 아이들은 이런 터널을 통과한다. 아이들은 그렇게 그림책을 읽는다. 그림책 읽는 아이들의 세계란 다채로움 그 자체다. 풀 스펙트럼(full spectrum)이다. '낯선' 것은 없다. 낯설게 바라보는 어른이 있을 뿐이다.

이 책에서 말하는 ‘낯선’ 그림책 읽기의 세계를 어떻게 볼 것인지는 독자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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