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춘당 사탕의 맛
고정순 지음 / 길벗어린이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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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춘당」은 고정순작가가 처음으로 내놓은 120여 쪽의 만화다. 투박한 흑백선에 간간히 채색한 그림이 정겹다. 화자는 손녀, 제사상에서 가장 예뻤던 사탕 옥춘당에 얽힌 추억으로 이제는 만날 수 없는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사랑을 그려낸 만화다.

손녀의 기억 속에는 추억이 차곡차곡 쌓여있다. 전쟁 고아였지만 어려운 사람들 잘 돌봤던 할아버지, 주변 사람들의 압박에도 그들을 외면하지 않으려고 애썼던 할아버지, 그들과 더불어 사는 모습을 보여줬던 할아버지, 방학 때마다 찾아오는 손녀와 어린 친구가 돼주던 할아버지, 자신만을 의지하는 아내를 홀로 두고 떠나가는 할아버지의 마지막 삶과 남겨진 할머니의 애틋한 사랑까지.

손녀가 들려주는 할아버지 할머니의 마지막 시간에 대한 추억은 성인 독자에게는 결 다른 질문을 던진다.

갑작스러운 암 선고로 아내를 홀로 두고 이 세상을 떠나야 하는 고자동 할아버지, 오롯이 의지하던 남편을 먼저 떠나 보내고 치매에 갇혀 조용하게 무너지던 김순임 할머니의 삶은 우리네 삶을 조망하게 한다. "한 사람의 몸에서 시간이 빠져나가는 과정을 보면서,
우리 힘으로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걸 알았다."

죽음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가? 당신은 생의 말기에 만나게 될 죽음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죽음은 치료의 대상인가, 받아들임의 대상인가? 갑작스러운 죽음이 찾아왔을 때 남은 삶을 어떻게 이어갈 것인가? 내가 누군가 남겨두고 떠나야 한다면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가? 반려자를 떠나 보낸 독거 노인의 마지막 삶을 위해 가족과 사회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이 시대는 어디에서 죽어야 존엄한 죽음이라 말할 수 있는가? 그렇다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조이스박 교수님께서 삶은 많은 추억들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고 했다. 간절했던 몇 순간의 추억만으로도 힘든 시기를 견디고 버틸 수 있다고. 김순임 할머니에게는 그게 바로 알록달록 이쁘고 달달한 사탕 옥춘당이 아닐까? 할아버지가 제사상에서 입에 넣어주던 옥춘당 한 알이 할머니의 남은 삶 전체를 떠받쳤던 것이다.

아버지, 어머니, 당신의 삶을 지금까지 떠받쳐온 간절했던 그 순간이 궁금하다.
#옥춘당
#고정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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