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수다, 나는 대중이다.
얼마 전, <무한 도전>에서 <미남이시네요>가 방영됐다.
고만고만한 외모의 순위를 결정하는 흥미진진한 프로그램이었는데,
리서치의 공정성을 위해 일반인, 전문인,
그리고 해외에서 까지 투표를 실시했다.
결국, 예상을 깨고 <노 홍철>이 1위를,
<유 재석>이 2위, <하하>가 3위를 차지했다.
공정성을 기하겠다는 제작진의 의도가 새롭고, 재미있었지만,
진짜 순위는 사실, 한류의 끝자락도 보이지 않은
해외투표가 아닌가 싶다.
물론, 그 순위도 1~3위의 3파전이기는 했지만,
인기나, 비호감의 영향을 받지 않은,
선입감 없는 순수한 선택이었기 때문이다.
오디션 프로그램이나, 매스 미디어에서 하는 문화계의 순위를 보자면,
참으로 한탄스러울 때가 대부분이다.
그 들을 판단하는 대중은 철저히 무시한 채,
한마디로 자신들만의 북치고 장구치는 축제를 하면서,
대중들에게 주입식 교육을 시키려 하는 것이다.
가령, <정치인이 뽑은 바른 정치인>
<영화인이 뽑은 영화 제작사><뮤지컬 배우가 뽑은 능력 있는 스태프>
<하청업자가 뽑은 최고의 기업>, 이런 말도 안 되는 식이다.
그런 리서치를 자랑스럽게 대중들에게 소개하고 있으며,
세뇌시키고 있는 것이다.
부패 정치인이 바른 정치인을 뽑겠는가?
인정은 다른 사람들이 받고 있는데,
자신에게 일을 주고, 돈을 벌어주고,
당장 얼굴을 맞대고 일을 해야 하는 사람들을 외면할 수 있겠는가?
또, 오디션 프로그램의 심사위원은
겨우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힐 정도인데,
그 들이 대중을 대변할 수 있단 말인가?
실제로 그 들의 주인인 대중은 철저히 외면한 채,
하늘을 찌르는 그 들만의 축제를 봐야 한다는 게,
왜 이리 나의 소중한 사탕을 뺏긴 듯한 느낌인지 모르겠다.
<위대한 탄생>만 보더라도,
아직은 심사위원의 의견이 대부분을 차지하며,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지 못하는데, 앞으로의 귀추가 주목된다.
실제로, <아메리칸 아이돌>도 전적으로 본선은 대중의 심사에 맡긴다.
그런 점에서 <나는 가수다>는
제작진과 전문가의 의견을 배제한 채,
철저한 대중의 심사로,
너무나 훌륭하고 아름다운 가수 일곱 명의 공연을 판가름 짓는다는데
무한의 신뢰를 갖게 되었다.
한 명도 버릴 것 없는 훌륭한 공연을 본다는 점도,
실로 오랜만에 프로그램다운 프로그램을 보는 것 같았으며,
대중의 호흡과 맞추려는 제작진의 노력에
태어나서 처음, 온몸으로 응원했었다.
그런데, 2주도 되지 못해,
<김 건모>의 탈락으로 구설수에 오르고 말았다.
출연 가수 중, 가장 연장자였던 <김 건모>의 첫 번째 탈락은,
가수를 비롯한 모두에게 충격이었다.
<이 소라>는 결과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김 제동>은 다시 한 번 기회를 주기를 간청했고,
다른 가수의 동의 하에 <김 영희> PD는
이례적으로 <김 건모>에게 기회를 주기로 결정했다.
이는 사실 <김 건모>가 떨어진 것보다 더한 충격이었다.
대중의 판단을 무시하고 배반하는 오만 방자한 행위였다.
물론, 두터운 친분으로 재도전을 간청한 <김 제동>을 이해한다.
눈물로 방송을 힘들게 했던 <이 소라>의 감정도 충분히 이해한다.
많은 사람 역시 <김 건모>를 빨리 보내기 싫었을 테니 말이다.
탈락되었다고, 그 사람이 노래를 못하는 건 아니지 않은가?
누가, <나는 가수다>의 출연하는 가수들의 실력을 의심할 수 있단 말인가?
다만, 그 날의 공연이 나머지 6명보다 못할 뿐이다.
노래라는 것은 아무리 열심히 준비한다고 하더라도,
공연 3분이 결정짓는 도박 같은 것 아닌가?
충분히 인간적으로 이해하지만,
<나도 인간이다>라고 주장한다면,
대중과 호흡하며 상생하는 연예인은 더 이상 곤란할 것이다.
다른 이보다, 사랑도 많이 받고, 명예와 부를 축적한 만큼,
공인으로서의 책임감과 의무는
일반인보다 당연히 무겁고 커야 한다.
그런데, 제작진과 <나는 가수다>는
가장 중요한 대중이란 포인트를 놓치고 말았다.
이 프로그램이 갖고 있는 가장 최대의 장점은
질 높은 공연과 대중을 존중하는 마음이었기 때문이다.
너무나 속상하고 아프지만,
그 들의 주인인 대중의 결정을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했다.
그 들이 예민하게 최선을 다한 무대도,
제작진이나, 가수 자신이 아닌,
대중에게 보여주기 위함이 아니었던가?
매우 기대했던 프로그램이기에,
실망도 상대적으로 클 수 밖에 없었다.
그래도, 그 들의 음악을 듣고 싶어,
다시 텔레비전에 앉았지만, 도저히 앉아 있을 수 가 없었다.
아무리 예쁜 강아지라 하더라도,
한 번 주인을 문 강아지를 옆에 두기란
민망하고 힘들었기 때문이다.
정녕 대중이 주인인 진실한 프로그램은 나올 수 없을 것만 같다.
이혁준의 음악, 문화 얘기 http://blog.naver.com/gogotowin
이혁준의 문화 얘기 http://blog.aladdin.co.kr/700044166
이혁준의 광고, 일상 얘기 www.cyworld.com/gogotowin
이혁준의 음악 얘기 http://club.cyworld.com/gotowin
이혁준의 소통 http://twtkr.com/gogotow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