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인이 남긴 싸인
<박 신양><김 아중> 주연의 SBS 드라마 <싸인>이 3월 10일로 종영했다.
꽤 시청률도 좋았고,
미니 시리즈 치곤 급하게 찍은 흔적도 별로 없었던 터라,
웬만하면 또 늘리기 작전에 들어갈 것 같은 예상을 뒤엎고,
상당히 잘 짜여진 극본대로 종영을 했다.
조금 인기만 있다 하면 무조건 늘리기 드라마에 익숙했던 시청자들은
설마, 설마 하면서, 늘리지 않는 드라마에 드라마 보다 더 반전을 느꼈다.
한국판 CSI를 표방하며 시작했던, 이 드라마는
이례적으로 <라디오를 켜라>의 감독 <장 항준>과 그의 부인 <김 은희>를
작가로 영입하면서,
첫 방송부터 사뭇 다른 냄새를 풍겼다.
방송국에 높으신 어른들 눈치 안보고,
예민한 <듀스의 김 성재>의 죽음으로 시작으로,
<극락도 살인 사건> <유영철 연쇄 살인 사건>
<재벌그룹 최철원의 맷값 사건>
<이태원 햄버거가게 살인사건> 등을 모티브로 극을 전개하고,
<수미쌍관법>으로 <김 성재> 사건의 결말을 엔딩으로 잡았다.
처음부터 짜여진 플롯 그대로 진행되는 느낌이었다.
간간이 가르쳐 주는 의학적 지식도 잔재미가 있었고,
에피소드마다 등장한 살인마들의 연기도 볼만했다.
시종일관 차갑고 쉬크한 모습의 <황 선희>가 연기했던 강 서연,
사람 목숨을 파리 목숨보다 쉽게 여겼던 방종의 종결자 정 차영 역의 <김 정태>,
그리고, 억압된 분노를 살인으로 표출했던 이 호진 역의 <김 성오>까지,
TV에서 자주 못 봤던 배우들의 과감한 캐스팅으로,
극적 요소의 리얼리티까지 잘 살려주었다.
사실, 이에 비해, 주연급의
<박 신양> <김 아중> <전 광렬> <정 겨운> <엄 지원>의 연기가
약간은 오버스러우면서 식상했고, 눈에 잘 띄지도 않았으니,
에피소드의 살인범 하나하나가
얼마나 소름끼치도록 연기를 잘 했는지 알 수 있는 사실이다.
그 속에서, 설득되지 않는 러브 라인은
우리가 늘 보고 왔던 드라마의 구성요소라
오히려 극에 흐름에 방해된 것도 사실이다.
<박 신양>이 왜 옛 사랑 <엄 지원>을 정리하고,
<김 아중>에게 사랑을 느꼈는지,
<정 겨운>은 어느 순간에 <엄 지원>에게 사랑을 느꼈는지에 대한,
복선이나 사실적 설득력이 부족했다.
과감히 버리던가, 더 줄였어야 하지 않았는지 하는 아쉬움이 든다.
반면, <김 아중>이 선배 <박 신양>을 존경에서 사랑으로 바뀌는 과정은
<김 아중>의 섬세한 연기가 잘 대변해 주고 있어,
그 나마 다행이었다.
아무튼, 시청률 상승에
무조건 늘리기 식의 드라마를 보여주지 않았다는 점만으로도,
<싸인>은 한국 드라마의 판도를 살짝 바꿔 놓았다.
공부한 흔적이 있는 흔하지 않은 스토리 라인과,
영화에서나 가능한 과감한 캐스팅도
앞으로의 드라마에 귀감이 될 것이다.
조금은 아쉽지만,
좀 더 탄탄한 드라마가 나올 것 같은 기분 좋은 예감에
더 설레는 것도 사실이다.
이젠 출생의 비밀, 불륜도 조금 쉬었다, 잊혀질 때 즈음,
다시 하길 바란다.
방송국에 시청자들의 마음을 읽는
마케팅 부서는 없는 듯 하니,
대중은 시청률로 방송국을 움직여
우리가 보고 싶은 드라마를 찾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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