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의 전부를 눈물로 채워도...
백선경 지음 / 징검다리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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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책을 받아들고 책 제목을 보았을 때, 무슨 기구한 운명이 있길래 삶의 전부를 눈물로 채워도 라는 가슴이 아릿해지는 제목을 갖게 된 것일까. 더불어 투명한 코팅으로 눈물자국이 책에 쏟아져 있다. 내 짐작상으로는 왠지 이 책이 슬플 거 같다는 기분이 든다. 책 표지 뒷부분에 삽입된 책 내용을 보자니 한 남녀의 안타까운 사랑인 듯 싶기도 하고...

 

어린 시절 조팝나무 아래서 만난 소녀 미현과 소년 태욱은 그 첫사랑의 추억을 잊지 못하고 어른이 되어서까지 간직한다. 세상이 좁게도 대학에서 그들은 다시 재회하게 되어 이런저런 얘기가 이어지다 결혼하여 두 아이를 낳게 된다. 여기까진 그들이 만나 행복한 삶이 그려지겠지 하고 생각했다. 그러나 태욱이 차를 타고 가다가 사고를 당해 식물인간이 되어 그들의 평온한 일상은 깨진 거울처럼 금이가고 파편이 날리며 깨지게 된다. 가난한 생활속에서 아내이자 어머니인 한 여자 미현은 어떻게든 남편을 살리려고 이것저것 안 해본 일이 없다. 보험 외판원, 파출부, 막노동 등 결국 삶의 밑바닥까지 다다르게 된다. 오로지 남편을 살려 아이들 곁으로 보내려는 의지와 희망 하나로 비참한 삶속에서도 희망을 가진 그녀였다. 화사한 웃음을 지으며 순결한 한 떨기 꽃과 같았던 여자가 한 순간 진한 화장과 몸을 드러내는 옷을 입고 짙은 웃음을 내뱉는 여자로 변해버렸다. 책을 읽으며 이 여자의 인생이 무척 슬프게 느껴졌다. 여자는 참 바보같을 정도로 자신을 희생시켜 가족을 부양한다. 공부에 욕심이 있어 더러운 창부 엄마의 돈이라도 좋으니 제발 학비를 보태어 달라는 아들, 엄마가 창부라는 사실이 알려져 등을 돌린 친구들에게서 상처를 받고 15살의 나이에 가출해 거리를 방황하는 딸, 쾌유는 되었지만 아내를 외면하는 남편. 모든것은 여자가 희망하던 삶이 아니었다. 모든게 뒤틀어져있다. 그동안 이들을 위해 자신의 몸이 부서지는 한이 있더라도 악착같이 돈을 벌던 여자가 가엾고 애처롭게 느껴진다. 이 여자는 무엇을 위해 여태까지 살아온 것일까. 참 기운빠진다. 보는 사람인 내가 숨이 탁탁 막혀온다. 책을 읽으며 한숨 쉬었다 다시 읽고를 반복했다.

 

아들과 딸에게 짓밟히고 폭행을 당해도 어머니라는 모성때문에 자식에게 매달리는 부분은 어찌 자식이 저리도 모질수가 있을까. 그러면서 아들은 어머니에게 돈을 요구한다. 도대체 가족이 뭐길래... 어미가 뼈빠지게 일해서 학비를 보태어주어도 과연 아들은 어미를 부양할까? 한 몸 다바쳐 부양해도 자신에게 돌아오는 것은 냉소와 차가운 눈길, 멸시뿐이다. 따뜻함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다. 모든게 모순에 가득차있다. 기가 막힌건 시어머니의 태도였다. 남편이 아직 병실에 있을 때는 며느리를 질책하지도 않고 아직 아내로서의 의무를 다 해달라며 조용히 말을 건네고 사라진 시어머니가 남편이 건강하게 퇴원하자 돈만 요구하고 뻔뻔스럽게도 그녀를 몰아세웠다. 사람이 바뀌는 건 한 순간인가보다. 미현이 신혼시절의 시어머니와 현재의 시어머니는 전혀 달랐다. 그때를 생각하면 사람이 이렇게까지 변할 수 있나 하고 오싹해진다.

 

책을 읽지 않고서는 이 여자의 한이 가득한 삶을 알지 못할 것이다. 아내라는, 어머니라는 지위로 사람들이 욕을 마다하지 않는 직업에 종사하며 돈을 번 이여인을 누가 알아줄까. 그저 평범하게 바라보자면 버젓이 남편이 있는데도 술집여인으로 살아가는 미현이 화낭년이라는 욕을 듣기 마련이지만 여자의 삶을 바라보면 욕은 커녕 고개가 숙여지고 눈물이 뚝뚝 흐른다. 가족을 위해 여태까지 몸을 희생해 돈을 벌어 부쳐주지만 자신을 위한 삶은 살지 않은 그녀가 자신의 희망에게서 매몰찬 거절의 대답을 받을 때면 무너지지 않고 그래도 웃으며 살아왔던 그 삶을 내가 산다면 나는 무너질 거 같다. 그토록 염원하던 것이 이루어졌지만 자신이 가족때문에 살아왔건만 더러운 일 마다않고 살았건만 내가 그것에게 외면당한다면 지독한 슬픔속에서 허우적거리다 실성할 것만 같다. 생각조차 하기도 싫다. 무척 끔찍한 일이기에.

 

읽으며 눈물을 후두둑 쏟아낸 책이다. 작가는 무슨 생각으로 이렇게 슬픈 책을 썼을까. 왜 이 책을 썼을까 하는 의문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그 궁금증은 책을 다 읽고 작가의 말에서 알게되었다.

 

- 어머니의 사랑은 끝이 없습니다.다 내어 주시고도 더 내어 줄 것이 없을까, 먼지뿐인 빈 몸까지 탈탈 털어 내 주시고는, 맹목적이고 헌신적인 사랑이 우리 세대가 기억하고 있는 전형적인 대한민국의 어머니 상이었습니다. 우리 세대의 기억 속 어머니는 당신의 삶의 전부가 당신의 삶이 아닌, 자식들의 삶이었습니다. 만나고 헤어짐이 너무나 가볍게 행해지고 있는 요즘 세대의 어머니를 보면, 세상은 참으로 많이 변했다는 것을 실감하게 도비니다. 부모의 이혼으로 낯선 곳에서 방황하는 아이들…자식을 위해서라면 죽음도 두려워 하지 않던 어머니의 헌신이 옛 이야기가 되어가고 있는 현실은 안타깝기만 합니다. - 작가의 말

 

작가는 아마 어머니의 헌신적인 삶을 사람들에게 심어주고자 이 책을 썼으리라. 하지만 한 여인의 삶이 너무도 가혹하게 나타나있어 깊은 슬픔을 자아낸다. 타인의 애환이 담긴 삶이 내 가슴을 울리고 또 울린다. 어머니라는 지위, 아내라는 지위를 가진 한 여자의 인생이...아직도 한 번만이라도 아이의 얼굴이 보고싶다던 여자의 모습이 머릿속을 괴롭힌다.

 

조팝꽃 그늘 아래 그 여자가 살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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