겐지 이야기 1
무라사키 시키부 지음, 세투우치 자쿠초.김난주 옮김, 김유천 감수 / 한길사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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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세계에 자랑할 수 있는 문화유산으로 필두에 꼽히는 걸작 장편 연애소설인 『겐지 이야기』를 읽게 되었다. 내가 겐지 이야기라는 책을 알게 된 것은 만화 <월화의 그대> 라는 만화를 보고 알게 되었다. 거기엔 겐지와 무라사키의 사랑이야기가 초점이어서 자세한 내용을 알기는 어려웠다. 그 만화가 소설이 원작이라 길래 찾아보니 겐지 이야기 라는 책이 원작이라 한다. 그래서 그 책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었다. 한국에 출판된 겐지 이야기는 유일하게 길게 나온 것이 나남출판사에서 나온 3권짜리였다. 그 책은 인물의 이름이 모두 한자로 표기되었었고 한자도 꽤 많았다. 그 책을 본 당시는 작년 5월이었다. 당시의 나는 한자에 낯설었고 책에 완전히 익숙하지 않아서 읽느라 힘들었다. 결국 1권반도 못 읽고 포기해버렸었다. 그렇게 포기해버려 시간이 지나니 내심 아쉬웠다. 그래서 용기를 내어 다시 볼까 싶었는데 겐지 이야기가 10권짜리가 나온 것이었다.

 



때는 작년 12월 말, 겐지 이야기가 10권짜리로 예약판매를 하 길래 탐내고 있었지만, 10만원이라는 어마어마한 가격에 사지 못해서 있어서 아쉬웠다. 그러다 올해 5월 달에 군내 도서관 희망도서 신청 란에 신청했는데 어마한 돈이 드는지라 안 넣어줄 것 같아서 걱정했었다. 그런데 이번 6월 달에 신착자료로 비치되어서 기뻤다. 그야말로 환호의 도가니였으리라. 기분 좋게1,2권을 빌렸다.

 



그렇게 보고 싶었던 겐지 이야기를 드디어 읽게 되어서 기쁜 마음으로 책을 손에 들었다. 시대적 차이도 있고 나라의 차이가 있어서 읽기가 힘들 줄 알았는데 의외로 나는 책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나는 정신없이 겐지 이야기를 탐독했다.

 

1권을 읽었는데 과연 3권짜리보다 10권짜리가 내용도 길고 이해도 쉬웠다. 번역자는 인기 있는 일본소설의 번역자로 이젠 익숙한 이름으로 자리 잡은, 일본근대문학 전공에 일본문학 전문 번역자인 김 난주 씨가 번역해서인지 내용이해가 아주 쉬웠고 조근 조근 재미있게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책 머리말에 되도록 용어를 풀어서 썼다하니 읽기가 한결 수월했다. 처음엔 각 첩의 제목을 한국어로 풀어서 썼다 길래 그런 건 한자로 해놓는 게 좋을 텐데 싶었다. 친절하게도 제목 뒷장 하단에 한자어를 어떻게 읽는지와 뜻이 나와 있었다. 찝찝했던 기분이 단번에 맑아졌다. 용어 해석은 맨 뒤에 있었다. 이런 건 일일이 찾기가 힘들다. 하지만 용어 해석이 뒤에 있어서인지 책을 읽는 동안 부담감이 줄은 건 사실이다. 책을 읽는데 용어의 뜻이 앞에 나오면 부담감이 조금 들기 마련이었다.

 



일생에 한 번도 이렇게 긴 소설을 읽은 적이 없었다. 방대한 양에 먼저 질려 고개를 돌려버린 것이 빈번했는데, 이 책은 그런 나를 매력에 끌었다. 참으로 매력적인 소설이다.

 



1권에서는 주인공 히카루 겐지의 부모의 사랑에서 시작하여 겐지의 탄생, 청춘의 사랑...등 전반적인 내용이 나온다.


천황은 다른 후궁들은 거들 떠 보지도 않은 채 겐지의 어머니인 기리쓰보 갱의 만을 사랑하고 아낀다. 그 때문에 기리쓰보 갱의는 다른 후궁들과 정부인에게 미움을 받는다. 그래서인지 얼마 못살고 시름시름 앓다가 죽게 된다. 죽기 전 천황과 갱의의 사랑의 결과인 겐지를 낳는다. 황자인 겐지는 정세의 미모와 보기 드문 총명함 때문에 모든 사람들에게 빛나는 님, ‘히카루 겐지’라 칭송받는다. 겐지는 어머니가 빨리 죽은 탓에 모정을 그리워하게 된다.

 


겐지가 열 살 때, 기리쓰보 갱의를 잃은 시름에 정무를 돌아보지 않게 된 천황은 죽은 갱의를 꼭 닮은 선황의 딸을 후궁으로 맞는다. 그녀는 후지쓰보라 불린다. 겐지 보다 나이가 불과 다섯 살 많은 젊디젊은 후궁이다. 겐지는 후지쓰보가 죽은 어머니를 많이 닮았다는 소리를 듣고 어린 마음에 어렴풋한 동경을 품는다.

 


겐지가 열두 살 때, 성인식을 치르고 좌대신의 딸을 정부인으로 맞는다.

 

시간이 흘러 겐지는 17살이 된다. 이 때 부터 겐지의 바람기가 시작된 듯하다. 겐지는 타고난 바람둥이였었다. 마음이 있는 여자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것이었다. 설령 사랑하는 여자가 몇 명이라 해도. 장난이 아닌 진심이니 뭐라 욕할 수도 없었다. 얄밉다. 미워할 수 없는 사람...하지만 여자에게만 정착하지 못하고 이 여자 저 여자에게 마음을 품는 건 올바르지 못하다. 요즘 시대였다면 당장 이혼 당했겠지^^;;

 


겐지는 여전히 후지쓰보를 마음에 품고 연모한다. 겐지는 나이와 안 맞게 색을 많이 밝힌다. 지금 현대시대로 따지면 만16세에 고등학생인데... 고등학생이 벌써 색을 밝히다니..;; 왠지 부정적인 생각이 자꾸 떠올랐다. 현대어로 옮긴 사람의 설명에 따르자면, 그 때의 나이는 지금과는 다르게 17살이면 성인이나 마찬가지였다고 한다. 하긴, 옛날 사람들은 빨리 성숙했지...

 


아무튼 겐지의 연애행각이 한참 나오다 마지막 첩에 드디어 나왔다. 겐지의 평생을 함께할 반려 무라사키. 대충 무라사키와 겐지의 얘기는 알지만 아직 확실히는 몰랐다. 흥미진진하다. 이때는 무라사키가 아직 어렸다. 책을 읽으며 안 사실인데, 무라사키와 겐지는 8살이나 차이가 난다고 한다. 꽤 나는구나..;; 시대를 생각하면 그 땐 그 정돈 아무것도 아니겠지?? 겐지가 10살짜리인 어린 무라사키에게 마음을 품은 것은 무라사키가 후지쓰보의 조카라는 사실에서 마음을 품는다. 게다가 외모까지 닮았기에...무라사키는 무라사키의 아버지인 병부경이 몰래 무라사키의 어머니를 만나 관계를 맺어서 낳은 아이라고 한다. 어머니가 자신을 낳고 죽자 할머니가 무라사키를 키우다 할머니마저 돌아가시다 겐지가 무라사키를 자신의 처소로 데려가 키우는 것이다. 뭐...일방적인 처사이긴 하지만. 겐지가 무라사키의 비위를 맞추어주며 인형놀이나 그림을 그릴 때의 모습은 알콩달콩 해서 기분 좋은 웃음이 나왔다. 이런 장면이 자주 나와 주었으면 한다. 아~~어서 무라사키가 성장한 내용이 나왔으면 좋겠다. 무라사키가 소녀로 성장할 즈음이면 겐지의 바람둥이 기질도 그 땐 큰 문제가 되리라. 아직은 무라사키가 어려서 그렇겠지만...만약 무라사키가 어엿한 여인이 되었을 때는 부디 겐지가 무라사키에게만 마음을 돌렸으면 한다. 겐지, 사랑스런 무라사키를 울리지 마라 구!

 



옛 시대 사람들이라 일상생활에 시를 아주 가까이 사용한다. 역시 옛날 사람들은 낭만적인 사람들이다. 시가 많이 나오는데, 나오는 시를 보는 만큼 나의 시 쓰는 능력도 올랐으면 하는 우스운 바램 이 들기도 하였다.

 



뒷부분에는 다양한 자료가 있었다. 자료의 양이 꽤 되었다. 그 중에는 작가인 무라사키에 대한 이야기도 있고, 내용 설명도 나와 있다. 내용 설명을 보니 한 층 이해가 잘 갔다. 그리고 그림 자료가 많았는데, 관위상당표, 연표, 궁중, 청량전, 후량성, 침전과 악기, 때에 따르는 옷차림과 수레 그림 등등.. 여러 가지 자료가 있어서 그 시대의 생활을 알 수 있었고 내용이해에 도움이 많이 되었다.

 



이 책은 내용도 탄탄하지만 책이 무척 아름답다. 디자인에 아주 신경을 많이 쓴 듯하다. 일러스트도 정말 멋졌다.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다음 편을 손에 들 때 이 권에서는 어떤 일러스트가 있을까 하고 기대를 하게 만든다.



 

내용도 좋고, 책도 아름다운 겐지 이야기! 그야말로 아주 멋진 책이다. 곧 보게 될 2권도 무척 기대된다. 틀림없이 나는 2권을 볼 때도 탐독하게 되리라. 당분간 겐지 이야기의 매력에 푹 빠져 살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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