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리앗 - 2014 앙굴렘 국제만화제 대상후보작
톰 골드 지음, 김경주 옮김 / 이봄 / 2015년 1월
평점 :
절판


골리앗(Goliath)은 구약 성경의 사무엘기에 등장하는 블레셋의 거인 병사이다.

키는 6척 반(약 2.9 미터)이다. 양치기 소년인 다윗이 돌을 던져 골리앗의 이마에 맞혀 쓰러뜨린다​ (*위키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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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인 만화가 & 일러스트레이터 톰 골드의 대표작 <골리앗>

기존에 우리가 알던 그 골리앗이 아니다.

새로운 골리앗 이야기.

톰 골드가 만들어낸 골리앗은 달빛을 받아 반짝거리는 조약돌의 아름다움을 볼 줄 아는

섬세함을 가지고 있으며.. 덩치는 매우 몹시 크지만..

싸움에는 전혀 관심이 없고 전사도 아니며 소대원 중에는 뒤에서 다섯 번째로 검을 못 다루고

군대에서 문서작업을 담당하고 있고 그 분야에 유능한 행정병이다.

 

한마디로.. 덩치만 큰... 속 빈 강정 플러스 섬세하고 여린 마음의 소유자.

이런 사람에게 어리석은 대장은...

"골리앗 자네는 전사처럼 보이네.. 이건 정신력 싸움이야.

자네에게 싸움을 걸어올 사람은 없네."라는 말을 하며...

모두에게 중대한 일을 골리앗에게만 전담한 뒤...

적군 근처에 있는 관목 앞까지 가서.. 아침저녁으로 왕의 전언을 읽으라 명령한다.

"나는 가드의 골리앗이다 ~~~~"

9살 먹은 방패지기 소년과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낸 골리앗...

군대 사람들은 폐하의 생신 준비에 한창이고..

어리석은 대장은 40일 만에 찾아와..

전쟁의 승리가 골리앗에게 달린 것처럼

부담감만 팍팍 주고 가버린다...

안개가 자욱한 날... 한치 앞도 안 보이던 그날...

한 아이가 나타나 무어라 무어라 중얼거리고...

그 말에 온 신경을 집중한 골리앗...

그리고는.....

 

빈 수레가 요란하다는 말이 딱 떠올랐다. 이 말이 골리앗에게 적합해 보인다.

불쌍한 골리앗.... 덩치만 컸지...

전쟁 속에서 할 줄 아는 것도 없고.. 사람이든 동물이든 살생도 못할 만큼 여린 마음을 가졌는데..

어리석은 대장에게 실컷 이용만 당하고..

골리앗을 지켜주겠다며.. 단검까지 갖고 다니던 방패지기는 마지막 순간에 도망가고...

물론 그의 나이가 9살 밖에 안 된 어린아이니깐 이해가 되지만..

그래도 마지막 순간에 아무도 없었다는 사실은 좀 안타까운 마음이 들게 했다....

 

성서에 잠깐 등장하는... 건방지고 오만하고 잔인해 보이는 골리앗을

톰 골드는 연민이라는 감정을 느낄 수밖에 없게 만들었다.

이 글을 읽고 성서를 다시 읽어보니.. 어찌나 안쓰럽던지...

 

처음에는 이런 책이 낯설기도 했으나..

자꾸자꾸 보게 되는 매력이 있다.

갈색빛이 주는 느낌도 좋고..

읽는 시간은 엄청 짧은 책이지만..

읽고 나서 여운이 길게 남는 느낌이었고..

어느 날 홀연히 나타난 다윗이 참 무섭게 느껴지기도 했다.

나지막한 목소리로 상대방의 정신을 집중하게 만들고...

조용히 나타나 자기 할 일을 하고 돌아가는 그의 모습이..

더 무섭게 느껴지는...

 개인적으로 골리앗이 조석으로 전언을 외치던 40일 동안...

무슨 생각을 했을까... 란 궁금증이 생기기도 했고..

마음에 와 닿고... 한편으로는 슬프기도 했던... 그의 말...

 "난 여기 있는 게 꽤 좋아지기 시작했어...

  ........나름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지 않니? "

 
비참한 최후, 실패의 상징이었던 골리앗을 새롭게 볼 수 있게 만든 톰 골드~!!!!!

<골리앗> 이 책이 한국에서 소개되는 첫 책이라고 하던데...

그의 다른 작품들도 몹시 궁금해진다.

얼른 다른 작품도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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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 연령 60세 사와무라 씨 댁의 이런 하루 마스다 미리 만화 시리즈
마스다 미리 지음, 권남희 옮김 / 이봄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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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마스다 미리의 만화책이다.

마흔 살... 싱글인 딸과 일흔 살이 된 아버지, 그리고 69세 어머니...

세 사람의 평균 연령 60세...

한 집안에 사는 세 사람의 평범하면서도 소소하고 따뜻한 일상에 대한 글이다.


아버지 : 사와무라 시로 (70)

회사원 생활을 하다 정년퇴직, 취미 독서, 역사물을 좋아함


엄마: 사와무라 노리에 (69)

요리가 특기, 동물을 좋아함. 최근 뜨개질을 하면 눈이 아프다.


딸 : 사와무라 히토미 (40)

회사원, 독신, 애인 없는 기간도 길어지고......

백화점 식품 매장을 좋아함. 살짝 억척스러움


보면서 딸과 함께 이렇게 사는 것도 참 좋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우리나라였으면... 어땠을까..

마흔이 된... 연애도 안 하는 딸을 바라보는 부모님이..

사와무라 씨 댁처럼.. 듣기 싫은 잔소리 없이

서로 오손도손 살아갈 수 있을까...

과연 그럴 수 있으려나...라는 의문도 생기고....

만약 내가 결혼을 하지 않고.. 독립도 하지 않았으면..

우리 집의 풍경도 이랬을까.. 생각해보니..

아마 우리 집은 절대 이런 분위기는 아니었을 것이다.

결혼을 꼭 해라.. 이런 말은 하지 않을 테지만..

마흔 살까지 혼자 있으면... 부모님의 근심 걱정이 얼굴에 바로바로 나타났을 테고..

나는 독립하겠다는 의지를 불태웠을 것 같다..ㅋㅋ


평소 내가 좋아하는 마스다 미리의 특색이 가득해서

보는 내내 미소가 가득했던 책이고..

언제 보아도 참 즐거운 책.

만화라서 더더욱 부담 없이 볼 수 있었고..

만화라서 더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다.


특히 부모님의 일상...

퇴직 후의 아버지.. 그리고 엄마의 소소한 모습들을 보면서...

때로는 재밌고 때로는 가슴 찡해지고...

특히 엄마가 자신의 엄마를 기억하고 부르는 모습은...

순간 울컥했다.

우리 엄마에게도 엄마가 있었고..

나이가 들어도 여전히 엄마를 그리워하겠구나..

자식이 커가는 모습을 보면서는 엄마도

일찍 돌아가신 엄마를 그리워했겠구나...

다만... 다른 사람들에게 티 내지 않았을 뿐이지...

이런 생각이 들면서..

내가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도 들고..


사와무라 씨 부부를 보면서...

부부가 사이좋게 늙어가는 모습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이런 게 진짜 행복이지...라고 생각했다.

행복이 멀리 있지 않다는 것.

사랑하는 사람과 건강하게 살아가고 있고..

자신을 아끼고 사랑하는 딸도 있고..

무엇을 함께 하여도 언제나 즐거운 가족.

때로는 싸우기도 하겠지만..

오래가지 않고 스르륵 풀어지는 가족..

결혼하지 않아도... 딸과 함께, 부모님과 함께

사는 것이 부끄러운 일이 아니고..

참 행복하고 좋구나..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모습도 부럽고..

스스로의 인생을 잘 가꾸어 가는 모습과...

남의 시선 의식하지 않고.. 당당해 보이는 것도 그렇고..

나이에 연연하지 않는 모습이 참 멋있게 보였던...

<평균 연령 60세 사와무라 씨 댁의 이런 하루>

 

 

 

 "이 옷, 아직 있었네."

돌아가신 노리에 씨의 어머니 스웨터.

노리에씨는 한번 불러보고 싶어졌습니다.

"엄마."

그리운 그 울림.

부를 수 없게 된 그 말.

 - p. 59 -

 

 

 "불편하게 느껴는 점 같은 것 없어?"

"음~~ 뭐가 있으려나?"

"있어요, 있어. 불편한 것."

"오, 뭔데?"

'싱크대 아래 선반'이라고 말하려다, 노리에 씨는 그만두었습니다.

그것은 옛날에 시로 씨가 만들어준 선반이거든요.

"저기, 병뚜껑이 단단해서 잘 안 열려요."

"그런 상품은 벌써 나와 있을걸."

'조금쯤 불편해도 사랑이 담긴 선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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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의 아이
미야베 미유키 지음, 권영주 옮김 / 박하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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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카와 천 제방을 산책하던 생후 34개월 된 딸과 그 엄마는 강 상류에서

떠내려오는 하얀 비닐봉지를 발견한다....

 

부모님의 이혼 후, 아빠와 살게 된 준.

형사인 아버지 직장 근처 시타마치로 이사를 오고...

집안일을 도와주는 가정부 하나와 형사가 꿈이라고 말하는 신고 덕분에

달라진 일상에도 큰 문제없이 적응해가고 있었는데..

가정부 하나에게서 마을에 돌고 있는 흉흉한 소문을 듣게 된다.

 

마을 외딴곳에 새로 지은 단독주택.

그곳에는 연로한 남자가 혼자 살고 있는데..

어느 날 그 집에 젊은 아가씨가 들어갔고..

나오는 걸 아무도 못 봤다는 이야기...

대수롭지 않지만.. 무언가 석연찮은 소문에 대해서 아버지인 미치오에게 말하려고 했지만..

그를 찾는 전화가 오고... 그는 강에서 발견된 토막 시체 사건 조사팀에 합류한다....

집에서 뉴스를 통해 사건을 알게 된 준,

그리고 준의 집에 놀러 온 신고.

마을 주민회장의 아들인 신고에게 흉흉한 소문에 대해서 물어보고..

그 집에 사는 사람이 시노다 도고... 일흔 살쯤 되었고.. 수묵화를 그리는 화가라는 것과..

그에게는 사이가..라는 비서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날 밤 새벽 1시가 지난 시각....

준의 집 우편함이 달가닥거리고..

준이 나가서 확인을 해보니..

펠트펜 같은 것으로 네모반듯하게 쓴 편지에는..

시노다 도고는 살인자..라고 쓰여있었다.

 

다음날 준과 신고는 학교 미술 선생님을 통해 시노다 도고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미치오는 하야미 형사와 현장 주변 수색을 하던 중... 근처 아파트 관리인이 비닐봉지를 버렸다는

진술을 듣게 되고..

수사본부에는 범인이 보낸 우편물이 속달로 전달된다.

다음 시체가 어디에 있는지 알려주는 내용의 편지...

집에 돌아온 준은 하나에게 새벽에 받은 편지와 조사 상황을 설명하고...

하나는 미치오에게 바로 말을 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한다.

뉴스 속보를 보던 준에게 하나는 받은 편지를 바라보면서.....

"토막 살인 사건의 범인이 보냈다는 저 편지의 글씨가 많이 비슷하지 않나요?"라고 말하는데....

 

읽는 동안 마음속에서 폭풍이 휘몰아졌다.

과연 범인은 누구이며.. 왜 굳이 땅속에 묻힌 시체를 꺼내 토막내고 이곳저곳에 버리고..

경찰청에 유기한 장소까지 알려주는 것일까?

자기를 과시하고 싶은 사이코패스의 소행일까?

화가인 시노다 도고는 이 사건과 무슨 연관이 있는 것일까?

 

13살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겁 없이 침착하게 사건에 조금씩 접근하는 준의 모습이

매우 몹시 흥미진진하고..

이야기의 짜임새가 탄탄하여 초기 작품이라고 믿기지 않는 <형사의 아이>.

 

이 책을 읽으며 언제부터 살인이..

이렇게 더 잔인해지고 극악무도하게 됐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 본문에서도 나오지만..

 내가 처음 형사가 됐을 시절만 해도 '살인'은 아직 그냥

'살인'이었다. 피해자는 일격에 쓰러졌지, 손톱이 손에 박힐 정도로 잔인하게 살해되는 일은 없었다.

  - p. 99 -

 

살인이라는 것 자체도 충분히 나쁘고 흉악한 범죄인데..

시체를 훼손하는 일이나 더 잔인한 짓까지 서슴지 않고.. 하는 인간들에 대한

분노와 두려움, 공포와 함께

인간의 존엄성이 사라지고 있다는 생각까지...

그리고 범죄를 저지르는 연령이 낮아지고 있다는 것...

같은 사람인데도 똑같은 생명을 가진 존재라는 의식도 없이..

돈 앞에서 무차별적인 범죄를 저지르는 청소년들...

그럼에도 법은 여전히 그런 사람들을 보호하고 있다..

이것이 옳은 일일까....


간혹 뉴스를 통해 10대 범죄에 대해서 듣게 되는데..

법이 약해서 저런 걸까.. 미성년자 보호법을 악용하고 있는 건 아닐까.. 란 생각이 들 정도로..

어른들도 놀랄 만큼의 악랄하고 잔인한 범죄를 저지른 모습과 반성의 기미를 찾을 수 없는

뻔뻔한 모습을  보면서..

세상이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하는 생각을 했었다..

게다가 이런 일들은... 점점 더 심해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면서..

오싹함과 함께 씁쓸함을 느꼈다.

이 책을 읽으면서도 같은 감정이 들었고..

사회문제 대한 어른들의 관심이 필요하며...

법의 강화도 중요하지만..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 대책을 세워야 될 것 같다는 생각도 했다..


예전에 독서모임에서.. 들었던 말이 떠올랐다.

미미 여사는 사회문제를 바라보는 자신의 생각을 글을 통해 끊임없이 독자들에게 주입한다고..

이 말을 한 분은 때때로 그것이 부담스럽다는 말을 했지만..

난 지금까지 그녀의 주입식 생각에 거부감이 생기지 않는다.

그녀의 생각에 동의하는 부분도 많고...

이 책 역시.. 읽으며 그동안 생각하지 못 했던 부분들에 대해서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서 좋았다.

미야베 미유키 작가가 계속 사회문제에 대해서 큰 관심을 갖고

읽는 사람들로 하여금 경각심을 일깨워주는 글을 써주었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형사의 아이>

책을 한 번 펼치면 쉽게 내려놓을 수 없을 만큼...

긴박하고 긴장감 넘치는 짜임새 있는 글의 전개가 정말 마음에 들었다.


또한 책 표지를 처음 봤을 때는 증거품들 사진인가 보다.. 가볍게 넘겼는데..

책을 읽으며 표지를 생각하니.. 무섭게 느껴지기도 했다.

확실히 독특한 표지이다.

책의 내용도 표지도... 여러모로 오랫동안 생각이 날 것 같다.

 

"살인이나 강도를 하는 소년범의 실태가 어떤 건지 그렇게 자세히 알지는 못해.

하지만 딱 하나, 이것만은 확실하다고 생각하는 게 있어.

그건 그들한테 상상력이 결여돼 있다는 거야."

하야미를 돌아보자, 그는 가만히 미치오를 응시하고 있었다.

"상상력이 없어." 미치오는 다시 한 번 강조하듯 말했다.

"그러니 상식이 있는 어른들 눈엔 잔인하기 그지없는 일을 아무렇지 않게 할 수 있어.

이렇게 행동했을 때 상대방이 어떻게 느낄지, 거기에 생각에 미치질 않는 거야.

살아서 거기 존재하는 타인이 자신하고 똑같이 살아 있는 인간이란 생각을 못 해.

자기 욕망의 대상으로만 파악하지.

 그렇지만 그런 그들도 상대방이 자기하고 같은 인간이라는 걸 깨닫는 순간이

꼭 한 번은 돌아와. 그건 말이지, 하야미, 상대방이 죽었을 때야.

죽은 모습을 봤을 때야."


"인간은 죽으면 부패하고 냄새도 나.

아름답던, 사랑스럽던 얼굴도 어디론가 가버려.

살인이 큰 죄인 건, 그 누구에게도 다른 사람을 그런 모습으로 바꿔놓을 권리가

없기 때문이야.

그리고 보통 상상력을 가진 인간이라면 사람이 죽으면 어떤 모습이 되는지

마음으로 이해해. 그러니까 엔간한 일 아니면 남을 죽이지 못해."


   -p. 277 ~ 27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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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당신에게만 열리는 책 - 이동진의 빨간책방 오프닝 에세이
허은실 글.사진 / 위즈덤하우스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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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팟캐스트 <이동진의 빨간책방>의 작가 허은실.
그녀가 적어둔, 간직하고 싶은 감정, 생각 그리고 이야기들
"당신이 나를 읽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평소 열심히 챙겨듣고 있는 이동진의 빨간책방.
예전에는 방송을 수없이 다시 듣기 하면서..
오프닝 멘트를 수첩에 받아 적기도 했는데..
이제는 한 권의 책으로 소장할 수 있게 되어 기쁘다.

빨간책방에서 <우리가 사랑한 소설들>이란 책이 나온 것도 기쁘지만..
이렇게 따로 오프닝 글만 모아서 나오다니~!!!
정말 정말 소중하게 아끼며 사랑하고 싶다.

이 책을 읽으며.. 10월이... 소슬바람이...
이렇게 아름다운 단어였던가..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고..
남다른 감각으로 사물을 바라보는 것 같아 부럽기도 했으며...
잊고 있었던 감성이 되살아나는 느낌이라 행복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그리고 이 책을 읽는 동안... 문명진님의 노래를 들었는데..
이 책 속에서..

 

"시인은 대신 울어주는 존재지요.
그리고 어떤 시와 음악은 참 좋은 호곡장인데요.
그렇게 나를 대신해 울어주는 시인을 여러분도 가졌는지요.

혹은 서러움이나 슬픔 같은 것들이 차올랐을 때,
그것을 그 누구에게도 들키고 싶지 않을 때,
그럴 때 찾아갈 울음터가
하나쯤 있으신지요."
  - p. 104 ~ 105 -

 


이 부분을 읽으면서... 떠오르는 시인도 있었지만..
찾아갈 울음터는 없다는 생각이 들면서..
문명진님의 목소리가 더욱 크게 마음속에 들어왔고...
만약 저런 순간이 찾아온다면...
그의 음악을 들으면 되겠다는 생각과 함께...
그의  애절하며 호소력 짙은 목소리와 잔잔하고 그윽한 이 책이 참 잘 어울린다고 느꼈다.

이 책은 나에게...
마치 잔잔한 호수에 돌멩이를 던졌을 때.. 물결이 일렁거리는 그 순간을 바라보는 느낌이었다.
누군가에게는 작은 파장일지 몰라도..
나에게는 그것이 큰 파장이 되어 멀리멀리 퍼져나갔고...
평소에 내 마음이 애절하게 그리워했던 것을 만난 것 같기도 했고..
책이 나에게 주는 마음의 안식과 위로에 대해서도 다시금 깨닫게 되고..
전혀 모르는 사람이지만.. 책을 통해서 이어져있다는 생각이 들면서..
안도감과 함께 마음이 따뜻해지는 것 같았다.

책을 사랑하고 글을 사랑하는 사람이 있어서 참 다행이다.
그래서 그 마음을 나눌 수 있어서 참 다행이다.
또한 이런 글을 읽을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다.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마음이 있는 것 또한 정말 다행이란 생각이 들고..
새삼 감사하고 고마워해야 하는 것이 얼마나 많은지..
무심하게 잊고 있었던 것들에 대해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했고..
다가오는 봄...
묵은 것들은 털어 버리고 새롭게 시작하고 싶어졌다.

아름답고 그윽하며 다정한... 그리고 따뜻한 온기까지
글에 담아 전해주는 허은실 작가.
참 멋있다!!!

'사이가 좋다'란 말은

단지 서로 정답고 친하다는 뜻만이 아닐 겁니다.

어쩌면 오히려

'적당한 거리를 마련할 줄 아는 관계'라는 뜻일 수도 있습니다.

태양과의 절묘한 거리 때문에 지구에 꽃이 피는 것처럼.

  - p. 32 -


올해는 당신에게 어떤 흔적을 남기게 될까요.

우리는 또 이렇게 시간이라는 강물 위를

흔들리면서 다만

흘러갑니다.

  - p. 79 -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울고 있는 그의 곁에서 같이 울어주는 일.


섣부른 조언이나 호들갑스런 위로보단

그편이 더 믿을 만합니다.


우리가 해야 할 건 그냥,

떨고 있는 누군가에게 다가가는 것.

다가가 뒤에서 가만히 안아주는 것.

그건 그의 심장에 나의 심장을 포개는 일입니다.


눈물의 온도, 그 미지근함에 기대어

심장의 박동, 그 희미함에 기대어

우리는 또 하나의 저녁을 건넙니다.

  - p. 96 ~ 97 -


연말이나 새해라는 것도

따지고 보면 오늘 다음에 오는 '내일'.

평범한 날들의 어느 하루일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새로운 시간의 이정표 덕분에

우리는 격려와 감사 그리고 축복의 말을 나눌 수 있겠지요.


새해엔 당신에게 근사한 이야기가 많이 생겨나길 바랍니다.

시적(詩的)인 순간들을 더 많이 경험하길 빌어봅니다.

훗날 당신이라는 책을 들춰볼 때

밑줄 그을 수 있는 날들이 많은 그런 해였으면 합니다.

  - p. 159 ~ 160 -


너무 오래 달렸습니다.

시달리고 들볶여 소진되고 마모돼버렸습니다.

아주 가끔은, 일상에도 '강제 종료 버튼'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혹시 지금이 그럴 때는 아닌가요.

  - p. 294 -


돌이킬 수는 없지만, 돌아볼 수는 있습니다.

되돌아갈 수는 없지만, 뒤돌아볼 수는 있습니다.


그것이 시간에 갇힌 인간에게 주어진

마지막 한 수는 아닐는지요.

풍경이라 부를 수 있는 세계의 총체를 온전히 불러오는 일,

그것 역시

돌아보는 몸짓에서 시작되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 p. 29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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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첫 필사노트 : 메밀꽃 필 무렵 / 날개 / 봄봄 필사하며 읽는 한국현대문학 시리즈 1
이효석.이상.김유정 지음 / 새봄출판사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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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랜만에 필사를 하고 있는데 정말 정말 재밌고 즐겁다.

표지도 예쁜 <나의 첫 필사 노트>.

표지 디자인은 3종류가 있으며...

이 책에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문학 작품인...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 이상의 날개, 김유정의 봄ㆍ봄

이 세 작품이 실려있다.

한국 현대문학작품을 읽으며 따라 쓸 수 있다는 것이 매력적으로 느껴진 책.

새봄 출판사 대표님께서 서문을 직접 옮겨 적으시면서 이 책의 활용 방법을 알려주셨다.

 이 책의 내부를 설명하자면... 한 페이지는 필사를 위한 글이 적혀 있고..

다른 한 쪽에는 빈 공간이 있다.

빈 공간에 글을 옮겨 적으면 된다.

출판사에서 소설을 필사하기 편하도록 문장과 단어를 최대한 현대식으로 수정을 했고..

어려운 단어 또한 아래쪽에 단어 풀이를 해놓았다.

그리고 하나의 소설이 끝나면.. 도움말이 나오고.. 작가와 작품에 대한 해설이 있고..

소설 원문까지 실려있다.

 

기존에 내가 갖고 있던 필사 습관처럼... 글을 먼저 읽고.. 옮겨 적을까.. 고민하다가..

이번에는 바로 따라 적는 걸로 결정했다.

아껴두었던 연필 한 다스를 꺼내 깎고 지우개도 준비하고..

연필로 필사를 하는 건 참 오랜만의 일이라.. 영 이상한 느낌이 들기도 했지만..

연필의 사각거림이 마음에 들었다.

비록 글씨가 점점 투박해지고.. 끝내는 유치원생처럼 써져서.. 속상하기도 했지만..

이 책의 필사가 다 끝날 무렵이면 연필에 익숙해지겠지..라는 생각을 하면서

계속 진행 중이다.

피곤한 상태임에도 손에서 연필을 놓을 수 없을 만큼 재밌고 즐거웠다.

예전에는 시험 때문에 읽고 공부한 문학 작품을 이렇게 부담 없이 즐기고 있어서 그런지..

시간이 많다면 계속 쓰고 싶어졌다.

필사의 사전적 의미는 베끼어 씀이라고 한다.

필사가 어렵게 느껴지기도 하겠지만.. 절대로 어려운 게 아니다.

책을 읽다가 좋아하는 구절이나 마음에 드는 문장이 있으면 그것을 옮겨 적으면 된다.

읽을수록 좋은 책이라면.. 야금야금 조금씩 베껴 쓰면 되는 것이다.

 

나 같은 경우는.. 어릴 때부터 옮겨 적는 걸 좋아했다.

책을 읽는 것만큼... 필사를 하다 보면 책에 대한 이해가 더 깊어지는 것 같았고..

나는 주로 먼저 책을 읽은 후에.. 필사를 했고..

마음에 드는 문장이 있으면 적은 후에 소리 내어 읽기도 하였다.

읽고, 쓰고, 말하고의 반복...

그러다 보니 기억력도 좋아지는 것 같았고..

좋은 문장을 베껴 쓰다 보면..

마음이 편해지고 안정되는 느낌이 들어서 참 좋았다.

이런 점들 때문에 시간이 나면 꾸준히 옮겨 적는 일을 계속 해온 것 같다.

 

한동안 손놓고 있던 필사를 이 책으로 다시금 시작했는데..

직접 해보니 참 좋은 책 같았다.

청소년들에게는 맞춤법이나 띄어쓰기 등의 정확한 문장을 알려주고..

작가와 작품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게 도와주는 것 같아서..

학생들에게 선물해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또한 어른들에게는 옛 시절을 생각할 수도 있고..

나 역시 학창시절 생각이 많이 나서.. 따라 쓰는 일이 더 즐겁기도 했고..

한 장, 한 장 읽는 동안에..

어지러운 마음이 진정되는 것 같았다.

 

평소 잊고 있었던..

우리나라 문학의 아름다움과 깊이를 생각하게 되고..

단순히 읽기만 하는 것이 아니기에..

더 뜻깊게 느껴졌다.

 

그리고.. 이 책을 필사하면서.. 보완해주었으면 하는 게 있었는데..

이건 지극히 주관적인 생각이지만...

평소 원고지에 옮겨 적는 게 습관이 돼서..

텅 빈 공간에 적으려고 하니깐.. 무언가 괜스레 어색하기도 했다.

필사하는 공간을 줄 노트 형식이나... 원고지처럼 꾸미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첫 필사 노트>

여러모로 좋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길 바라는 마음이 들었고..

필사를 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그리고 앞으로도 우리나라의 좋은 문학 작품을 필사 노트로 많이 만들어주셨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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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aton35 2015-02-25 1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회가 되면 저도 꼭 해보고 싶네요 ㅎㅎ

하늘호수별 2015-02-25 20:42   좋아요 0 | URL
넹~ 재밌고 줄거운 시간이었어요~^^
강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