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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당신에게만 열리는 책 - 이동진의 빨간책방 오프닝 에세이
허은실 글.사진 / 위즈덤하우스 / 2014년 12월
평점 :
인기 팟캐스트 <이동진의 빨간책방>의 작가 허은실.
그녀가 적어둔, 간직하고 싶은 감정, 생각 그리고 이야기들
"당신이 나를 읽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평소 열심히 챙겨듣고 있는 이동진의 빨간책방.
예전에는 방송을 수없이 다시 듣기 하면서..
오프닝 멘트를 수첩에 받아 적기도 했는데..
이제는 한 권의 책으로 소장할 수 있게 되어 기쁘다.
빨간책방에서 <우리가 사랑한 소설들>이란 책이 나온 것도 기쁘지만..
이렇게 따로 오프닝 글만 모아서 나오다니~!!!
정말 정말 소중하게 아끼며 사랑하고 싶다.
이 책을 읽으며.. 10월이... 소슬바람이...
이렇게 아름다운 단어였던가..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고..
남다른 감각으로 사물을 바라보는 것 같아 부럽기도 했으며...
잊고 있었던 감성이 되살아나는 느낌이라 행복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그리고 이 책을 읽는 동안... 문명진님의 노래를 들었는데..
이 책 속에서..
"시인은 대신 울어주는 존재지요. 그리고 어떤 시와 음악은 참 좋은 호곡장인데요. 그렇게 나를 대신해 울어주는 시인을 여러분도 가졌는지요.
혹은 서러움이나 슬픔 같은 것들이 차올랐을 때, 그것을 그 누구에게도 들키고 싶지 않을 때, 그럴 때 찾아갈 울음터가 하나쯤 있으신지요." - p. 104 ~ 105 - |
이 부분을 읽으면서... 떠오르는 시인도 있었지만..
찾아갈 울음터는 없다는 생각이 들면서..
문명진님의 목소리가 더욱 크게 마음속에 들어왔고...
만약 저런 순간이 찾아온다면...
그의 음악을 들으면 되겠다는 생각과 함께...
그의 애절하며 호소력 짙은 목소리와 잔잔하고 그윽한 이 책이 참 잘 어울린다고 느꼈다.
이 책은 나에게...
마치 잔잔한 호수에 돌멩이를 던졌을 때.. 물결이 일렁거리는 그 순간을 바라보는 느낌이었다.
누군가에게는 작은 파장일지 몰라도..
나에게는 그것이 큰 파장이 되어 멀리멀리 퍼져나갔고...
평소에 내 마음이 애절하게 그리워했던 것을 만난 것 같기도 했고..
책이 나에게 주는 마음의 안식과 위로에 대해서도 다시금 깨닫게 되고..
전혀 모르는 사람이지만.. 책을 통해서 이어져있다는 생각이 들면서..
안도감과 함께 마음이 따뜻해지는 것 같았다.
책을 사랑하고 글을 사랑하는 사람이 있어서 참 다행이다.
그래서 그 마음을 나눌 수 있어서 참 다행이다.
또한 이런 글을 읽을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다.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마음이 있는 것 또한 정말 다행이란 생각이 들고..
새삼 감사하고 고마워해야 하는 것이 얼마나 많은지..
무심하게 잊고 있었던 것들에 대해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했고..
다가오는 봄...
묵은 것들은 털어 버리고 새롭게 시작하고 싶어졌다.
아름답고 그윽하며 다정한... 그리고 따뜻한 온기까지
글에 담아 전해주는 허은실 작가.
참 멋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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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가 좋다'란 말은 단지 서로 정답고 친하다는 뜻만이 아닐 겁니다. 어쩌면 오히려 '적당한 거리를 마련할 줄 아는 관계'라는 뜻일 수도 있습니다. 태양과의 절묘한 거리 때문에 지구에 꽃이 피는 것처럼. - p. 32 -
올해는 당신에게 어떤 흔적을 남기게 될까요. 우리는 또 이렇게 시간이라는 강물 위를 흔들리면서 다만 흘러갑니다. - p. 79 -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울고 있는 그의 곁에서 같이 울어주는 일.
섣부른 조언이나 호들갑스런 위로보단 그편이 더 믿을 만합니다.
우리가 해야 할 건 그냥, 떨고 있는 누군가에게 다가가는 것. 다가가 뒤에서 가만히 안아주는 것. 그건 그의 심장에 나의 심장을 포개는 일입니다.
눈물의 온도, 그 미지근함에 기대어 심장의 박동, 그 희미함에 기대어 우리는 또 하나의 저녁을 건넙니다. - p. 96 ~ 97 -
연말이나 새해라는 것도 따지고 보면 오늘 다음에 오는 '내일'. 평범한 날들의 어느 하루일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새로운 시간의 이정표 덕분에 우리는 격려와 감사 그리고 축복의 말을 나눌 수 있겠지요.
새해엔 당신에게 근사한 이야기가 많이 생겨나길 바랍니다. 시적(詩的)인 순간들을 더 많이 경험하길 빌어봅니다. 훗날 당신이라는 책을 들춰볼 때 밑줄 그을 수 있는 날들이 많은 그런 해였으면 합니다. - p. 159 ~ 160 -
너무 오래 달렸습니다. 시달리고 들볶여 소진되고 마모돼버렸습니다. 아주 가끔은, 일상에도 '강제 종료 버튼'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혹시 지금이 그럴 때는 아닌가요. - p. 294 -
돌이킬 수는 없지만, 돌아볼 수는 있습니다. 되돌아갈 수는 없지만, 뒤돌아볼 수는 있습니다.
그것이 시간에 갇힌 인간에게 주어진 마지막 한 수는 아닐는지요. 풍경이라 부를 수 있는 세계의 총체를 온전히 불러오는 일, 그것 역시 돌아보는 몸짓에서 시작되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 p. 299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