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의 아이
미야베 미유키 지음, 권영주 옮김 / 박하 / 2015년 2월
평점 :
절판


아라카와 천 제방을 산책하던 생후 34개월 된 딸과 그 엄마는 강 상류에서

떠내려오는 하얀 비닐봉지를 발견한다....

 

부모님의 이혼 후, 아빠와 살게 된 준.

형사인 아버지 직장 근처 시타마치로 이사를 오고...

집안일을 도와주는 가정부 하나와 형사가 꿈이라고 말하는 신고 덕분에

달라진 일상에도 큰 문제없이 적응해가고 있었는데..

가정부 하나에게서 마을에 돌고 있는 흉흉한 소문을 듣게 된다.

 

마을 외딴곳에 새로 지은 단독주택.

그곳에는 연로한 남자가 혼자 살고 있는데..

어느 날 그 집에 젊은 아가씨가 들어갔고..

나오는 걸 아무도 못 봤다는 이야기...

대수롭지 않지만.. 무언가 석연찮은 소문에 대해서 아버지인 미치오에게 말하려고 했지만..

그를 찾는 전화가 오고... 그는 강에서 발견된 토막 시체 사건 조사팀에 합류한다....

집에서 뉴스를 통해 사건을 알게 된 준,

그리고 준의 집에 놀러 온 신고.

마을 주민회장의 아들인 신고에게 흉흉한 소문에 대해서 물어보고..

그 집에 사는 사람이 시노다 도고... 일흔 살쯤 되었고.. 수묵화를 그리는 화가라는 것과..

그에게는 사이가..라는 비서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날 밤 새벽 1시가 지난 시각....

준의 집 우편함이 달가닥거리고..

준이 나가서 확인을 해보니..

펠트펜 같은 것으로 네모반듯하게 쓴 편지에는..

시노다 도고는 살인자..라고 쓰여있었다.

 

다음날 준과 신고는 학교 미술 선생님을 통해 시노다 도고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미치오는 하야미 형사와 현장 주변 수색을 하던 중... 근처 아파트 관리인이 비닐봉지를 버렸다는

진술을 듣게 되고..

수사본부에는 범인이 보낸 우편물이 속달로 전달된다.

다음 시체가 어디에 있는지 알려주는 내용의 편지...

집에 돌아온 준은 하나에게 새벽에 받은 편지와 조사 상황을 설명하고...

하나는 미치오에게 바로 말을 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한다.

뉴스 속보를 보던 준에게 하나는 받은 편지를 바라보면서.....

"토막 살인 사건의 범인이 보냈다는 저 편지의 글씨가 많이 비슷하지 않나요?"라고 말하는데....

 

읽는 동안 마음속에서 폭풍이 휘몰아졌다.

과연 범인은 누구이며.. 왜 굳이 땅속에 묻힌 시체를 꺼내 토막내고 이곳저곳에 버리고..

경찰청에 유기한 장소까지 알려주는 것일까?

자기를 과시하고 싶은 사이코패스의 소행일까?

화가인 시노다 도고는 이 사건과 무슨 연관이 있는 것일까?

 

13살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겁 없이 침착하게 사건에 조금씩 접근하는 준의 모습이

매우 몹시 흥미진진하고..

이야기의 짜임새가 탄탄하여 초기 작품이라고 믿기지 않는 <형사의 아이>.

 

이 책을 읽으며 언제부터 살인이..

이렇게 더 잔인해지고 극악무도하게 됐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 본문에서도 나오지만..

 내가 처음 형사가 됐을 시절만 해도 '살인'은 아직 그냥

'살인'이었다. 피해자는 일격에 쓰러졌지, 손톱이 손에 박힐 정도로 잔인하게 살해되는 일은 없었다.

  - p. 99 -

 

살인이라는 것 자체도 충분히 나쁘고 흉악한 범죄인데..

시체를 훼손하는 일이나 더 잔인한 짓까지 서슴지 않고.. 하는 인간들에 대한

분노와 두려움, 공포와 함께

인간의 존엄성이 사라지고 있다는 생각까지...

그리고 범죄를 저지르는 연령이 낮아지고 있다는 것...

같은 사람인데도 똑같은 생명을 가진 존재라는 의식도 없이..

돈 앞에서 무차별적인 범죄를 저지르는 청소년들...

그럼에도 법은 여전히 그런 사람들을 보호하고 있다..

이것이 옳은 일일까....


간혹 뉴스를 통해 10대 범죄에 대해서 듣게 되는데..

법이 약해서 저런 걸까.. 미성년자 보호법을 악용하고 있는 건 아닐까.. 란 생각이 들 정도로..

어른들도 놀랄 만큼의 악랄하고 잔인한 범죄를 저지른 모습과 반성의 기미를 찾을 수 없는

뻔뻔한 모습을  보면서..

세상이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하는 생각을 했었다..

게다가 이런 일들은... 점점 더 심해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면서..

오싹함과 함께 씁쓸함을 느꼈다.

이 책을 읽으면서도 같은 감정이 들었고..

사회문제 대한 어른들의 관심이 필요하며...

법의 강화도 중요하지만..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 대책을 세워야 될 것 같다는 생각도 했다..


예전에 독서모임에서.. 들었던 말이 떠올랐다.

미미 여사는 사회문제를 바라보는 자신의 생각을 글을 통해 끊임없이 독자들에게 주입한다고..

이 말을 한 분은 때때로 그것이 부담스럽다는 말을 했지만..

난 지금까지 그녀의 주입식 생각에 거부감이 생기지 않는다.

그녀의 생각에 동의하는 부분도 많고...

이 책 역시.. 읽으며 그동안 생각하지 못 했던 부분들에 대해서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서 좋았다.

미야베 미유키 작가가 계속 사회문제에 대해서 큰 관심을 갖고

읽는 사람들로 하여금 경각심을 일깨워주는 글을 써주었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형사의 아이>

책을 한 번 펼치면 쉽게 내려놓을 수 없을 만큼...

긴박하고 긴장감 넘치는 짜임새 있는 글의 전개가 정말 마음에 들었다.


또한 책 표지를 처음 봤을 때는 증거품들 사진인가 보다.. 가볍게 넘겼는데..

책을 읽으며 표지를 생각하니.. 무섭게 느껴지기도 했다.

확실히 독특한 표지이다.

책의 내용도 표지도... 여러모로 오랫동안 생각이 날 것 같다.

 

"살인이나 강도를 하는 소년범의 실태가 어떤 건지 그렇게 자세히 알지는 못해.

하지만 딱 하나, 이것만은 확실하다고 생각하는 게 있어.

그건 그들한테 상상력이 결여돼 있다는 거야."

하야미를 돌아보자, 그는 가만히 미치오를 응시하고 있었다.

"상상력이 없어." 미치오는 다시 한 번 강조하듯 말했다.

"그러니 상식이 있는 어른들 눈엔 잔인하기 그지없는 일을 아무렇지 않게 할 수 있어.

이렇게 행동했을 때 상대방이 어떻게 느낄지, 거기에 생각에 미치질 않는 거야.

살아서 거기 존재하는 타인이 자신하고 똑같이 살아 있는 인간이란 생각을 못 해.

자기 욕망의 대상으로만 파악하지.

 그렇지만 그런 그들도 상대방이 자기하고 같은 인간이라는 걸 깨닫는 순간이

꼭 한 번은 돌아와. 그건 말이지, 하야미, 상대방이 죽었을 때야.

죽은 모습을 봤을 때야."


"인간은 죽으면 부패하고 냄새도 나.

아름답던, 사랑스럽던 얼굴도 어디론가 가버려.

살인이 큰 죄인 건, 그 누구에게도 다른 사람을 그런 모습으로 바꿔놓을 권리가

없기 때문이야.

그리고 보통 상상력을 가진 인간이라면 사람이 죽으면 어떤 모습이 되는지

마음으로 이해해. 그러니까 엔간한 일 아니면 남을 죽이지 못해."


   -p. 277 ~ 27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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