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인류 모두의 적 - 해적 한 명이 바꿔놓은 세계사의 결정적 장면
스티븐 존슨 지음, 강주헌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21년 6월
평점 :
인류 모두의 적을 읽어보았습니다.
이번 책의 주요 사건인 헨리 에브리의 인도양에서의 인도 무굴제국 보물섬 강탈 사건은 세계사에서 한 점으로 기록된 것이지만
인류의 역사를 바꿔놓은 터닝 포인트이기도 합니다. 이로 인해 영국이 동인도회사 설립을 하고 인도를 식민지로
만든 것, 대영제국으로 떠오른 것도 모두 가능했기 때문입니다.
저자인 스티브 존슨은 이코노미스트가 선정한 올해의 책의 저자이기도 한데요, 저널리즘을
전공한 수재라 그런지 말발이 아주 끝내줍니다. 뉴스위크가 선정한 인터넷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 50인에 포함된 과학 전문가라고도 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초반에 인도제국
보물섬을 탈취하기 전에 포탄의 폭발과 폭격으로 인한 선박의 타격에 대해 과학적인 근거를 들어 아주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 당시 기술로는 포탄이 우리가 영화에서 보듯이 정확하게 조준하는 것은 상당히 힘들었고, 오히려 포탄처럼 터져버려 근처에 있는 사람들의 살점과 뼈를 녹여버렸다고 합니다. 무시무시한 얘기를 하는데도 굉장히 덤덤한 투로 얘기해서 뭔가 더 소름이 돋더라구요.
이 책은 사건이 사건이니만큼 주요 인물인 헨리 에브리에 대한 조사를 빠뜨릴 수가 없습니다.
너무나 유명한 인물 중 한명인데도 불구하고 그의 출신이나 성장 과정 등은 아직도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 있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가 굉장히 깊게 조사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러
가지 근거를 들며 왜 그가 해적이 될 수 밖에 없었는지, 왜 어릴 때부터 조숙할 수 밖에 없었는지 등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마치 팩션 소설을 읽는 듯한 느낌도 들고, 유명인의
전기를 읽는 듯한 느낌도 들었습니다.
처음에 책을 읽기 전에는 영국을 두둔하는 책인가 싶었는데, 알고 보면 적나라한
이면을 서슴없이 밝히고 있는 책이었습니다. 특히 제목 ‘인류
모두의 적’은 해적을 통칭하는 단어이지만 실상은 사람들의 이목을 돌리고자 했던 당시 영국인의 저열한
의도가 드러나는 단어라고 느껴졌습니다. 주요 피고인인 에브리 없이 진행된 소위 ‘유령 재판’에 대한 저자의 서술도 신랄함이 느껴졌습니다.
이 책은 세계사를 좋아하시는 분, 해적에 관심이 많으신 분에게 강력히 추천 드립니다. 쉬운 책은 아닌 것 같습니다. 곱씹으면서 읽어야 하는 책에 가까운
것 같아요. 하지만 한 번 읽고 나면 다시 한 번 세계사가 무엇인지,
결국 승자에 의해 완성된 역사는 누굴 위한 것인지를 생각해 볼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