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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의 법과 정의 이야기 - 조선시대 살인사건 수사일지
정약용 지음, 오세진 옮김 / 홍익출판미디어그룹 / 2021년 8월
평점 :
여러분은 조선시대에 대해 어떤 이미지를 갖고 계신가요?
식민사관에 따라 무능한 관리가 판을 치고, 없어졌어야 했을 나라? 교과서에서 배웠듯이 아름다운 강산과 4계절이 뚜렷한 백의민족의 나라?
저는 문서와 기록의 나라라는 이미지를 갖고 있습니다. 박시백 작가의 조선왕조실록을 보면서도 느꼈지만, 가끔씩 보았던 사관과
왕들에 대한 기록을 보아도 편집증일 정도로 기록에 대해 철저함을 고수했던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특히나
정조의 [원행을묘정리의궤]는 조선시대의 기록에 대한 자부심까지
느낄 수 있었는데요, 그렇다면 조선의 법과 정의는 어떤 식으로 행해지고 지켜졌을까요? 정작 우리나라 역사이지만 많은 것을 모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번
시간에는 청렴함의 상징인 다산 정약용과 그를 믿고 지원해준 성군 정조 치하의 법과 정의에 대한 얘기를 해보고자 합니다.
이번 책인 [다산의
법과 정의 이야기는] 정약용의 [흠흠신서]에 나온 판례집을 한글로 풀어낸 책으로서, 원서인 [흠흠신서]는 형법, 법
행정, 살인 사건 판례와 그에 대한 비평을 실은 저술이라고 합니다. [흠흠신서]의 구성은 아래와 같이 이루어져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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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사요의: 중국의
경전과 역사적 사례에서 법률적 원칙을 뽑아서 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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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준초: 수령이
작성하는 검시 보고서와 관찰사의 수사 보고서의 모범 사례 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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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율차례: 중국의
살인 사건 사례를 소개하며 정약용의 비평을 추가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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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형추의: 정조재위기에
있었던 145건의 사건을 22개의 유형으로 분류하여 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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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발무사: 정약용이
실무 시절 직감접적으로 경험한 사건을 소개
오늘 얘기할 다산의 법과 정의 이야기에서는 흠흠신서의 가장 핵심적인
내용인 상형추의를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총 36건의
사례를 5장에 나눠 얘기하고 있으며, 백성의 억울함과 사건의
진상을 풀고자 정조와 정약용이 많은 고심을 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비록 미디어에 의해 많이 퇴색되긴 했지만 조선이라는 나라가 그
시절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백성을 위해 많은 정책을 펼쳤다는 것을 일전에 세종대왕의 업적을 통해 알 수 있었는데요, 이번 책도 비슷한 인상을 받았습니다. 이는 ‘백성들이 마음으로 따를 수 있는 판결을 내려야 한다’라는 정조의 판결문에도
잘 드러납니다.
36건의 사례 중 가장
눈길을 끌었던 것은 14. 임금이 칭찬한 여인의 복수극 건이었습니다.
김은애라는 가세가 기운 양반집 규수와 안 노파라는 구설수를 몰고다니는 두 인물이 중심으로 사건이 전개되는데, 안 노파는 김은애의 부모님에게 매번 염치없이 물질적인 신세를 지다가 김은애의 부모님이 거절하자 이에 앙심을
품고, 김은애가 안 노파의 모자란 친척 남자와 정분이 났다며 행실에 대한 구설수를 퍼뜨립니다. 이로 인해 혼인을 하게 어려운 처지에 놓인 김은애는 많은 마음 고생을 하고,
그럼에도 그를 믿어준 남자와 결혼하게 됩니다. 안노파는 파렴치하게도 계속 말도 안되는 거짓소문을
퍼뜨리는데, 생활반경이 넓지 않은 당시 사회상을 반영하면, 김은애가
얼마나 많은 고통을 받았을지를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습니다. 결국 김은애는 안노파를 살해하게 되는데
그 당시 김은애의 나이가 겨우 18세였다고 합니다. 정조는
김은애가 당한 수년간의 고통을 감안하여, 용기있는 행동이었다며 죄를 사면하고 치하합니다. 또한 해당 사례를 세상에 널리 반포하여 모르는 사람이 없도록 합니다. 정약용도
도둑의 누명은 끝내 벗을 수 있으나 간음에 대한 모함은 씻기 어렵다며 용감하게 복수하여 자신의 결백을 증명했다라고 얘기합니다.
당시 조선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여성은 사회적 약자이고구설수에 휘말리면 사람들은 흔히 여자를 욕하곤 하는데요, 오히려 몇 백년
전인 과거의 권력자들이 이런 점을 잘 알고 있다는 점이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생각보다도 더
섬세하게 백성과 약자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말뿐인 백성을 위한 법과 정의가 아니라, 진심으로 백성을 위한 정치와 법에 대한 사례를 읽고 싶은 분께 추천 드립니다.
이 글은 문화충전200%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