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샴페인을 섞어 마셨지. 브랜디 삼분의 일에 밸리포지처럼 차디찬 샴페인을 따라서. 외투는 벗으시오. 아직 혈관에 피가 남은 사람이 버티기엔 너무 더울 테니까."

..이미 죽어버린 마당에 어디 묻힌들 무슨 상관일까? 더러운 물웅덩이면 어떻고 높은 언덕의 대리석 탑이면 또 어떠랴? 죽은 사람은 깊은 잠에 빠졌으니 어느 쪽이든 아랑곳하지 않는다. 기름이든 물이든 바람이나 공기와 다를 바 없다. 얼마나 부당하게 죽었건 어디에 버려졌건 아랑곳하지 않고 깊은 잠을 잘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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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은 고개를 약간 숙인 채 말했다.
..고등학교 1학년이라지만 내 눈에는 좀 더 어려 보였다.
..그는 분명 정체 모를 지하 건축물에서 시간을 보내게 된 것보다 부모님과 함께 있을 때 자기보다 약간 연상인 남녀 무리와 마주친 게 더 싫으리라. 중학생 시절, 친구와 노래방에 갔다가 가족과 함께 있던 반 아이와 마주쳤을 때 그 아이가 지었던 거북한 표정이 생각났다.

..유야의 시체를 봤을 때는 이렇게 동요하지 않았다. 배낭에 든 물건에는 유야라는 인간이 살아온 인생의 냄새가 그의 몸보다 훨씬 강하게 남아 있었다. 자신의 인생이 앞으로 몇십 년은 더 이어지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는 걸, 소지품을 보면 알 수 있었다.

.."이런 걸 보기도 괴롭네."
..하나는 그렇게 말하며 젤리 봉지를 손가락으로 쓰다듬었다.
..웃는 얼굴로 놀고 있는 애니메이션풍 동물 일러스트였다. 이걸 그린 디자이너는 물이 차오르는 지하에 갇혀 살인사건에 맞닥뜨린 사람이 이 제품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디자인했을 것이다.
..초등학교 시절을 돌이켜보면 캐릭터가 들어간 옷을 입은 날, 선생님에게 야단맞았을 때가 제일 비참했다. 그래서 야단맞을 것 같은 날에는 일부러 민무늬 티셔츠를 입고 등교했다.

..가까이에서 보는 마이의 얼굴에는 물론 화장기가 없다. 피부도 거칠었다. 그 얼굴에는 비바람에 시달린 석상 같은 아름다움이 감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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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작은 ‘안심’을 조금씩 쌓아가는 수밖에 없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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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p.
...그들이 특별히 나쁜 것이 아니라 내가 특별히 못난 인간임을 나는 뒤늦게 깨닫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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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p.
...여러분의 우선순위는 이제 ‘최고의 것‘을 찾는 것이 아니라 동행인이나 동반한 아이들이 정말 좋아할 만한 것을 찾는 것으로 바뀔 것이다. 실제로 사회적 유대 관계의 잘 알려지지 않은 장점 중 하나는 바로 무한할 것 같은 선택안을 관리 가능한 수준으로 제한해준다는 것이다.

146p.
..이것은 긍정적인 삶의 경험에만 나타나는 특징이다. 어떤 경험을 하기 전에 고대하는 시간은 새로운 물건을 소유하기 전에 기다리는 것보다 더 즐겁고 흥분되며 속을 태우고 조급해지는 마음도 덜 생긴다....

151p.
..스웨덴어에는 이 기묘한 경험을 가리키는 ‘resfeber‘라는 단어까지 있다. ‘여행 열병‘이라는 뜻이다. 곧 다가올 여행을 생각할 때 느끼는 긴장과 흥분이 뒤섞인 감정을 의미한다. 여행지의 사진을 살펴보거나 여행 안내서를 훑어보고 항공편을 예약할 때 이런 감정을 느낄 수 있다.

212p.
..여행 업계에서 말하는 ‘플라이 앤드 플롭 Fly and Flop‘이란 휴양지까지 곧바로 직행한 뒤 그곳에 자리를 잡고 여행 내내 머무는 것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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