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은 고개를 약간 숙인 채 말했다. ..고등학교 1학년이라지만 내 눈에는 좀 더 어려 보였다. ..그는 분명 정체 모를 지하 건축물에서 시간을 보내게 된 것보다 부모님과 함께 있을 때 자기보다 약간 연상인 남녀 무리와 마주친 게 더 싫으리라. 중학생 시절, 친구와 노래방에 갔다가 가족과 함께 있던 반 아이와 마주쳤을 때 그 아이가 지었던 거북한 표정이 생각났다.
..유야의 시체를 봤을 때는 이렇게 동요하지 않았다. 배낭에 든 물건에는 유야라는 인간이 살아온 인생의 냄새가 그의 몸보다 훨씬 강하게 남아 있었다. 자신의 인생이 앞으로 몇십 년은 더 이어지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는 걸, 소지품을 보면 알 수 있었다.
.."이런 걸 보기도 괴롭네." ..하나는 그렇게 말하며 젤리 봉지를 손가락으로 쓰다듬었다. ..웃는 얼굴로 놀고 있는 애니메이션풍 동물 일러스트였다. 이걸 그린 디자이너는 물이 차오르는 지하에 갇혀 살인사건에 맞닥뜨린 사람이 이 제품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디자인했을 것이다. ..초등학교 시절을 돌이켜보면 캐릭터가 들어간 옷을 입은 날, 선생님에게 야단맞았을 때가 제일 비참했다. 그래서 야단맞을 것 같은 날에는 일부러 민무늬 티셔츠를 입고 등교했다.
..가까이에서 보는 마이의 얼굴에는 물론 화장기가 없다. 피부도 거칠었다. 그 얼굴에는 비바람에 시달린 석상 같은 아름다움이 감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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