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간의 ‘내 방 여행‘ 에서 돌아온 어느 날, 한겨울의 한강변으로 나가 걸었다. 마치 오랜 외국 여행에서 갓 귀국한 사람처럼 서울의 모든 것이 낯설게 보였다. 한 선배작가는 장편 출간에 즈음하여 가진 한 인터뷰에서 소설을 탈고하고 밖으로 나오니 자기만 겨울옷을 입고 있더라는 말을 했다. 매일 출근을 하는 직장인이라면 믿기 어렵겠지만 나는 그게 무슨 말인지 안다. 작가는 대체로 다른 직업보다는 여행을 자주 다니는 편이지만, 우리들의 정신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자신이 창조한 세계로 다녀오는 여행이다. 그 토끼굴 속으로 뛰어들면 시간이 다르게 흐르며, 주인공의 운명을 뒤흔드는 격심한 시련과 갈등이 전개되고 있어 현실의 여행지보다 훨씬 드라마틱하다.

..기대와는 다른 현실에 실망하고, 대신 생각지도 않던 어떤 것을 얻고, 그로 인해 인생의 행로가 미묘하게 달라지고, 한참의 세월이 지나 오래전에 겪은 멀미의 기억과 파장을 떠올리고, 그러다 문득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조금 더 알게 되는 것. 생각해보면 나에게 여행은 언제나 그런 것이었다.

...그런데 인물의 내면 부분에서 내가 제일 고민하게 되는 항목은 ‘프로그램‘이다. 노아 루크먼은 ‘가지고 있는지조차 모르지만, 인물의 무의식 속에 잠재되어 있는 일종의 신념‘으로 ‘프로그램‘을 설명한다. 인간의 행동은 입버릇처럼 내뱉고 다니는 신념보다 자기도 모르는 믿음에 더 좌우된다. 모르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게 된다. ‘흑인은 지적으로 열등하다‘ 같은 고정관념도 프로그램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인종차별주의적인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는 백인은 어쩌다 뛰어난 지적 성취를 이룬 흑인을 만나면 ‘흑인이지만 정말 대단하다‘는 대사를 칭찬이랍시고 치게 된다. 작가가 미리 생각해둔 프로그램이 인물의 대사가 되어 배우의 입을 통해 관객에게 전달되는 순간, 관객은 그 인물이 어떤 사람인지를 분명히 알게 된다.

...이렇듯 인간이 자기도 모르게 입력된 어떤 프로그램에 따라 살아간다고 생각하면, 자유의지라는 것이 때로 허망하게 느껴진다. 인생은 눈에 보이는 적이 아니라 우리 내면의 어떤 허깨비와 싸우는 것일지도. 그게 뭔지도 모르는 채로.

...작가의 뇌는 들고 다니기 어렵지 않지만, 그 뇌를 작동시키는 소프트웨어는 모국어로 짜여 있다. 작가는 모국어에 묶인다. 프랑스 작가 르 클레지오가 ‘나의 조국은 모국어‘라고 말한 것도 그런 의미일 것이다. 그래서 망명이나 피난 같은 특수한 상황이 아니라면 마이너 언어권에 속한 작가는 모국어가 양수처럼 편안히 감싸주는 곳에 있으려 한다....

..생각과 경험의 관계는 산책을 하는 개와 주인의 관계와 비슷하다. 생각을 따라 경험하기도 하고, 경험이 생각을 끌어내기도 한다. 현재의 경험이 미래의 생각으로 정리되고, 그 생각의 결과로 다시 움직이게 된다. 무슨 이유에서든지 어딘가로 떠나는 사람은 현재 안에 머물게 된다. 보통의 인간들 역시 현재를 살아가지만 머릿속은 과거와 미래에 대한 후회와 불안으로 가득하다. 아침에 일어나면 지난밤에 하지 말았어야 할 말부터 떠오르고, 밤이 되면 다가올 미래에 대한 걱정으로 뒤척이게 된다. 후회할 일은 만들지를 말아야 하고, 불안한 미래는 피하는 게 상책이니 결국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미적거리게 된다. 여행은 그런 우리를 이미 지나가버린 과거와 아직 오지 않은 미래로부터 끌어내 현재로 데려다놓는다. 여행이 끝나면, 우리는 그 경험들 중에서 의미 있는 것들을 생각으로 바꿔 저장한다. 영감을 좇아 여행을 떠난 적은 없지만, 길 위의 날들이 쌓여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그리고 지금의 나는 또다시 어딘가로 떠나라고, 다시 현재를, 오직 현재를 살아가라고 등을 떠밀고 있다.

..여행자와 마찬가지로 운전자는 일인칭이다. 자동차는 그렇게 설계돼 있다. 운전을 하는 자기 모습을 보는 것보다 차 주변에서 벌어지는 일을 주시하는 것이 훨씬 중요하기 때문이다. 여행도 마찬가지. 멋진 곳에 가서 놀라운 것을 경험하지만 본질적으로 그것은 일인칭의 경험이다. 그런 아쉬움 때문에 셀카를 찍어보지만, 셀카는 기본적으로 일인칭의 거울상으로 나타난다. 내가 렌즈를 보면 렌즈가 나를 찍는 것. 완벽한 삼인칭이 되지는 못한다.

..내 발로 다녀온 여행은 생생하고 강렬하지만 미처 정리되지 않은 인상으로만 남곤 한다. 일상에서 우리가 느끼는 모호한 감정이 소설 속 심리 묘사를 통해 명확해지듯, 우리의 여행 경험도 타자의 시각과 언어를 통해 좀더 명료해진다. 세계는 엄연히 저기 있다. 그러나 우리가 그것을 어떻게 인식하고 받아들이는가는 전혀 다른 문제다. 세계와 우리 사이에는 그것을 매개할 언어가 필요하다. 내가 내 발로 한 여행만이 진짜 여행이 아닌 이유다.

..인류가 한 배에 탄 승객이라는 것을 알기 위해 우주선을 타고 달의 뒤편까지 갈 필요는 없을지도 모른다. 우리는 인생의 축소판인 여행을 통해, 환대와 신뢰의 순환을 거듭하여 경험함으로써, 우리 인류가 적대와 경쟁을 통해서만 번성해온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달의 표면으로 떠오르는 지구의 모습이 그토록 아름답게 보였던 것과 그 푸른 구슬에서 시인이 바로 인류애를 떠올린 것은 지구라는 행성의 승객인 우리 모두가 오랜 세월 서로에게 보여준 신뢰와 환대 덕분이었을 것이다.

...‘아무것도 아닌 자‘인 것은 한국에서와 마찬가지였지만, 조금 달랐다. 젊은 날의 나는 특별한 존재가 되기를 바랐지만, 나의 인종이나 국적에 따라 ‘특별하게‘ 분류되고, 일단 분류된 이후에는 사실상 눈에 보이지 않게 되는 경험은 그 전까지는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던 것이다. 여행자는 낯선 존재이며, 그러므로 더 자주, 명백하게 분류되고 기호화된다. 국적, 성별, 피부색, 나이에 따른 스테레오타입이 정체성을 대체한다. 즉, 특별한 존재somebody가 되는게 아니라 그저 개별성을 잃어버리는 것이다. 여행자는, 스스로를 어떻게 생각하든 상관없이, 결국은 ‘아무것도아닌 자‘, 노바디nobody일 뿐이다.

..어떤 도시에서 여행자들은 현지인처럼 보이고 싶어하기도 한다. 여행자의 표지들, 예컨대 커다란 배낭, 편안한 신발, 손에 든 지도, 카메라 등을 숨긴다. 마치 모처럼 휴일을 맞아 산책을 나온 현지인처럼 보이기를 바라는것이다. 그런데 이런 ‘가장‘은 여행자들이 선망하는 나라와 도시에서만 수행된다. 뉴욕이나 파리, 바르셀로나와 같은 선진국의 매력적인 도시에서는 ‘습격을 감행하는 여행자‘가 되어 스테레오타입으로 분류되기보다는 노바디가 되어 가급적 눈에 띄지 않으려 한다.
..반면 ‘여기 사시나봐요?‘ 같은 말이 별로 달갑지 않은 나라와 도시도 있다. 그때는 여행자로서 현지인과 적극적으로 구별 짓고자 한다. 마치 식민지 인도에 부임했던 대영제국의 관리들이 찌는 듯한 폭염에도 셔츠의 단추를 풀지 않고 긴 소매의 재킷을 고집했던 것처럼 여행자의 표지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다.

...작가가 되기 전에는 오히려 여행을 떠나면 특별한 뭔가가 되는 느낌이었는데 작가로 자리를 잡고 난 뒤에는 그 반대가 되었다. 국내에서는 내가 누구인지를 나도 알고 다른 사람도 아는데, 해외에 나가면 내가 누구인지를 나만 아는 것 같았다. 자기가 누구인지를 자기만 아는 상태가 지속되면 키클롭스의 섬으로 쳐들어가는 오디세우스와 비슷한 심리 상태가 될 수 있다. 우리의 정체성은 스스로 확인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며, 타인의 인정을 통해 비로소 안정적으로 유지된다.

..그러니까 나는 단지 일종의 상징으로 제단에 모셔진 것이었다. 마치 과거에 내가 한 어떤 일에 대해 증인으로 참석한 것 같기도 했다. 내가 거기 있기 때문에, 내가 비행기를 타고 먼길을 왔기 때문에, 그런 일이 흔히 일어나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독자들이 모일 수 있었고 그걸 기회로 출판사는 책 홍보를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시간이 많이 흐른 후에야 그 시기에 내가 겪은 것이 단순한 게임 과몰입이 아니라 가벼운 우울증이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생이 뜻대로 풀리지 않던 시절이면 나는 무엇에는 쉽게 중독되어 자신을 잊기를 바랐다. 뉴욕에서도 그랬을 것이다....

..조이스틱을 내려놓은 뒤부터는 아내와 함께 우리가 그렇게 좋아하던 센트럴파크에 자주 나가 걸었다. 자연은 그대로 거기 있었다. 그들은 내가 누구인지도 모르고 상관하지도 않았다. 다만 우주의 시간표에 따라 변화하고 있을 뿐이었다. 노랗게 물들며 쏟아져내리는 은행잎을 맞으며 나는 연못과 작은 둔덕들 사이를 오갔다. 뉴욕의 가을을 만끽하려는 수천 명의 이름 없는 관광객들 사이에 묻혀 걸었다. 몇 주 동안 겪은 어둠이 천천히 녹아 사라졌다. 사실 뉴욕에 와서 잃은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잠시 ‘아무것도 아닌 자‘가 되었을 뿐이다. 나는 돌아와 새 소설을 시작해 이듬해 여름에 출간했다. 한때 무시무시했던 살인자가 자기가 누구인지조차 잊어버리게 되는, 노바디 중의 노바디가 되어버린다는 이야기였다.

..여행기는 모험 소설과는 다른 측면에서 나를 안심시켰다. 새로운 세계로 떠나는 것이 불안과 고통만은 아니라는 것. 거기에는 지금 여기에 없는 놀라운 것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으리라는 것. 그리고 그것들은 끝이 없다는 것. 여행기의 저자 역시 모험 소설의 주인공들처럼 작은 사건과 사고들을 겪고 그것을 극복해낸다. 그리고 그들은 안전하게 돌아와 그것을 글로 기록한다. 모든 인간에게는 삶의 중심이 되는 이야기의 구조, 핵심 플롯이 있다. 어린 날의 나에게 그것은 모험 소설이었고 여행기였다.

..지금도 나는 비행기가 힘차게 활주로를 박차고 인천공항을 이륙하는 순간마다 삶에 대한 통제력을 회복하는 기분이 든다. 휴대전화 전원은 꺼졌다. 한동안은 누군가가 불쑥 전화를 걸어오는 일은 없을 것이다. 모든 승객은 안전벨트를 맨 채 자기 자리에 착석해 있다. 아무도 움직이지 않는다. 어지러운 일상으로부터 완벽하게 멀어지는 순간이다. 여행에 대한 강렬한 기대와 흥분이 마음속에서 일렁이기 시작하는 것도 그때쯤이다. 내 삶이 온전히 나만의 것이라는 내면의 목소리를 다시 듣게 되는 것도 바로 그 순간이다.

...자기 의지를 가지고 낯선 곳에 도착해 몸의 온갖 감각을 열어 그것을 느끼는 경험. 한 번이라도 그것을 경험한 이들에게는 일상이 아닌 여행이 인생의 원점이 된다. 일상으로 돌아올 때가 아니라 여행을 시작할 때 마음이 더 편해지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나와 같은 부류의 인간일 것이다. 이번 생은 떠돌면서 살 운명이라는 것. 귀환의 원점 같은 것은 없다는것. 이제는 그걸 받아들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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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과 찌개 냄새가 났다. 그 소리와 냄새 속에 누워 있자니 한없이 따뜻한 느낌이 들었는데, 어째선지 조금 눈물이 날 것 같았다. 그것이 그리 따뜻하게 느껴졌던 것은 곧 내가 혼자 몸을 일으키는 고요한 아침의 온도는 그렇지 않다는 뜻이기도 했다. 그날 아침 이후로 나는 혼자 살기 위해 내가 들여야 하는 에너지에 대해 의식하게 되었다. 특히 밤이면 잡생각과 일종의 불안 같은 것에 나도 모르게 에너지를 많이 쓰고 있었다. 그 고단함이 혼자 사는 삶의 가뿐함과 즐거움을 넘어서게 된 시점이 그즈음 아니었을까 싶다.

..아열대의 공항에 내리면 코가 먼저 반응한다. 평생 비염과 더불어 살아온 나는 건조한 계절이면 코로 숨 쉬기가 힘들고 고통스럽다. 그래서 동남아 어느 도시나 사이판 같은 더운 섬의 공항에 도착해 밖으로 한 발 내딛을 때면 후끈하고 습한 공기가 순식간에 몸을 감싸는 그 순간을 사랑한다. 그렇게 체온이 훅 올라갈 때 느끼는 기쁨은 천진하게 달려드는 강아지를 온몸으로 껴안는 듯한 기분이다. 몇 시간의 비행 이후 펼쳐지는 전혀 다른 공기와 햇볕, 식물들과 풍경, 건축양식과 음식의 총체적인 경이로움은 각각의 요소를 따로 떼어놓는 게 무의미한, 한 덩어리로 다가오는 그곳만의 특질들이다.

...이제 내 집의 가구와 물건들은 이후의 어떤 시점에 이르기 전까지 한시적으로 쓰는 것들이 아니었다. ‘제대로 된 물건‘을 마련할 그날 같은 건 따로 있는 게 아니다. 제대로 된 물건이 얼결에 들어서 버리자 생활이 가지런해졌다. 아름답게 잘 만든 물건의 힘이란 이토록 강력하다. 내게 있어 자취가 아닌 독신 생활은 정확히 이 책장이 들어온 날 시작되었다.

...몸을 강하게 만들 필요를 알고 또 몸을 사용하는 재미를 느끼는 길에 늦게라도 접어든 것은 다행스럽다. 지금은 돈만큼이나 근육을 모으는 일이 중요한 노후 대비라고 여기게 되었고, 무엇보다 운동의 즐거움을 귀찮음과 겨뤄볼 만하다는 걸 아니까.

..호의. 이게 원래의 마음 아닐까? 관습과 가족관계와 책임과 의무로 짓눌려버리기 이전의, 좋아하는 친구를 낳아주신 부모님께 갖는 친근한 마음. 내 자식과 함께 사는 친구에게 잘 대해주고 싶은 부모의 마음. 이 나라 모든 며느리, 사위, 장인·장모, 시부모들에게도 원래의 마음은 이와 같을 것이다. 그리고 왜곡 없이 이 원래의 마음만을 그대로 유지한 채, 열무김치와 고기를 넙죽넙죽 받아먹는 우리가 역시 위너인 것 같다.

.."인생이란 멀리서 보면 비극, 가까이에서 보면 희극이다"라는 이야기가 있는데, 이렇게 바꾸어도 말이 될 것 같다. "사람은 멀리서 보면 멋있기 쉽고, 가까이에서 보면 우습기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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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p.
..나는 친절해 보이는 사람이면 누구에게든 다가가곤 했다. 그들이 나를 돌봐주리라는 깊은 희망을 가지고 말이다. 그러다가 이 세상 누구도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나를 사랑하고 돌봐줄 수는 없다는 사실을 (고통스럽게) 깨달았다. 마음속의 나는 아직 어린아이였지만 겉모습은 성인이었기 때문이다.

62~63p.
..보통 사람은 양면가치를 지니고 있고, 두 가지 모순되는 상태를 한 번에 경험할 수 있다. 이에 비해 경계성 성격장애가 있는 사람은 두 상태 사이를 왔다갔다하며, 한쪽에 있을 때는 다른 쪽의 감정 상태를 전혀 의식하지 못한다. 정서적인 측면에서 보면 경계성 성격장애가 있는 사람은 마치 어린아이와 같아서 인간의 모순성이나 애매모호함을 용인하지 못한다. 그는 어떤 사람의 좋은 점과 나쁜 점을 조화시켜 일정하고 통일성 있게 이해할 수가 없다. 특정한 순간에 좋거나 나쁜 사람일 뿐, 그 중간이나 회색 지대는 존재하지 않는다. 미묘하거나 근소한 차이는 아예 이해하지 못하거나 아주 힘들게만 이해한다. 끊임없이 엄습해 오는 모순된 감정들과 이미지들로부터, 그리고 그 이미지들을 조화시키려는 노력에서 오는 불안으로부터 경계인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이 ‘분열‘ 기제는 종종 역효과를 가져온다. 성격이라는 옷감 안에서 처음에는 작게 해어졌던 부분이 나중에는 완전히 찢어진다. 즉, 자기 정체감과 다른 사람들의 정체성이 더욱 극적으로, 더욱 자주 바뀌게 되는 것이다.

63p.
..전부가 아니면 무(無)라는 경계인의 사고방식은 인간관계뿐 아니라 삶의 다른 영역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 경계성 성격장애가 있는 사람들 중 일부는 무슨 문제가 생겼을 때 해결책이 하나밖에 없다고 믿는다. 일단 행동을 취하면 되돌릴 수 없다. 예를 들면, 경계성 성격장애가 있는 여자가 직장에서 자신이 싫어하는 일을 맡게 되었다. 그녀의 해결책은 무엇이었을까? 바로 직장을 그만두는 것이었다. 경계인의 노력 또한 전부 아니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식일 때가 많다. 경계성 성격장애가있는 한 대학생의 경우, 정치 캠페인에 깊이 관여하게 되자 모든 수업에서 낙제 점수를 받게 되었다. 다음 학기에 그는 수업에 전념하기 위해 일체의 정치 활동을 그만두었다. 자신의 시간을 두 가지 활동에 나누어 쓸 수 없었던 것이다.

68p.
..내가 돌이킬 수 없는 손상을 초래했음을 깨닫게 되면, 즉 이러한 순환이 너무 자주 반복되어서 관계가 더는 손쓸 수 없이 망가져 버렸다는 것을 깨달으면, 그가 나와 같은 결론에 도달했는지와 상관없이 스스로 관계를 끊어 버리고 새로운 사람을 찾는다. 그리고 이 끔찍한 과정을 또다시 겪는다.

70~71p.
..경계인들은 자신을 정의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동시에 자신의 정체성이 무엇이든 간에 항상 모자람이 있다고 느낀다. 앞에서 분열에 대해 설명하면서 우리는 경계성 성격장애가 있는 사람이 다른 사람을 판단할 때 근거로 삼는 것은 상대방과의 가장 최근의 만남이라고 했다. 그들은 관계라는 것을 여러 요소들이 공존하는 통합체로 보지 못한다. 관계란 언제나 "그런데 당신은 최근 나를 위해 뭘 했지?" 라는 질문일 뿐이다.
..경계성 성격장애가 있는 사람은 자기 자신도 남들과 같은 방식으로 대한다. 그들의 자존감은 자신의 최근 업적에 달려 있다. 그리고 남들을 평가할 때와 마찬가지로 자신도 가혹하게 평가하기 때문에 무슨 일을 하든지 자기 마음에 드는 경우가 없다. 이런 이유 때문에 경계성 성격장애가 있는 사람 중 일부는 하는 일에서 눈부신 성공을 이루고, 직장과 공동체, 혹은 가정에서 업적을 인정받게 된다. 그러나 그들은 종종 자기가 마치 대사를 외우는 배우 같다고 느낀다. 관객들이 집으로 돌아가면 그들의 존재는 사라지는 것이다.

80p.
...리니핸도 이런 믿음에 동조하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경계성 성격장애가 있는 사람들은 신체의 90% 이상 부위에 3도 화상을 입은 사람들과 같아요. 정서적인 피부라고 할까, 그것이 거의 없으니 아주 작은 접촉이나 움직임에도 심한 괴로움을 느끼죠."

84p.
..중독성 수치심이란 자신이 인간적으로 결함이 있다는 전반적인 감각으로서 경험된다. 그것은 이제 우리의 한계를 알려주는 감정 같은 게 아니라 존재의 양태, 핵심 정체성 그 자체이다. 중독성 수치심은 자신이 가치 없다는 느낌, 고립감, 공허함, 그리고 완전히 혼자라는 느낌을 준다. 자신에게 노출되는 것, 그것이 중독성 수치심의 핵심에 놓여 있다. 수치심을 강하게 느끼는 사람은 타인에게 자신의 내면을 드러내지 않으려고 경계하지만, 더욱 중요하게는 스스로에게 자신을 노출시키지 않으려고 한다.

85p.
...반대로, 어떤 경계인들은 자신의 힘을 아예 포기하는 방식으로 무력감에 대처한다. 예를 들어, 군대나 극도로 조직화된 신앙집단같이 모든 선택이 미리 정해지는 삶을 택할 수도 있고, 공포감을 통해 그의 삶을 지배하려는 가학적인 사람과 관계 맺기를 택할 수도 있다.

86p.
..외로움을 느낄 때, 우리 대부분은 다른 사람이 우리를 사랑한다는 사실을 떠올리면서 자신을 달래곤 한다. 비록 그들이 멀리 떨어져 있거나 심지어는 이미 세상에 없다 하더라도 큰 위안이 된다. 이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대상도 어딘가에 존재한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능력이나 상태를 대상항상성(object constancy)이라 한다.
..경계성 성격장애가 있는 사람 중 일부는 기분이 좋지 않거나 불안할 때 기분 전환을 위해 사랑하는 사람을 떠올리는 일이 어렵다. 어떤 사람이 바로 곁에 있지 않으면, 정서적인 차원에서 그 사람은 아예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87p.
..경계성 성격장애를 지닌 사람들 중에 타인을 읽어 내고 그들의 자극점과 약점들을 찾아내는 데 놀라운 능력을 보이는 이가 적잖다. 이러한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어서, 한 임상전문가는 농담처럼 경계인들을 영매(靈媒)라 부르곤 했다.

128p.
..그 사정은 이렇다. 경계인들은 남들과 너무 가까워지면 그들에 의해 집어삼켜지거나 통제당할 것이라고 느끼기 쉽다. 그들은 건강한 개인적 경계를 어떻게 세우는지 모를 뿐 아니라 진정한 친밀함은 그들로 하여금 자신이 무방비 상태로 노출되어 있다고 느끼게 하기 때문이다. 어쩌면 그들은 상대가 자신의 ‘진짜‘ 모습을 보고 혐오감을 느껴 떠날까봐 두려워하는 것일 수도 있다. 그들은 무방비로 노출되거나 통제당하는 느낌을 피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으로 거리를 두기 시작한다. 방법으로는 상대에게 시비 걸기, 중요한 일을 잊어버리고 하지 않기, 아주 극적이거나 격한 행동을 하기 등이 있다. 그러나 거리를 두다 보면 금세 혼자라고 느끼게 된다. 공허감이 심각해지고 버림받음에 대한 두려움도 더욱 강해진다. 그들은 다시 사람들과 가까워지고자 안간힘을 쓴다. 이 같은 순환이 되풀이된다.

158p.
..경계성 성격장애가 있는 사람이 도움을 받도록 동기를 부여하는 것은 무엇일까?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변화의 이득이 장애물보다 클 때 자신의 행동을 바꾼다. 경계성 성격장애가 있는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204p.
..개인적 한계 혹은 경계는 어느 지점에서 당신이 끝나고 타인이 시작되는지를 알려준다. 경계는 당신이 누구인지, 무엇을 믿는지, 다른 사람을 어떻게 대하는지,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당신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를 정의한다. 마치 달걀 껍데기처럼, 경계는 당신에게 형태를 주고 당신을 보호한다. 마치 게임의 규칙처럼, 경계는 질서를 부여하고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결정들을 하도록 도와준다. 건강한 경계는 부드러운 플라스틱처럼 적당히 유연하다. 그것은 휘어지기는 하지만 부러지지는 않는다. 하지만 당신의 경계가 지나치게 유연하다면 위반과 침범이 일어날 수 있다. 그럴 경우에 당신은 다른 사람의 느낌과 책임을 떠맡게 되고 자신의 느낌과 책임은 잃게 될 것이다.

215p.
..어른이 되었을 때 나는 겉보기엔 정상 같은 상태로 ‘현실‘ 세계를 맞았다. 나에게는 ‘타인‘이라는 개념이 없었다. 경계라는 것은 아예 존재하지조차 않았다. 나의 미성숙한 자기 개념 안에서 주위의 사람들은 모두 나 자신의 확장으로만 보였다. 나는 나 자신에게 그러듯이 다른 사람들을 미워하고 학대했다. 어디에서 내가 끝나고 어디에서 이 세상이 시작되는지 몰랐으므로 세상이 곧 나였고 내가 곧 세상이었다.

249p.
...제시는 어린아이같은 감정을 성인의 방식으로 표현하고, 그만큼 현실적인 결과를 낳는 것이다. 그것이 경계성 성격장애의 특징이다. 어른처럼 행동할 수 없는 사람에게 그런 행동을 기대하거나, 당신의 부정적인 감정을 억압하고 그런 감정을 가진 자신을 꾸짖는다면 상황은 더 어려워질 수 있다.

264p.
..싸우고 있는 두 사람 중 어느 한쪽이 쓸데없는 싸움을 포기하고 자신의 필요나 욕구, 신념들을 명확하게 말하기 시작하면 상대방도 보통 그 상황에 맞게 자신의 행동을 바꾼다. 이런 현상은 모든 종류의 인간관계에서 다 나타난다. 상대가 경계인이라면 당신이 만드는 변화에 이 사람이 어떻게 반응할지를 예측하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

349~350p.
..상실은―그것이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것이든, 가족의 해체이든, 소중한 희망과 꿈의 무산이든, 아니면 자식을 잃을지 모르는 위기이든―강력한 불안과 슬픔, 그리고 버림받아 혼자가 되는 데 대한 두려움을 불러일으킨다. 어떤 사람들은 그런 감정을 인정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대신 그들은 상실에 대한 슬픔을 분노로 봉인한 채 배우자를 끝없는 다툼에 끌어들임으로써 불가피한 이별을 막아 보려고 애쓴다. 싸움과 언쟁은 두 사람 사이의 접촉을 유지하는 방법인 것이다(비록 부정적인 접촉 방식이긴 하지만). 싸움을 하는 동안에도 이들은 상대방과 화해하는 환상을 버리지 않는다. 과거에도 극적인 상실(부모의 죽음이나 이혼 등)로 인해 고통을 받았던 사람들의 경우에는, 그때 제대로 해결하지 못한 정신적 충격에 대한 반응까지 같이 하고 있는지 모른다.

351~352p.
..만약 심리적으로 취약한 경계인이 배우자가 떠난 것을 자신에 대한 무자비한 공격으로 받아들인다면, 그 경계인은 배신과 착취와 음모에 대한 피해망상을 갖게 될 수 있다. 이에 대해 존스턴과 로즈비는 다음과 같이 쓰고 있다. "경계성 성격장애가 있는 사람은 결혼생활의 잔해들을 둘러보면서 역사를 다시 쓰기 시작한다. 그들은 배우자가 애초부터 자신을 착취하고 버리려는 음모를 꾸몄다고 믿게 된다."
..그 시점에서, ‘배신을 당한‘ 경계인 배우자는 공격적으로 반응하여 상대를 반격하게 될 수 있다고 존스턴과 로즈비는 말한다. 이 반격은 경계인의 삶에서 핵심적인 강박관념이 될 수도 있다. "이들에게 비경계인 배우자와 그의 동맹자들은 위험하고 공격적인 사람들로 비칩니다. 부당한 일을 당했으므로 상대에게 보복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이들은 느끼지요. 혹은 더 급박하게, 선제공격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들의 구호는 이것이지요. ‘공격당하기 전에 먼저 공격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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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p.
..So you can see that because there were no great pleasures while living in the desert, the small pleasures became great pleasures and the pleasures of children became the pleasures of grown men....

26p.
...It was an extraordinary thing because he could make a kind of smile with his voice without smiling with his lips. His voice smiled while his face remained serious. It was a most forcible thing because it gave people the impression that he was being serious about being nice.

122p.
...He used to keep a bottle of green hair mixture on the side table in his study—when you have to dust a room you get to know and to hate all the objects in it—and this bottle had the royal coat of arms on the label and the name of a shop in Bond Street, and under that, in small print, it said "By Appointment—Hairdressers To His Majesty King Edward VII." I can remember that particularly because it seemed so funny that a shop should want to boast about being hairdresser to someone who was practically bald—even a monarch.

136p.
..She looked at him, and at that moment he seemed to be standing a long way off from her, beyond some borderline. He was suddenly so small and far away that she couldn‘t be sure what he was doing, or what he was thinking, or even what he was.

186p.
.."I don‘t see why not," he answered. "It‘s the same brain. It‘s alive. It‘s undamaged. In fact, it‘s completely untouched. We haven‘t even opened the dura. The big difference, of course, would be that we‘ve severed every single nerve that leads into it—except for the one optic nerve and this means that your thinking would no longer be influenced by your senses. You‘d be living in an extraordinarily pure and detached world. Nothing to bother you at all, not even pain. You couldn‘t possibly feel pain because there wouldn‘t be any nerves to feel it with. In a way, it would be an almost perfect situation. No worries or fears or pains or hunger or thirst. Not even any desires. Just your memories and your thoughts, and if the remaining eye happened to function, then you could read books as well. It all sounds rather pleasant to me."
.."It does, does it?"
.."Yes, William, it does. And particularly for a Doctor of Philosophy. It would be a tremendous experience. You‘d be able to reflect upon the ways of the world with a detachment and a serenity that no man had ever attained before. And who knows what might not happen then! Great thoughts and solutions might come to you, great ideas that could revolutionize our way of life! Try to imagine, if you can, the degree of concentration that you‘d be able to achieve!"
.."And the frustration," I said.
.."Nonsense. There couldn‘t be any frustration. You can‘t have frustration without desire, and you couldn‘t possibly have any desire. Not physical desire, anyway."

201p.
..What you lose on the swings you get back on the roundabouts.

228p.
..Looking at him now as he buzzed around in front of the bookcase with his bristly head and his hairy face and his plump pulpy body, she couldn‘t help thinking that somehow, in some curious way, there was a touch of the bee about this man. She had often seen women grow to look like the horses that they rode, and she had noticed that people who bred birds or bull terriers or pomeranians frequently resembled in some small but startling manner the creature of their choice. But up until now it had never occurred to her that her husband might look like a bee. It shocked her a bit.

238p.
...Good heavens above, I had seen men who were perfect shrimps in comparison with me displaying an astonishing aplomb in their dealings with the fairer sex. And oh, how I envied them!....

306~307p.
...for whether you know it or not, there is a powerful brotherhood existing among people who own very costly automobiles. They respect one another automatically, and the reason they respect one another is simply that wealth respects wealth. In point of fact, there is nobody in the world that a very wealthy person respects more than another very wealthy person, and because of this, they naturally seek each other out wherever they go. Recognition signals of many kinds are used among them. With the female, the wearing of massive jewels is perhaps the most common; but the costly automobile is also much favoured, and is used by both sexes. It is a travelling placard, a public declaration of affluence, and as such, it is also a card of membership to that excellent unofficial society, the Very-Wealthy-People‘s Union. I am a member myself of long standing, and am delighted to be one. When I meet another member, as I was about to do now, I feel an immediate rapport. I respect him. We speak the same language. He is one of us. I had good reason, therefore, to be elated.

376p.
..This time I stepped well back. "You dirty thieving bastards!" I cried. "The whole lot of you!"
..Automatically, as though they were puppets, all the heads down the line flicked round and looked at me. The expressions didn‘t alter. It was just the heads that moved, all seventeen of them, and seventeen pairs of cold glassy eyes looked down at me. There was not the faintest flicker of interest in any of them.
.."Somebody spoke," they seemed to be saying, "We didn‘t hear it. It‘s quite a nice day today."

389p.
..I believe that all poachers react in roughly the same way as this on sighting game. They are like women who sight large emeralds in a jeweller‘s window, the only difference being that the women are less dignified in the methods they employ later on to acquire the loot. Poacher‘s arse is nothing to the punishment that a female is willing to endure.

410p.
..."Cheer up, Vic," she said to me, her white teeth showing. She looked like the creation, the beginning of the world, the first morning. "Good night, Vic darling," she said, stirring her fingers in my vitals.

479p.
..Henry sat quite still and stared into the candle flame. The book had been quite right. The flame, when you looked into it closely, did have three separate parts. There was the yellow outside. Then there was the mauve inner sheath. And right in the middle was the tiny magic area of absolute blackness. He stared at the tiny black area. He focused his eyes upon it and kept staring at it, and as he did so, an extraordinary thing happened. His mind went absolutely blank, and his brain ceased fidgeting around, and all at once it felt as though he himself, his whole body, was actually encased within the flame, sitting snug and cozy within the little black area of nothingn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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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방을 검토해나가면서 방주인들이 남긴 심리학적 자취를 알 수 있었고, 그들의 성격이 표현된 각기 다른 방식들을 어렴풋이나마 파악할 수 있었다. 이는 크게 3가지 분류, 즉 ‘자기정체성’, ‘감정 조절’, ‘행동양식’의 흔적이 주로 사람들이 주변 환경을 다루는 메커니즘인 듯했다....

..온라인에서 맺게 되는 인간관계들이 점점 더 다양해지면서 자신의 각기 다른 모습을 구분지어 드러내는 일이 나날이 어려워지고 있다. 특정인을 대상으로 자신이 보이고자 하는 모습만을 노출하는 것은 더 어려운 일이 되었다....

..그 사람을 만난 첫날에는 몰랐지만 천일이 지난 후에는 알게 되는 그런 것들은 구체적으로 과연 어떤 것들일까? 맥애덤스는 이 질문에 대해 훌륭한 해답을 제시하고 있다. 어떤 사람을 알아간다는 것은 친밀감의 각기 다른 세 단계를 거치는 과정이라고 그는 말한다....

..맥애덤스가 말한 대로 상대방을 알아가기 위한 처음 두 단계를 거쳐 그 사람의 특성과 개인적인 관심사들을 파헤치고 나면, 이제 성격의 근원적인 기반에 부딪치게 된다. 바로 정체성이다. 맥애덤스는 그가 주창한 마지막 3단계를 이렇게 표현한다.
.."재구성된 과거 그리고 지금 보고 있는 현재와 미래에 대한 예상을 통합해 삶의 일관된 통일성과 목적, 의미를 제공하는 자기 내면의 이야기."
..이처럼 정체성은 우리 삶의 다른 요소들에 일관성을 부여한다. 다시 말해 정체성이란 우리의 과거·현재·미래의 경험을 하나의 이야기로 묶어주는 끈이다....

..《점프 북》의 핵심은 우리가 하는 거의 모든 행동에서 각자의 성격이 드러난다는 생각으로부터 출발한다. 할스만은 공중으로 점프하는 그 자세가 마치 성격을 보여주는 표상과 같다는 생각에 매혹된 나머지 점폴로지(Jumpology, 도약학)라는 용어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우리는 물건을 숨겨둔다. 만약 여러분이 다람쥐라면 물건을 숨겨두는 능력에 생존이 달려 있다. 가능한 한 많은 도토리, 피칸(pecan) 열매, 개암 열매를 모으는 동시에 눈 오는 겨울에 대비해 이를 비축해두어야 한다. 물론 음식과 다른 소모품을 1년 내내 언제라도 구입할 수 있는 현대사회에서는 이렇게 식량을 쌓아 쟁여놓을 필요가 없다. 그러나 이러한 성향은 여전히 그대로 남아서 수백만 년이라는 세월이 지난 후에도 우리의 대뇌에 각인되어 있다. 이 본능적인 성향은 현대문화 속에 흡수되고 다듬어져서 골동품부터 우표, 핫소스 병, 열차 티켓에 이르기까지 모든 종류의 수집 취미 속에 남아 있다.

...행복한 어린 시절의 기억과 현재 기분과의 연관성에 관한 깨달음은 트라비스의 통찰력을 일깨웠다. 장소에 대한 감정적인 연관성을 발전시켜나가고 그것이 나중에 우리가 주위 환경에 반응하는 것에 영향을 끼친다는 게 분명해보였다. 결과적으로 장기적인 감정적 행복은 근본적으로 우리의 주변 환경이 우리 안에 각인되어 있는 심리적 욕구와 얼마나 일치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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