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의 없이 말이 많은 동생의 버릇은 정말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자칫 정곡을 찌를 수 있기 때문이다.

...옳은 지적에는 화가 나는 법이다. 지금은 말을 삼키는 것이 좋으리라.

.."네 말도 알겠지만, 순서가 틀렸어. 사람이 경제적 합리성에 봉사해야 하는 게 아니야. 경제적 합리성이 사람에게 봉사해야 하는 거야. 경제적 합리성을 앞세운다면 노예제도도 아파르트헤이트도 합리적이겠지."

..눈 밑에 펼쳐진 미노이시를 본다.
..황금빛 벼 이삭이 흔들린다. 인공 연못에서는 잉어가 몇십 마리나 헤엄친다. 무선 조종 헬리콥터가 날아다니고 바비큐 연기가 피어오른다. 책 아저씨 집에 아이가 뛰어들어서는 슬슬 어려운 책에도 손을 대기 시작한다. 가을 축제 준비가 진행된다. 산에서 좋은 것들을 잔뜩 캐서 축제가 시작된다. 모두가 웃고 있고, 그것을 엔쿠불이 지켜본다. 내년에도, 그다음 해에도 생명과 생활은 이어져 간다.
..모든 것은 환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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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야는 과거 눈앞의 남자에게 배운 기술을 썼다. 명령하는 것이 아니라, 굳이 선택지를 두 개 제시한다. 모모즈 상사의 영업 매뉴얼에 기재되어 있었다는 사기꾼의 상투적인 수단이다.

.."신앙이 현실과 괴리를 일으키면 신자는 새로운 해석을 만들어서 그 괴리를 해소하려고 하죠. 나아가 활동의 규모를 키움으로써 자신들의 정의를 뒷받침하려고 하고요. 결과적으로 신앙은 오히려 더 강화돼요. 굳이 설명한다면 그런 식이겠죠.
..밀러파와 도로시 마틴 추종자 집단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어요. 그건 어느 쪽 신자이건 뒤로 물러설 수 없는 상황이었다는 점이에요. 그들은 일상생활을 팽개치고 사람들에게 백안시당하며 전재산을 털어서까지 예언이 현실이 되는 순간만을 기다렸어요. 이제 와서 되돌아갈 수 없다는 상황 앞에 그들의 신앙이 현실을 초월하게 된 거죠."

..조든이 계속해서 화를 터뜨리는데도 피터 웨더스푼의 가슴은 잔잔했다. 이런 정도로 하나하나 놀라서는 이 남자 밑에 있을 수 없다. 귀찮은 일이 벌어졌을 때 그가 짜증을 내는 것은 아기가 밤에 우는 것과 마찬가지로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나는 결심했다.
..이 장소에서 탐정사무소를 열기로.
..그리고 누군가에게 목숨을 빼앗기는 일 없이 탐정인 채로 생을 마치기로.
..중요한 것은 어떻게 죽는지가 아니라, 어떻게 사는지다. 그것을 이 장소에서 증명해 보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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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171p.
..멀리 떨어진 곳이나 사람의 마음, 미래를 꿰뚫어 보는 천리안과 달리, 악의를 품고 상대를 노려봄으로써 저주를 거는 것이 마안이다. 하지만 사람의 죽음에 관한 사키미의 예언이 절대로 빗나가지 않는다면 주민들에게는 천리안도 마안과 마찬가지다. 아니, 오히려 죽음에 대한 불안을 발산시키기 위해서는 마안이라 칭하며 꺼리는 편이 나았을지도 모르겠다.

189p.
..전화 한 통으로 경찰이나 응급 구조대가 달려오는 일상 속에서는 구조에 힘을 다하지 않거나 포기하는 일이 흡사 악행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불가항력과도 같은 재해, 자신의 안전을 우선해야 하는 상황은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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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p.
...살짝 찌르기만 해도 가식이 부슬부슬 떨어져나가서 알고 싶지도 않았던 사실이 환히 드러날 것 같았다. 파헤치는 건 똑같지만 수수께끼와 추문은 기분이 다르다.

170p.
..지진 피해를 입었을 때의 심경과 흡사하다. 숨쉬는 것도 잊어버릴 만큼 지독한 무력감. 절망스러운 광경. 고작 하루 만에 손안에서 흘러내린 것이 얼마나 큰가. 온 세상이 발끝부터 빙글 뒤집힌 것만 같다.

432~433p.
..어쩌면 녀석들은 그저 자신의 가장 추한 부분을 드러냈을 뿐 아닐까. 단지 그 한 부분을 제외하면 그렇게 나쁜 놈들은 아닌데, 너도 나도 누군가의 가장 추한 부분을 손가락질하며 인간도 아니다, 용서할 수 없다고 외치고 있는 것 아닐까.
..그렇다면 그 분노는 역시 정당했을까. 분노를 표출한 걸 영원히 후회하지 않는다고 단언할 수 있을까. 이렇게 가장 추한 부분을 드러낸 나랑 너는 계속 인간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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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명이나 발견을 할 때 어떤 능력이 제일 중요한지 알려주지. 직감. 발명이나 발견뿐만이 아니야. 사물의 본질은 직감으로밖에 꿰뚫어볼 수 없어. 탐정도 마찬가지야. 모래톱의 쓰레기를 1밀리미터 크기의 유리 조각에 이르기까지 남김없이 주워 모아, 그 속에서 단서를 찾아내려는 비효율적인 발상을 하는 인간은 경찰관을 목표로 삼아야 해. 탐정은 조직의 일부로서 일하지 않아. 단 혼자서 조직 이상의 활동을 해야 한다고. 그러기 위해서는 절차를 단축할 수밖에 없어. 감으로 추리의 방향성을 정하고 증거는 나중에 찾는다. 명탐정이라고 칭송받는 사람들을 봐봐. 직감력이 얼마나 뛰어나냐."

...수집벽이라는 말이 있다는 사실에서도 알 수 있듯이, 무릇 수집이란 천성으로서, 고유한 뭔가를 좋아해서 모은다기보다 뭐든지 상관없이 물건을 모으는 행위 자체를 좋아하는 거야....

..시체 발견을 늦추기 위해서만이 아닙니다. 자살 위장도 아니죠. 밀실을 만들고 싶으니까 만드는 겁니다. 밀실을 만드는 행위 그 자체가 목적이죠. 필연성 따위는 엿이나 먹으라지. 캔버스와 마주한 고흐가 실리적인 이유를 가지고 있었다는 겁니까? 그려도 팔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붓을 계속 쥐고 있던 데 필연성이 있습니까? 있다고 하면, 작가의 마음이 그리 하기를 원했다는 거겠죠. 그렇습니다, 밀실살인은 혼의 발로發露, 즉 예술입니다.

.."선인들은 자주 이렇게 말씀하셨지. ‘논리보다 증거.’ 논리 따위는 결국 머릿속 놀이. 증거가 있으면 논리 따위는 필요 없어."

..가타기리는 사람의 생명은 똑같다고 평가한다. 똑같이 가치가 없다고. 어릴 때부터 그렇게 여겨왔다. 그래서 그는 망설임 없이 사람을 죽인다.
..‘사람’이란 타인만을 가리키는 말이 아니다. 자신도 포함된다. 그래서 가타기리는 가치가 없는 자신을 지키기 위해 모든 힘을 기울이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라고 생각한다.

.."돈이 아니야. 이 가설이 번뜩인 순간, 누구한테도 넘기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어. 그도 그럴 게 대단하다는 칭찬을 받고 싶잖아. 너한테는 못 당하겠다고 발을 동동 구르게 만들고 싶잖아. 역시 명탐정은 한 마리 늑대야. 모두 사이좋게 역할 분담해서 목적을 달성하고 싶다면 경찰관이 되면 될 일이지. 아니면 파워레인저 SPD나. 원하는 건 각광뿐이야."

..실제로 많은 경우, 나는 게임에 너무 몰두한 나머지 몸이 심하게 굳어버렸다는 사실조차 알아차리지 못한다. 나는 죽고 싶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고 여기지만, 나 자신의 정신을 건전하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필시 죽음이 필요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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