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p.
...그들이 특별히 나쁜 것이 아니라 내가 특별히 못난 인간임을 나는 뒤늦게 깨닫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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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p.
...여러분의 우선순위는 이제 ‘최고의 것‘을 찾는 것이 아니라 동행인이나 동반한 아이들이 정말 좋아할 만한 것을 찾는 것으로 바뀔 것이다. 실제로 사회적 유대 관계의 잘 알려지지 않은 장점 중 하나는 바로 무한할 것 같은 선택안을 관리 가능한 수준으로 제한해준다는 것이다.

146p.
..이것은 긍정적인 삶의 경험에만 나타나는 특징이다. 어떤 경험을 하기 전에 고대하는 시간은 새로운 물건을 소유하기 전에 기다리는 것보다 더 즐겁고 흥분되며 속을 태우고 조급해지는 마음도 덜 생긴다....

151p.
..스웨덴어에는 이 기묘한 경험을 가리키는 ‘resfeber‘라는 단어까지 있다. ‘여행 열병‘이라는 뜻이다. 곧 다가올 여행을 생각할 때 느끼는 긴장과 흥분이 뒤섞인 감정을 의미한다. 여행지의 사진을 살펴보거나 여행 안내서를 훑어보고 항공편을 예약할 때 이런 감정을 느낄 수 있다.

212p.
..여행 업계에서 말하는 ‘플라이 앤드 플롭 Fly and Flop‘이란 휴양지까지 곧바로 직행한 뒤 그곳에 자리를 잡고 여행 내내 머무는 것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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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p.
..인간은 자신이 숭배하거나 의미 있게 생각하는 대상을 복제해서라도 곁에 두고 싶어 한다. 피규어figure는 가질 수 없는 대상을 간접적으로 소유하는 방식이다....

69p.
...돈을 쓰는 일은 강한 기억을 남긴다. 그래서일까. 오래된 지갑을 꺼내보면 감회가 남다르다. 어떤 지갑을 들고 다닐 즈음 나는 어느 정도의 나이였으며 어떤 직장에 다녔고 어디에 살았는지 생생하게 떠오른다.

110p.
..문구점이나 다이소 문 앞에 서면 비장하게 다짐한다. ‘필요한 것만 사자. 물건을 사는 일은 물건만큼의 공간을 잃는 일이다.‘ 마음속으로 이 두 문장을 되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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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5p.
..존 케이지의 <4분 33초>는 음악의 정의에 도전장을 던지면서 많은 이에게 충격을 주었다. 음표가 아니라 쉼표로 가득한 악보와 침묵의 연주로, 우리가 항상 음악에 둘러싸여 있음을 일깨워준 이 흥미로운 반란은 우리에게 고정관념을 깨버릴 기회를 제공한다. 쉼표가 없으면 음악이 될 수 없으며, 그러므로 채움보다 여백이 더 중요할 수 있다는 사실을 새삼스레 깨닫게 했다.

118p.
..편의점은 1927년 미국 텍사스주 사우스랜드 제빙회사의 한 상점이 마을 주민의 편의를 위해 얼음의 냉기를 이용해 신선한 식료품을 팔기 시작한 데서 시작했다. 다른 점포들과 달리 저녁과 일요일에도 문을 연 것이 인기를 얻어 1946년 오전 7시부터 밤 11시까지 영업한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상호를 ‘세븐일레븐 Seven Eleven‘으로 변경했다. 이후 프랜차이즈 체인을 바탕으로 미국 최대의 소매 유통기업으로 성장한 세븐일레븐은 1973년 슈퍼마켓 체인 이토요카도와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일본에 진출하면서 세계 최고의 편의점으로 빠르게 성장했다. 그러나 미국의 세븐일레븐은 월마트 등 대형 유통 체인점이 보급되면서 가격 경쟁과 사업 다각화에 실패해 1991년 ‘세븐일레븐 재팬‘에 흡수합병되었다. 미국에서 출발한 편의점은 현재 발상지인 미국보다 오히려 한국·일본·타이완 등 아시아 시장에서 소매 유통점으로 더욱 보편화되었다.

223p.
..이름은 몰라도 힘든 일 겪고 마음 아픈 사람들은 다 할머니의 이웃. 화재로 큰 피해를 입은 사람들에게 보낸 선물 보따리 속에는 며느리에게서 선물받은 남방, 한 번밖에 입지 않은 외투, 예쁜 치마 등을 챙기고 손편지를 써서 털신 속에 고이 접어 넣으셨다. 그러고는 "내가 필요 없는 걸 주면 그것도 죄여, 내가 아까워하는 걸 줘야지"라고 말씀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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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p.
...길에서, 버스에서, 전차에서 마주치는 이 확실한 시각언어가 무척 인상 깊었다. 사람들로 북적이는 거대한 도시에서 교복 덕분에 수천 명의 학생들이 달리 분류되기도 하고 하나로 동일시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모든 교복은 각기 어떤 학교에 소속되어있음을 나타낸다. 콜카타에서 내 또래들은 확고한 정체성을 가진 동시에 하나의 무명성을 즐기는 듯 보였다. 교복의 효과는 바로 이거다.

26p.
..생각할수록 표지가 일종의 번역, 내 말을 다른 언어로 해석한 것이라는 확신이 든다. 책 내용을 대표하지만 그 자체는 아니다. 너무 문자적이어서는 안 된다. 책을 자기 식대로 담아내야 한다.
..그래서 번역이라 할 표지는 책에 충실하거나 빗나갈 수 있다. 이론상으로 표지가 번역이라면 내용에 충실해야 한다. 하지만 이것이 항상 지켜지는 건 아니다. 표지가 내용을 압도할 수도, 지배할 수도 있다.
..아무튼 표지는 작가와 이미지 사이의 친밀한 관계를 강요한다. 강요된 관계이기 때문에 극도의 소외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표지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난 당장 멀어지고 싶다. 하지만 불가능하다. 표지는 내 말을 만지고 내 말에 옷을 입힌다.

48p.
..지금은 책을 사면 다른 것들도 덩달아 얻는다. 작가의 사진, 이력, 서평. 이 모든 게 상황을 복잡하게 한다. 혼란을 일으킨다. 길을 잃게 한다. 난 표지에 실린 논평이 못견디게 싫다. 그것 때문에 가장 불쾌한 영어 단어 ‘blurb‘를 알게 됐다. 표지에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싣는 건 적절치 않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독자가 내 책에서 만나는 첫 단어는 내가 쓴 말이길 원한다.

62p.
..명망 높은 모던 라이브러리, 라이브러리 오브 아메리카 같은 미국 전집에 들어 있는 책들은 고전적 가치를 표현한다. 전집은 이젠 범접할 수 없는 경지에 오른 훌륭한 작가에게 보내는 경의다. 이런 경우에 단일성은 문학 규범에 속한다는 표시, 영원히 계속될 말에 입힌 변하지 않는 옷이다.
..그런 종류의 옷은 공로를 인정받았다는 것, 대부분 사후에 주어지는 상이다. 열에 아홉은 작가가 사망했다. 동시대의 책, 젊은 작가는 그런 상을 받을 자격이 부족할 것이다. 생존 작가와 고인이 된 작가들이 섞여 있는 유럽의 전집과는 달리 미국 전집은 마치 사당 같다.

83p.
..멋진 우연의 일치로, 내가 이 글을 쓰는 동안 로마에서 모란디 전시회와 마티스 전시회가 동시에 열렸다. 그날 아침 집을 나서면서 고개를 들었을 때 나는 모란디 정물화 포스터가 오른쪽에, 마티스 작품 포스터가 왼쪽에 있는 걸 봤다. 두 포스터 가운데 서 있다 보니 잠깐 내 몸이 내 책의 페이지로 바뀌고 두 그림으로 옷을 입은 것 같은 상상이 들었다.

90p.
...라히리는 "글 쓰는 과정이 꿈이라면 표지는 꿈에서 깨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표지는 단순히 책이 입는 첫 번째 옷일 뿐만 아니라 첫 번째 시각적 해석 혹은 출판사의 견해와 갈망이 담긴 홍보용 해석이며, 작가와 독자 사이에 다리 역할을 하면서 작가의 말을 보호해주기도 하지만 상처를 입히기도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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