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p. ..감각 거품을 의미하는 멋진 단어인 환경세계Umwelt가 있다. 이것은 1909년 발트해 연안 독일의 동물학자 야콥 폰 윅스퀼Jakob von Uexküll이 정의하고 대중화한 개념이다. 환경세계는 ‘환경‘을 뜻하는 독일어 단어에서 유래했지만, 윅스퀼은 그것을 단순히 동물의 주변 환경을 지칭하는 데 사용하지 않았다. 그 대신, 환경세계는 특히 동물이 감지하고 경험할 수 있는 환경의 일부인 지각적 세계perceptual world를 의미한다....
32p. ..환경세계 개념은 모든 생물이 ‘감각의 집‘ 안에 갇혀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언뜻 들으면 제한적이라는 느낌이 들 수 있다. 그러나 나에게는 그 아이디어가 놀라울 정도로 광범위하다. 그것은 우리에게 "삼라만상의 본모습은 겉보기와 다르며, 우리가 경험하는 것은 모든 것의 필터링된 버전일 뿐"이라고 말해준다. 그것은 우리에게 "어둠 속에 빛이 있고, 침묵 속에 소음이 있고, 무 속에 풍요가 있음"을 일깨워준다. 익숙함 속의 낯섦, 일상 속의 비범함, 평범함 속의 장엄함을 암시한다. 식물에 마이크를 고정하는 것이 용감무쌍한 탐험 행위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환경세계들 사이에서 왔다 갔다 하거나, 적어도 그렇게 시도하는 것은 외계 행성에 발을 내딛는 것과 같다. 윅스퀼은 자신의 책을 "여행기"라고 부르기까지 했다.
34p. ..작가 마르셀 프루스트가 언젠가 말했듯이, "진정한 항해는 하나밖에 없으니 (...) 낯선 땅들을 방문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개의 다른 눈을 소유함으로써 (...) 각각의 눈이 바라보는 100개의 우주를 관찰하는 것이다." 이제 항해를 시작하기로 하자.
70p. ...바다의 플랑크톤은 크릴—새우를 닮은 동물성 플랑크톤—에게 잡아먹힐 때 DMS를 방출하고, 크릴은 고래, 물고기, 바닷새의 먹이가 된다. DMS는 물에 쉽게 용해되지 않으며 결국 공기 중으로 방출된다. 만약 대기 중의 농도가 충분히 상승하면, DMS는 구름의 씨앗(응결핵)이 된다. 만약 DMS가 선원의 코에 들어가면, 네빗이 "굴과 매우 흡사하다" 또는 "해초 같다"라고 묘사한 냄새를 유발한다. 그게 바로 바다의 향기다.
94~95p. ...제이콥의 동료인 네이트 모어하우스Nate Morehouse는 ‘깡충거미가 평생 동안 사용할 빛 탐지 세포를 가지고 태어나며, 이 세포는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더 커지고 예민해진다‘라고 보고했다. "깡충거미에게, 나이가 든다는 것은 마치 일출 장면을 보는 것과 같아요"라고 모어하우스는 말한다. "사물이 점점 더 밝아질 거예요."
114p. ...우리는 ‘높은 곳에서 내려다본 모든 풍경‘을 의미하기 위해 "조감도"라는 문구를 사용한다. 그러나 ‘새의 시각‘은 단순히 ‘인간의 시각‘을 높인 게 아니다. "인간의 시각 세계는 눈앞에 있고, 인간은 그 안으로 들어간다." 마틴은 언젠가 이렇게 썼다. "그러나 조류의 시각 세계는 주변에 있고, 새들은 그 사이를 통과한다."
180p. ...그러나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단순히 보는 행위가 세상을 다시 물들인다. 진화를 등에 업은 눈은 마치 살아 있는 붓과 같다. 꽃, 개구리, 물고기, 깃털, 과일은 모두 ‘시각이 보이는 것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보여준다. 우리가 자연에서 아름답다고 느끼는 것의 상당 부분은 우리 동료 동물들의 시각에 의해 형성되었다. 아름다움은 단지 보는 이의 생각에 달린 게 아니라, 그의 눈 때문에 생겨난다.
306p. ...비청각장애인도 예외 없이 골전도를 통해 웬만큼 들을 수 있는데, 사람들이 자신의 녹음된 목소리를 듣고 고개를 갸우뚱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그 녹음은 우리 목소리의 ‘공기 중 구성요소‘를 재현하지만, 두개골을 통해 전달되는 진동은 재현하지 않는다.
311p. ...오글랄라 라코타족의 추장이자 작가인 루서 스탠딩 베어Luther Standing Bear가 한 가지 단서를 제공했다. "라코타족은 (...) 땅과 땅의 모든 것을 사랑했고, 그 애착은 나이가 들면서 더욱 커졌다." 그는 1933년에 이렇게 썼다. "노인들은 문자 그대로 흙을 사랑하게 되었고, 모성애에 가까운 감정을 품고 땅바닥에 앉거나 기대어 앉았다. (...) 나이 든 인디언들이 두 발로 지탱하는 대신 땅 위에 앉아 있기를 고집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일어선다는 것은 ‘생명을 주는 힘‘으로부터 멀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그들에게 땅에 앉거나 드러눕는 것은 더 깊이 생각하고 더 예리하게 느낄 수 있음을 의미한다. 그들은 삶의 신비를 더욱 분명하게 볼 수 있고, 주변의 다른 삶들과 더욱 친밀해질 수 있다. 땅은 옛 인디언들이 들을 수 있는 소리로 가득 차 있었고, 그들은 때때로 그 소리를 더 명확하게 듣기 위해 귀를 기울였다."
339p. ..개구리와 박쥐가 감각을 통해 서로 연결되어 있다니,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어떤 이유에서든 개구리의 조상은 2130헤르츠라는 주파수에 편향된 귀를 가지고 있었다. 퉁가라개구리는 낑낑대는 소리에 척을 추가함으로써 그 감각적 기이함을 활용했다. 사마귀입술박쥐는 (청각을 이례적으로 낮은 주파수까지 확장한) 청각적 부가 기능을 이용해 척을 탐지했다. 개구리의 환경세계가 개구리의 세레나데를 형성하고, 그 소리가 박쥐의 환경세계를 형성한 것이다. 감각은 동물의 미적 선호와 개념을 결정하고, 그 과정에서 자연계에 나타나는 아름다움의 형태에 영향을 미친다.
455p. ..이주할 때가 된 새들은 눈에 띄게 안절부절못한다. 심지어 새장에 갇혀 있는 새들도 깡충깡충 뛰고 휙휙 날고 날개를 펄럭인다. 이러한 광란의 움직임은 추군루에Zugunruhe 라는 용어로 알려져 있는데, 이것은 "이주 불안증"이라는 뜻의 독일어다. 새들은 떠날 때가 되었음을 알고 출발하기를 갈망한다는 것이다....
508~509p. ..2001년 세계 최초의 빛 공해 지도를 작성했을 때, 천문학자 피에란토니오 친차노Pierantonio Cinzano와 그의 동료들은 ‘전 세계 인구의 3분의 2가 빛으로 오염된 지역—밤이 자연적인 어둠보다 최소한 10퍼센트 더 밝은 지역—에 살고 있다‘고 계산했다. 인류의 약 40퍼센트는 영원한 달빛과 다름없는 빛에 항상 몸을 담그고, 약 25퍼센트는 보름달을 초과하는 인공 황혼을 지속적으로 경험한다는 것이다. "그들에게 ‘밤‘은 결코오지 않는다"라고 연구자들은 썼다. 15년 후인 2016년에 빛 공해 지도를 업데이트했을 때, 그들은 문제가 더 심각하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 즈음 약 83퍼센트의 사람들—그리고 미국인과 유럽인의 99퍼센트 이상—이 빛으로 오염된 하늘 아래에 살고 있었던 것이다. 인공관으로 덮인 지구의 비율은 매년 2퍼센트씩 늘어나고 2퍼센트씩 더 밝아진다. 오늘날 반짝이는 안개luminous fog가 지구 표면의 4분의 1을 덮고 있으며, 많은 곳에서 별빛을 가리기에 충분할 정도로 두껍다. 인류의 3분의 1 이상, 북아메리카 인구의 거의 80퍼센트가 더 이상 은하수를 볼 수 없다. 시각을 연구하는 손케 욘센은 언젠가 이렇게 썼다. "먼 은하에서 수십억 년 동안 날아온 빛이, 마지막 10억분의 1초 동안 가장 가까운 스트립 몰strip mall에서 쏟아져 나온 빛에 휩싸여 사라진다는 생각이 나를 끊임없이 우울하게 만든다."
529p. ..1995년, 환경사학자 윌리엄 크로논William Cronon은 "광야를 다시 생각할 때가 왔다"라고 썼다. 그는 한 신랄한 에세이에서, 특히 미국에서 ‘광야‘라는 개념이 웅장함과 동의어로 인식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18세기의 사상가들은 ‘광활하고 장엄한 풍경이 사람들에게 자신의 죽음을 상기시키고 신을 마주하는 것에 가깝게 한다‘고 믿었다. "신은 산꼭대기, 협곡, 폭포, 뇌운, 무지개, 일몰에 존재했다"라고 크로논은 썼다. "미국인들이 최초의 국립공원으로 지정한 장소들—옐로스톤, 요세미티, 그랜드캐니언, 레이니어, 자이언—을 생각해보면, 사실상 모든 곳이 이러한 조건 중 하나 이상을 충족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덜 숭고한 풍경은 보존할 만한 가치가 없어 보였다. 예컨대 1940년대에 와서야 에버글레이즈 국립공원의 늪지가 최초로 보존 가치를 인정받은 이후, 오늘날까지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초원은 하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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